대통령실, 전주가 무죄면 김건희도 무죄라 했는데…

재판부 "시세조종 범행 방조할 유인 있어" 유죄 판결

검찰, 김건희 씨도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기소할까?

야권 "기소 못하겠다면 김건희 종합특검법으로 처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전주'(錢主) 손 모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얼굴을 가린 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4.9.12.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전주'(錢主) 손 모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얼굴을 가린 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4.9.12. 연합뉴스

"'큰 손 투자자' 손모 씨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입니다. 같은 논리라면 '3일 매수'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사실이 인정될 리 없습니다."

지난해 2월 대통령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과 관련 보도 등에 대해 낸 입장문이다. 주가조작에 100억 원대 돈을 댄 것으로 의심받는 '전주'(錢主) 손모 씨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도 당연히 무죄라는 논리다.

그러나 2심에선 상황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댄 전주 손모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과 달리 2심 법원에선 주가조작을 방조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편승한 뒤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다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했다"며 "그에 따라 주식 시세가 증권시장의 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지 않아 선의의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세조종이 더 크게 성공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어 피고인 입장에서는 범행을 방조할 유인이 되기도 한다"며 "피고인과 주포(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김모 씨의 요청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상한가를 찍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발견되고, 피고인이 자금사정으로 어려울 때 정범인 피고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정황도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단순히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제2차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를 도와줄 의사로 자신의 자금을 동원했다"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김건희 씨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생명의 전화'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4.9.10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김건희 씨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생명의 전화'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4.9.10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전주인 손 씨가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검찰의 처분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건희 씨 역시 손 씨와 마찬가지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주가조작을 방조해 일반 투자자들에 대해 피해를 입혔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건희 씨 명의 3개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서 활용됐다면서, 김건희 씨 계좌 거래 48건을 일련번호대로 나열하고 각 거래에 대해 "주문 내용 및 시간적 접근성에 비추어 통정매매 혹은 통정·가장매매(짜고치는 거래)로 인정된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통정매매는 102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48건이 김건희 씨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심 재판에선 2010년 10월 28일 주포 김모 씨와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 씨 사이에서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매도해주셈)" "준비시킬게요"라는 대화가 오간 뒤, 김 씨가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지시하자 단 7초 만에 김건희 씨 계좌에서 3300원에 8만 개 매도 주문이 제출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해당 계좌는 피고인들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이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최종 의견서'에서는 김건희 씨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 9000여 만원의 수익을 올린 사실도 적시됐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2010년 10월 8일부터 2011년 1월 13일까지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집중 매도한 사실로도 확인된다"며 "그 과정에서 (…) 김건희와 최은순은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김건희 씨에게도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적용할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씨가 손 씨처럼 자금을 빌린 정황 등이 나오지 않은 만큼 역으로 무혐의 처분 논리를 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7월 김건희 씨를 조사했지만, 비공개 특혜 조사로 밝혀지면서 공정성, 형평성 시비도 일고 있다. 검찰은 해당 조사 뒤,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무혐의'라고 결론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나눈 대화. 뉴스타파 갈무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나눈 대화. 뉴스타파 갈무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찰 최종 의견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가 23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 2024.1.12. 뉴스타파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찰 최종 의견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가 23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심리분석 결과. 2024.1.12. 뉴스타파 제공

정치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 손 씨의 유죄가 인정되면서 곧바로 김 씨에 대한 기소와 특검 추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무혐의 처분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는 만큼 주가조작 의혹마저 무혐의 또는 불기소 처분한다면 야권과 시민사회의 저항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또 다른 전주, 김건희 여사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할 차례"라며 "검찰은 당장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기소하라"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계속 비호한다면 검찰이 설 자리는 사라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검찰을 향해 "이제라도 김건희 씨를 소환조사하고 기소를 서둘러야 한다"며 "그럴 용기가 없다면, 수사하기엔 부담스러우니 못하겠다고, 국회에 이미 '김건희 종합 특검법'이 발의되어 있으니 특검이 철저하게 수사했으면 좋겠다고, 두 손, 두 발 들길 바란다"고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이번에도 잔기술을 부린다면 국민들께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사의 본분에 충실하라"고 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이날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보다 형량이 늘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상장회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만,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의 시세조종행위를 도모했다"며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안정적 성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권 전 회장 등과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혐의를 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도 1심보다 벌금이 4000만 원가량 늘었다. 이 전 대표는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권 회장과 이 대표는 재판 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9.12. 연합뉴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9.12. 연합뉴스

이 밖에 재판부는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 김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고, 증권사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도이치모터스와 무관하게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실질적 운영자 이모 씨만 유일하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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