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불기소 처분하자 일제히 "이쯤에서 매듭"
조선·중앙 '정쟁몰이'…민심은 "처벌해야" 60%
김건희 씨 기괴한 행보, 언론은 '화보' '미담'으로
조선 "윤 vs 한동훈·이준석 갈등 푸는 내조해야"
주가조작·명품백·선거개입… 사과로 끝날 일인가
주류 언론 '친윤' 정파성이 국민 '뉴스회피' 원인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행보가 날이 갈수록 기괴해지고 있다. 김 씨는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아직 국민 앞에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이 의혹을 조사하던 국민권익위 간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론을 통해 마약수사 외압의혹, 선거개입 같은 충격적인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었는데도 역시 일언반구도 없다. 학력·경력 위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등 총선 전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비리 의혹들이 더 큰 의혹에 묻혀 구설에서 멀어지니 이를 즐기고 있는 것인가?
이런 와중에도 김건희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의 해외출장에 동행하고, 복지기관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한강다리 위에서 마치 자신이 대통령인 듯 경찰 구조대 근무자를 '격려'하고 '지시'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야당 의원의 입에서 권력 서열 1위가 누구인지 묻고 국민들 사이에선 도대체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니 국정농단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시켰던 대통령 탄핵을 다시 입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 씨가 보통의 국민들 상식을 초월한 말과 행동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주류 언론들의 관대함이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김 씨의 경천동지할 불법·비리 의혹, 심지어 국정농단에 해당할 지도 모를 발언이 끊임없이 터져나와도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고있다.
‘김건희 사태’는 거의 대부분 인터넷 매체나 유튜브 기반 매체들의 첫 보도로 알려졌다. 주류 언론들은 인터넷 언론에서 의혹이 터져나와도 적극적인 확인보도나 추가취재 보도조차 소극적이었다. 의혹이 제기된 뒤 여당·야당이 주고받는 말을 받아쓰면서 ‘정쟁’으로 몰아간 게 대부분 주류 언론들의 보도였다. 주류언론들의 이런 '정쟁몰이'는 김건희 씨 의혹을 밝혀내기는커녕 거꾸로 의혹의 본질과 심각성을 흐려놓았을 뿐이다. 또 여론이 악화되면 사설·칼럼을 통해 한두 번 나무라고 가는 게 ‘김건희 사태’를 대하는 주류 언론들의 논조였다.
최근 명품백 수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김건희 씨 불기소 결정으로 민심이 분노하자 주류 언론들은 ‘이쯤에서 사과하고 끝내자’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정치검찰이 검찰 선배이자 검찰 출신 대통령의 부인에게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면죄부를 준 것인데, 이를 여야 ‘정쟁’으로 단순화한 뒤 '이제 그만하라'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그 아류 언론들이 사설에서 하나같이 이런 목소리를 냈다.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김 여사 사과로 매듭짓길”(조선), “수심위 불기소 권고했지만...김 여사 사과로 매듭지어야”(국민), “명품백 불기소 권고, 도이치모터스도 속히 매듭을”(서울), “김 여사가 명품백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서둘러야”(중앙) 등 여러 주류 언론들의 사설 제목은 마치 짜고치는 것처럼 비슷하다. 사설의 내용을 보면 ‘사과’ ‘매듭’ ‘정쟁’이 키워드다.
“여야는 명품백을 둘러싼 공방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김 여사 측도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그동안의 논란에 대한 적절한 입장 표명이 필요...사법적 문제가 정쟁 소재로 이용될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서울)
“김 여사 명품백 법적 절차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중차대한 시기에 김 여사 문제로 특검정국의 악순환이 또다시 국가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해결의 실마리는 김 여사가 지금이라도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풀어야 한다.(국민)
심지어 중앙일보는 김건희 씨의 여러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인데 김 씨가 사과하지 않아서 정쟁이 생기고 문제라는 식이다.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계속 침묵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근거 없는 의혹들이 부풀려졌고...지금이라도 김 여사가 공개적으로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는 게 바람직한 방향...국민의 납득 못 할 심경을 잘 달래지 못하면 여권이 특검 공세를 방어하는 데도 계속 애를 먹을 것이다.”(중앙)
김건희 씨는 검찰과 수심위로부터 면죄부를 받자마자 11일 한강다리에 구조대를 대동하고 올라가 자살예방의 날 퍼포먼스도 벌였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이 늘 그랬듯 이번에도 대통령실이 뿌려준 ‘화보 사진’과 함께 ‘구조대 격려’ ‘현장방문’이라며 미담기사로 보도했다.
김건희 씨에 대한 중앙일보의 ‘관대함’은 그의 기괴한 행보를 ‘민생행보’로 포장하기에 이른다. 안혜리 논설위원은 이 장면을 보고 “당장 ‘대통령 같은 행세’라는 비판이 나왔다”면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건 결국 대다수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이라는 뻔한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는 이유”(‘김건희 여사의 민생 행보’ 칼럼, 9.12)라고 썼다. “쪽방촌 봉사 이어서 구조대 격려”에 나섰는데 “좋은 취지에도 부정적 여론 높아, 논란 사과 없으면 진정성만 의심”받게 될 것이라는 중간제목을 붙였다. 김건희 씨가 '민생행보'를 하는데도 욕을 먹는 게 안쓰러우니 빨리 사과하고 털고가자라는 것이다.
같은 날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이 쓴 ‘윤 대통령 위해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 제목의 칼럼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온갖 추문과 의혹에도 김건희 씨가 이젠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 역할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이준석 대표 사이의 갈등을 풀고 관계 회복을 위한 ‘고언’을 하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여당의 2중대 정도 되는 야당 대표 사이의 갈등 해소에 '대통령 부인의 내조가 아니면 안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불법·비리·선거개입·국정농단 의혹은 싹 묻어버리고 오히려 ‘내조(內助)’라는 이름으로 아예 정치에 뛰어들라는 말이다. ‘1등 친윤 매체’ 다운 정치 칼럼이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권력과 그 주변에서 저질러지는 불법·탈법·위법·비리·무능·오만·무책임 같은 것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역대 대통령 부인 중에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 학력·경력위조는 이미 사실로 드러나 본인이 사과도 했고, 주가조작·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명품백 수수·선거개입 등은 여전히 의혹이 진행 중인 사건이다. 검찰이 명품백 수수를 불기소 처리했지만,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검찰 수심위 불기소 권고는 잘못”이라고 답했다.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처벌받아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는 뜻이다.
대통령 주변의 불법과 비리는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부인은 성역도 아니고 치외법권이나 면책특권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그저 대통령을 남편으로 둔 민간인일 뿐이다. 그냥 민간인이 아니라 대통령을 남편으로 둔 덕에 갖게 된 권력을 제멋대로 이용하거나 휘둘러서는 안 되는 민간인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아내나 가족, 친인척의 문제가 언론에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변 인사의 권력남용과 비리 때문에 결국 탄핵당했다. 그런데도 주류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민간인 김건희 씨의 숱한 문제에 대해 감시도 비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과로 끝내자’는 식이다. 빨리 사과로 매듭짓고 윤석열 대통령이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더 열심히 ‘내조’하라고도 권한다.
주가조작부터 시작해 선거개입 의혹까지 ‘김건희 사태’는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오히려 언론이 더 철저히 추적하고 파헤쳐 진실을 밝혀야 할 문제다. 이렇게 문제가 많고 그 문제가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주류 언론들은 대통령 부인이 ‘흰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한강에서 대통령 행세 퍼포먼스를 벌이자 이를 ‘민생 행보’라며 받아쓰기만 하고 있다. 구제불능 주류 언론들의 수구기득권 정권을 향한 애완견 노릇이 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 10명 중 7명이 ‘뉴스 보기 싫다’(뉴스회피)고 말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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