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1달러=142엔대에서 149엔대로 급락

이시바 총리 “지금 금리를 인상할 환경 아니다”

미 9월 고용통계 호전, 추가 금리인하 전망 약화

미 경기와 물가, ‘엔 캐리’ 여부가 엔 시세 좌우

지난 1일 새롭게 출범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02. EPA 연합뉴스
지난 1일 새롭게 출범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02. EPA 연합뉴스

지난 1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 취임 뒤 1달러=142엔대까지 올랐던 엔 시세가 7일 한때 1달러=149,10엔까지 급락하면서 조만간 1달러=150엔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엔 시세 하락은, 지난 4일 발표된 미국 고용통계치 상승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일본은행의 금리 추가 인상 전망을 높였던 이시바 총리의 취임 이후 발언이 당장의 추가인상에 부정적인 쪽으로 바뀐 결과, 미일 간 금리격차가 당분간 유지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시장에서 엔 매도, 달러 매수 세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엔은 유로에 대해서도 1유로=163엔대로, 시세가 크게 떨어졌다.

 

치솟는 일본 엔 환율(엔 시세 하락) 그래프. 2022년 6월 16일 촬영.2022.6.16. 로이터 연합뉴스
치솟는 일본 엔 환율(엔 시세 하락) 그래프. 2022년 6월 16일 촬영.2022.6.16.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9월 고용통계 호전으로 추가 금리인하 전망 약화

지난 7월 중순에 1달러=161엔대까지 떨어졌던(환율 상승) 엔 시세는, 그 시기에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8월 초에 발표된 미국 고용통계가 모두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아 미국 경기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엔 매수 달러 매도의 엔 강세로 전환했다. 9월 18일 FRB가 고용상태 악화를 막기 위해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p라는 큰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고 발표한 뒤 엔 시세는 급등했고, 일본기업 주가(닛케이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9월 고용통계는 비농업부문의 취업자 수가 전월 대비 25만 4천명이나 늘어 시장의 예상치(14만~15만)를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미국 노동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올해 안에 FRB가 금리를 대폭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은 사그라들었다.

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주요 통화들에 비해 강세를 나타냈고, 일본 엔에 대해서는 한때 1달러=149엔대까지의 강세를 보여, 엔 시세는 1개월 반 전 기시다 후미오 정권 말기 상황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에 열리는 FRB의 FOMC에서 0.5%p의 큰 폭 금리인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은 사라졌다. 통상적인 0.25%p 인하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아예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새 총리 이시바 “지금 금리를 인상할 환경 아니다”

일본의 새 총리 이시바는 지난 2일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추가 금리인상을 할 환경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당장의 금리인상에 나설 뜻은 없다고 밝혔다. 전임 기시다 후미오 정권 금융정책을 적어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얘기이며, 그만큼 일본경제 펀더멘털(토대)이 당장의 금리인상 리스크(위험)를 감당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시바는 금융정책 정상화(무제한 초저금리정책에서 벗어나는 ‘탈아베노믹스’)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진 않았으나, 이 발언으로 앞으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장벽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확산됐다. 미국의 이번 고용통계 발표는 이런 상황에서 엔 약세, 달러 강세 전망을 한층 더 높였다.

 

이시바 시게루를 총재로 선출한 9월 27일의 자민당 총재선거 사흘 뒤인 30일 일본 도쿄의 증권사 밖에 설치된 전자게시판에 뜬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 환율 변동 그래프. 환율이 급락(엔 시세 급등)하고 있다. 2024.9.30. 로이터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를 총재로 선출한 9월 27일의 자민당 총재선거 사흘 뒤인 30일 일본 도쿄의 증권사 밖에 설치된 전자게시판에 뜬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 환율 변동 그래프. 환율이 급락(엔 시세 급등)하고 있다. 2024.9.30.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경기와 인플레, ‘엔 캐리’ 부활 여부가 엔 시세 좌우

<닛케이>의 7일 기사는 엔 시세와 관련해 앞으로 2가지 사실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면서, 그 하나는 미국 물가 상승(인플레)이 안정적으로 둔화될 것인가, 그리고 또 하나는 ‘엔 캐리 트레이드’(엔 캐리. 초저금리의 엔을 대출받아 고금리의 달러를 사서 차익을 얻거나 투자하는 것)가 다시 시작될 것인가, 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아오조라 은행의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 물가가 진정되면 올해 안에 2차례 금리 인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때의 인하폭은 각각 0.25%p에 그칠 것이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해 인플레 재연 우려가 커질 경우 올해 안에 금리인하는 0.25%p 폭의 한 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엔 캐리와 관련해, 미즈호 은행의 개인상품업무부장은 “3~4% 가까운 미일 금리격차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면 엔 캐리가 부활할 수 있다. 그것을 지켜봐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닛케이> 10월 7일)

집권 뒤 달라진 이시바의 발언, ‘앤 캐리’ 부활 우려

올해 초의 1달러=140엔대에서 1달러=161엔대까지 내려간 엔 시세 하락 배경에 엔 캐리 붐이 있었다. 지금은 엔 시세 변동률이 높은데다 일본은행의 엔 매수 시장개입이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높아 엔 캐리가 다시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엔 캐리 부활 여부가 앞으로의 엔 시세 동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리인상에 긍정적이라고 여겨지던 이시바 총리가 지난 2일 뜻밖에 신중론을 설파한 뒤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추가인상 관측은 퇴조했고, 여기에 미국 경기 낙관론이 우세해지면서 일본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와 일본 주식 구입 때의 환차손 회피(헤지)를 내세워 엔을 매도하는 엔 캐리와 유사한 전략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엔 캐리가 부활할 경우,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조치 뒤 한때 예상됐던 장기 자금의 일본 환류로 엔 강세가 가속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3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금융정책 판단과 관련해 9월 20일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한 사실을 떠올리며 “나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치적인 구두 개입으로 인한 엔 약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겠지만, 이시바 총리의 그런 발언이 미국 고용통계 발표와 맞물려 엔 약세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일본의 통화금융정책을 어렵게 만들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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