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과세원칙 바로잡고 경제 살릴 세금

도입하면 증시 폭락? 사실 아닌 공갈협박

국힘당 '반대'… 민주당에서도 '유예' 목소리

원천징수 ·장기투자 혜택 등은 보완해야

불로소득, 반드시 과세해야 나라 미래 있어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1998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1998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

종부세 일병(一兵)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 종부세 일병이 세상에 처음 났을 때 정말 멋진 세금병(稅金兵)이라 생각했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의 70~80%는 재정이 취약한 비수도권 지역으로 골고루 보내진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도 막을 뿐 아니라 그 어렵다는 지역균형발전도 함께 만들어내는 정말 매력적인 세금병이었다.

종부세 일병의 매력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라도 구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 3~4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리먼브라더스가 한꺼번에 파산했다. 초대형 금융기관이 속절없이 무너졌고 수많은 기업이 파산하며 미국의 실업률은 순식간에 10%를 넘어섰다.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 일병을 강하게 키워내지 못했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부동산 대출을 잔뜩 안고 있던 대형 은행들의 줄도산이 이어졌을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의 파산과 함께 우리 경제 전체가 회복불능 상태로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력덩어리 종부세 일병이 나라까지 구한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못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불리함까지 감수하며, 온갖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며 나라를 살려야한다는 대의(大義) 하나로 노무현 정부는 그렇게 종부세 일병을 지켜냈다.

한 때는 나라를 구했던 그 종부세 일병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일병에 잔인한 칼질을 해대고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 일병을 기어코 죽이겠다는 것이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든 말든, 나라경제가 망하든 말든 부동산 부자들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을 끊임없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폭등하면 나라 경제는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자체는 어떤 산업 생산성도 만들어 낼 수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에 미쳐있는 한 도대체 어떤 기업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미래 먹거리를 위한 R&D에 투자한단 말인가?

 

국민의힘이 지난 8월22일 국회 본관에서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는 극렬한 금투세 폐지론자이지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2022년 금투세 도입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지난 8월22일 국회 본관에서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는 극렬한 금투세 폐지론자이지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2022년 금투세 도입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연합뉴스

종부세 일병에 이어 이젠 금투세 일병(一兵)마저 죽이겠다고 시퍼런 칼을 휘두르고 있다.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일병이 세상에 처음 났을 때 약간의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금투세 일병이 장애를 치료하고 혼자 힘으로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얼마간의 시간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장애를 핑계로 금투세 일병마저 죽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른 이유 없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어가더라도, 나라 경제가 폭망 하더라도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것이다. 또 금투세 일병이 살아남는다면 당당하고 정의로운 세금병으로 성장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땀 흘리지 않고도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부자들의 재산이 줄어들까 두렵기 때문이다.

금투세 일병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대원칙을 갖고 태어난 세금병이다. 땀 흘려 번 돈에 많은 세금이 있듯이 땀 없이 번 돈에도 똑 같은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세금병이다. 경제적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줄여 사회 통합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만들어내겠다는 부국강병 세금병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 동력을 만들어내는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위한 세금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금투세 일병을 구해야 한다. 재정적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100조원, 윤석열 정부 임기동안 270조원에 달한다. 작년 56조원의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된다. 금투세 일병을 구해야한다. 그래야 나라 곳간을 지킬 수 있다. 나라 곳간이 튼튼해야 힘들고 지친 국민들을 보호하고 우리 경제도 살릴 수 있다.

금투세 일병을 구하려면 먼저 선천적 장애부터 해결해야 한다. 제대로 된 수술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 반드시 완치 후에 세상에 나와야 한다. 그래야 금투세 일병이 살아남을 수 있다.

없던 세금이 새로 생기면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선천적 장애로 인해 아군, 적군을 판별하지 못하고 무차별 난사로 아군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금투세 일병은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서 반드시 실력 있는 꼼꼼한 외과 의사의 메스가 필요하다. 선천적 장애만 제거된다면 완치를 넘어 ‘나 금투세 내는 사람이야’하는 자긍심도 갖게 하고, 나라도 구할 수 있는 멋진 세금병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8월11일 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를 유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8월11일 민주당 정책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를 유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일단, 장애도 아닌데 장애로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다. 그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금투세 일병이 세상에 나오면 무조건 우리 증시가 폭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1,400만 명의 일반투자자가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 부자들이 세금 내지 않겠다고, 그래서 금투세 일병을 죽이겠다고 퍼트리는 공갈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주가지수를 비교해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미국,일본, 독일, 영국 모두 우리보다 먼저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모두 우리보다 주식시장이 크고 금융시장도 훨씬 개방적인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의 주가지수를 2022년 5월 10일부터 현재 일까지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 비교해봤다.

굳이 기준일을 2022년 5월 10일로 잡은 이유에 대해선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다. 일본은 45.1%나 올랐다. 독일 36.3%, 미국(다우지수) 28.2%, 영국도 14.2%나 올랐다. 반면에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겨우 4.0%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9.6%나 떨어졌다. 금투세 일병이 세상에 나온 나라들은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오히려 금투세가 없는 우리나라는 변동이 거의 없거나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금투세 일병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겼다거나 증시가 폭락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경제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 예상되면 그 어떤 세금이 있어도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손실이 아니라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원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무장 병원을 불법 운영해 요양급여를 불법 편취하거나, 수백만 원의 명품 백을 뇌물로 받아도 감사의 표시라며 법적 처벌을 받지 않거나, 은행잔고증명서를 불법 위조하는 등 썩어빠진 부정부패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부패만 없어져도 우리 경제는 올바르게 성장하고 우리 주식시장도 크게 상승한다에 500원을 걸겠다.

마지막으로, 금투세 일병의 선천적 장애는 이런 것들이 있다. 꼼꼼하고 실력 있는 외과의사의 수술이 필요하다.

첫째, 부자들의 투자 상품인 사모펀드가 49.5%를 세금으로 내다가 금투세가 도입되면 27.5%로 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 참고로 사모펀드 규모는 600조원이 훌쩍 넘어간다. 공모펀드에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즉, 부자들이 엄청난 감세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수술이 필요하다. 사모펀드 환매, 배당소득은 기존처럼 종합소득세로 종합과세토록 해야 한다.

둘째, 금투세 원천징수 방식이다. 세금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이 줄어 복리효과가 사라진다. 또 신고한 원천징수 1개의 계좌 외엔 5천만 원의 공제혜택이 없다. 일단 100원만 수익이 나도 금투세를 내야한다. 나중에 환급받는 과정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어쩔 수 없이 투자 계좌를 한 곳으로 몰아야한다.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원천징수 방식은 수술해야한다. 연말에 한번 소득을 확정 신고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셋째, 땀 흘려 일하는 서민들의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부양가족 중 100만 원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연말정산시 인적공제를 받을 수 없다. 내 주위에도 공모주 청약을 위해 가족들 이름으로 모두 증권계좌를 갖고 계신 분들이 수두룩하다. 금투세 일병이 오히려 땀 흘려 일하는 서민들을 공격하는 모양새다. 수술이 필요하다. 지금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분리과세처럼 일정 소득까지는 기본공제 대상에서 포함시켜야 한다.

넷째, 장기투자자 혜택이 없다. 단기매매에 치중할 수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일반 개미투자자의 손실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장기 투자자의 세율을 대폭 할인해 줄 필요가 있다. 그 외 증권거래세에 농특세가 여전히 붙어 있는 점,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기간연장 여부, 건강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는 부분도 수술이 필요한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무조건 금투세 일병을 구해야 한다. 이 나라가 피땀 흘려 번 돈에는 많은 세금을 내게 하고, 땀 없이 번 돈에는 세금이 없는 나라로 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서민들은 갈수록 엄청난 세금의 고통을, 부자들은 갈수록 깃털보다 세금이 가벼워지는 나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겠는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서 무조건 금투세 일병을 살려야한다. 저 뒤에 우리의 아이들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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