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종호 씨 지인 변호사로부터 녹음 확보
"사표내지 마라고 했다…내년쯤 별 넷 만들거거든"
위에서 지켜주려 했다고? “그렇지, 그런데 언론이…”
[기사 보강 : 2일 오전 10시 20분]
채 해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해병대 출신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인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의 지난해 8월 9일 전화 통화 녹음을 확보했다. 통화 녹음은 해병대 출신 A변호사가 공수처에 제출한 내용이다.
녹음엔 A변호사가 "그 (해병대)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고 하자, 이 전 대표가 해병대 출신 전직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 씨에게서도 전화가 왔다며 "절대 사표내지 마라, 내가 VIP(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을 지칭)한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 전 대표는 녹음에서 임 전 사단장의 진급에 대해 "원래 그거 별 3개 달아주기로 했던 거잖아"라며 "아마 내년쯤 발표할 거거든, 별 4개 만들거거든"이라고 한다. 해병대는 최고위 장교인 해병대사령관이 3성 장군인데, 4성 장군까지 진급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A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성근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쪽에서?"라고 하자, 이 전 대표는 "그렇지, 그런데 이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라고 한다. 통화가 이뤄지던 당시는 채 해병 순직 사건으로 임 전 사단장의 거취가 논란이 됐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언론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지난 3월 4일 A변호사와 통화에서 "괜히 끼어들었다"며 "(임 전 사단장이) 사표쓰고 나간다고 할 때 내버려 둘 걸. 이 X 말 들으면 이 X 말이 맞고 저 X 말 들으면 저 X 말이 맞고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컨트롤 타워'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A변호사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 송모 씨, 현직 경찰 등이 있는 해병대 출신 카카오톡 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임성근 구명 로비의 '고리'로 지목됐다.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의 골프 모임은 계획대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민들레>가 입수한 포항 군 골프장 이용내역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골프를 추진한 날 임 전 사단장이 골프장을 이용한 기록이 확인됐다. 골프장 이용 특성을 고려할 때, 이 전 대표 쪽과 골프 약속을 잡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입법 청문회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한 번도 골프를 친 적도 없고,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 전 대표가 "사표내지 마라"고 말했다는 등 임 전 사단장과의 친분 관계가 추가로 드러난 만큼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의 통화 녹음 관련 보도가 나간 뒤, 입장문을 내고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임성근)로비설의 주인공격인 송모 씨와 이종호 씨는 이종섭 전 장관이 기존 결재를 번복한 2023년 7월 31일 미상 시각까지 이 장관의 결재 내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송 씨든 이 씨든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으며 통화 내용도 짜깁기라고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임 전 사단장이 실제 이 전 대표를 통해 구명 활동을 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발언이 허풍이거나 대통령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뺄 것과 넣을 것을 구분해 공적 수사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수사팀이 청문회 때 나온 얘기부터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을 살펴보고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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