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과거 당 폄훼 발언 보도됐을 땐 국힘 잠잠

"이놈 새끼들 개판 치면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없어져야" 공개 발언도

김병주 "정신 나간" 표현엔 국힘 "징계" 아우성

박찬대 "생억지를 부려…윤 대통령도 제명하라"

정신장애인 비하? 4년 전 한동훈도 같은 표현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국민의힘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7.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국민의힘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7.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측이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도 없는 막말"이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향해 "쥐약 먹은 놈들"이라고 표현했던 사례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 의원이 "국민의힘 논평에서 어떻게 한·미·일, 일본과 동맹이라는 말을 쓰느냐"며 타당한 비판을 했음에도 국민의힘은 거당적으로 울분을 터뜨리면서 국회에 김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까지 제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이틀째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러나 김 의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위가 높았던 윤 대통령의 '쥐약' 발언이 공개돼 언론에 보도됐을 때는 국민의힘 의원 중 누구 하나 항의하고 나서는 사람 없이 쥐 죽은 듯 조용했던 바 있어 두 상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이중잣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7월 국민의힘 입당 직전 여권 관계자 A 씨와의 통화에서 입당에 관해 논의하며 국민의힘을 거칠게 폄훼하는 발언을 쏟아냈었다.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가 단독 입수했던 녹취에 따르면 주요 대목은 다음과 같다.

"국힘 안에서도 많은 의원과 또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당원들이 빨리 들어와서 국힘을 접수해서, 이게 지금 이준석(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입니다. 3개월짜리."

"국힘이라는 당이 좋아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예 (대선 경선) 1차부터 들어가서 뛰겠다고 하는, 그것도 설득력이 있어요. 그러고 이거를 밖에서 국힘이라는 게 어디 쥐약 먹은 놈들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국힘 싫어하는 거 제가 100배 알고 저는 선생님보다 국힘 더 싫어해요. 제가요,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해요."

"만약에 이놈 새끼들 가서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입당 이후인 2021년 10월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도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는 같은 취지의 말이지만 김병주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보다 발언 강도가 훨씬 세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향해 '해당 행위'에 가까운 적나라한 언사를 구사한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당내에서 '징계' 운운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7월 국민의힘 입당 직전 여권 관계자 A 씨와의 통화에서 했던 발언 녹취록.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7월 국민의힘 입당 직전 여권 관계자 A 씨와의 통화에서 했던 발언 녹취록.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7월 국민의힘 입당 직전 여권 관계자 A 씨와의 통화에서 했던 발언 녹취록.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7월 국민의힘 입당 직전 여권 관계자 A 씨와의 통화에서 했던 발언 녹취록.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억지 부린다고 해병대원 특검법을 막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상임위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서 대정부 질문도 파행으로 몰아갔다"며 "대정부 질문을 방해하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도리어 우리 당 김병주 의원이 사과하지 않으면 본회의를 못 연다고 생억지를 부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존재해도 '한미일동맹'이나 '한일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호시탐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우리가 동맹을 맺을 일이 있나? 이참에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자는 건가 뭔가?"라면서 "그 논평 수정하라고 했더니 수정은 안 하고 오히려 잘못을 지적한 우리 당 김병주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국민의힘이 김병주 의원을 제명시키겠다고 하던데, 그럼 '국민의힘은 쥐약 먹은 놈들'이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도 제명하라"고 일갈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을 꼬투리 잡아서 파행시키는 이유가 해병대원 특검법 통과를 막기 위한 속셈이라는 것을 초등학생도 안다. 나라를 위해 쓰라고 국민이 빌려준 권한으로 국민과 맞서는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국민을 화나게 하고, 얼마나 더 피멍 든 유족들의 가슴을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지금처럼 민심을 거스르며 대통령 부부 방탄에만 목을 매다가는 정권 전체가 난파하게 될 것임을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아무리 한미동맹이 중요하더라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정책은 대한민국의 군사주권 측면에서 자존심과 국익, 그리고 국가 존립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과 한국이 군사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 군대가 한국 영토에 들어와 있어도 된단 말인가? 이러니 토착 왜구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20년 2월 검찰총장과 부산고검 차장 시절의 윤석열과 한동훈. 한동훈은 이 당시 사무실을 찾아온 채널A 이동재 기자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눈 바 있다.2020.2.13(연합뉴스)
2020년 2월 검찰총장과 부산고검 차장 시절의 윤석열과 한동훈. 한동훈은 이 당시 사무실을 찾아온 채널A 이동재 기자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눈 바 있다.2020.2.13(연합뉴스)

한편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 표현이 정신장애인을 비하한 것이라는 주장도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김예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병주 의원을 겨냥해 "'정신이 나갔다'라는 표현은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인 것 알고 계신가"라며 "차별 발언을 반성하고, 다시는 이러한 장애 차별적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신 나간이라는 표현을 빌미 삼다니. 정신 나간은 관용적 표현이고 외교의 중차대한 문제를 다루는 상황인데 아무 때나 PC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정신 나간은 과거 이동재 기자와의 대화 녹취록에서 한동훈 위원장도 썼던 표현인데, 한동훈계로 갈아타려면 한동훈 후보부터 교정해 보라. 그건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2020년 7월 21일 직접 공개한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한 검사장은 같은 해 2월 13일 부산고검 차장실에서 이 전 기자를 만났을 때 "아니 그럼 안 한다고 거절하지, 그럼 하겠다고 정신 나간 사람이 어딨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본회의장에서 상대 당을 싸잡아 정신이 나갔다는 표현을 한 김병주 의원도 물론 잘못이다. 그러나 이걸 가지고 장애인 비하로 몰고 가는 것 또한 과하다"며 "그럼 가수 이승기의 노래 '정신이 나갔었나봐'도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인가? 일상적인 표현에도 차별과 혐오 딱지를 붙이는 김예지 의원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까 두렵다"고 반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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