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 했는데…국힘 항의에 대정부질문 파행
김병주 "침략 야욕 가진 나라와 무슨 동맹이냐"
국힘 사과 요구에도 김병주 "국힘이 사과하라"
국힘, 침대 축구?…"사과 안하면 본회의 안 된다"
김병주 "내가 왜 사과하나…국힘, 선진화법 위반"
[기사 종합 : 오후 10시 5분]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다. 미국과 일본도 동맹이다. 그러나 한·일은 동맹이 아니고, 한·미·일도 동맹이 아니다. 한·일은 적절하게 협력하고 있을 뿐이다.
2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는 '한·미·일 동맹'이라는 단어를 두고 여야가 격돌하면서 회의가 멈춰섰다.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쓴 국민의힘을 향해 "정신나갔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를 하면서 본회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동맹' 발언의 시작은 김 의원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문답에서였다.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일본과의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그런 것을 얘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안보 체제도 우리 국민들의 전체적인 컨센서스(합의) 위에 바탕을 둬야 한다"며 "아직 일본과 우리가 동맹 관계로 가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이어 "우리가 한미 간에 동맹을 더 강화하고, 우리의 연합체제를 강화하고, 그러나 일본과는 적절한 수준에서 협력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님께서 더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은 동맹이 아니고 국민들도 일본에 대한 군사적 거부감이 있는 만큼 적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김 의원도 "모처럼 총리님이 정확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우리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되 한·일관계는 개선하고 적절점을 유지해야지, (일본과) 동맹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고, 한 총리도 "제가 그거 다 대장님(김병주 의원 지칭)한테 배운 거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한 총리의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들 일부가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힘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면서,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지난달 2일 국민의힘 논평과 지난해 3월 8일 국민의힘 출신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문구를 올렸다.
김 의원이 제시한 지난달 2일 국민의힘 논평에는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입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홍준표 시장 페이스북에는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해법은 북핵과 안보가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고육지계 보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논평에서 어떻게 한·미·일, 일본과 동맹이라는 말을 쓰냐"며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도에 대한 영토적인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 일본과 어떻게 동맹한다는 것이냐"고 호통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신나갔다'는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며 항의했고, 일부 의원들은 책상을 치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저는 평생을 군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서 목숨바치겠다고 했다. 일본은 영토적인 야심이 있는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한다는 단어를 썼는데 정신이 안 나갔냐"면서 "사과할 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국민께 백배 사과하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더 거세지자, 민주당 의원들도 "사과하지 말라"며 김 의원을 두둔했다.
대정부질문 사회를 보던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나섰지만, 중재에는 실패했다. 주 부의장은 "조금 심한 발언 같은데 사과하겠느냐. 과한 말씀인 것 같은데 사과하고 진행하라"고 말했지만, 김 의원은 "일본과의 동맹에 대해선 사과할 필요가 없다"면서 거부했고,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결국 주 부의장은 대정부질문 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오후 5시 51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언대 주변으로 몰려나와 김 의원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는 표현을 두고 "부끄러운 줄 알라" "창피하다"면서 거세게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함께 나와 김 의원을 둘러싸며 "일본과 동맹을 맺자는 게 정신 나간 것이지 제정신이냐"고 맞섰다. 여야 의원 수십 명이 단상에 몰려나왔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사과가 없으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회 뒤 기자들과 만나 "김병주 의원을 막말 등을 이유로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면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중히 사과를 해야되고, 저희들은 반드시 사과를 받아야 정상적인 본회의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의 사과는 명분일 뿐, '채해병 특검법'과 '방송3법 및 방통위법 개정안' 처리를 늦추려는 국민의힘의 의도적인 '지연 전략' '침대축구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본회의 시작부터 '지연 전략'으로 나왔다. 당초 본회의는 오후 2시 개의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정부질문 이후 채해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것이 관례에 맞지 않는다며 국회의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항의했다. 이들은 "이재명의 꼭두각시 우원식은 집에 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한 뒤, 의원총회를 열어 회의 참석을 늦췄고, 결국 본회의는 오후 3시 33분에야 개의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대정부질문 뒤 예정된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개시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는 만큼 '토론 종결권'을 쓰고 특검법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나머지 법안 처리와 대정부질문 일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회기에서 방송3법 및 방통위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도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방송3법 및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도 예고하고 있고, 다음 주 양당 교섭단체 연설 등 일정까지 고려하면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본회의 속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사과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저녁에 이뤄진 여야 간 협상도 평행선을 그렸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자정이 넘어가면 본회의가 자동으로 산회하는데 현재로선 속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병주 의원 사태와 관련해서 여야가 결국 사고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국회 파행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야유와 함성으로 대정부질문을 멈추게 했다. 국민의힘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관례'를 따져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대정부질문을 방해한 이유는 더욱 황당하다"며 "국민의힘이야말로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존재해도 한·미·일 동맹이나 한·일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동맹이며, 일본은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층위를 가진 동반자 관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국민께서 보시기에 한일 관계를 '동맹'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이에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 중 어느 쪽이 문제일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 복무 중이던 해병대 장병이 목숨을 잃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법안은 '거부권'과 '필리버스터'까지 불사하는 국민의힘이 일본에 대해서라면 '관례'도, '상식'도 저버리는 것을 국민께서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동맹은 정신 나간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사과 요구에 대해 "적반하장격"이라며 "보수당이라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일본과 동맹한다고 하고 사과하라고 하나. 사과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고성으로 질의도 못했다. 부의장에게 여러 번 요청했는데도 안 됐다"며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할지 법적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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