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침대축구' 사흘 만에 채해병 특검법 통과
본회의 시작부터 드러눕더니 회의장서도 쿨쿨
'토론 종결권' 쓰려고 하니 "발언 막지 마라" 반발
필버는 왜 한 건가…국힘 표결 참여는 달랑 두명
"개원식도 안 간다, 대통령 못 오게 하겠다" 몽니
4일 오후 '채해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가 열린지 사흘, 50여 시간 만이다.
채해병 특검법 통과에 수십 시간이 걸린 것은 국민의힘의 '지연 전략' '침대축구 전략' '방해 전략' 때문이었다.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고려해도 이틀이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사진행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여당이 반대하면서 시간만 흘러갔다. 표결하는 순간까지도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자리에 없었다. 해병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한 집권 여당에 도대체 어떤 진심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 의사일정에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과 채해병 특검법을 올렸다. 그러나 당일 본회의는 시작부터 90여 분 지연됐다. 대정부질문 이후 특검법을 처리하는 게 '관례'가 아니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실 앞 복도까지 점거하고 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장실 앞 시위에 이어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고 참석을 늦췄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본회의에서도 채해병 특검법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한국과 일본이 동맹이라고 한 국민의힘 논평에 대해 "정신나갔다"고 비판하자, 국민의힘이 이를 꼬투리 잡아 의사일정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김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여야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첫날 본회의는 속개되지 못하고 끝났다.
전날인 3일 채해병 특검법이 상정되자마자 국민의힘은 예정된 대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사실상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려는 목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필리버스터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반대토론으로 시작됐지만, 토론이 진행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같은 당 김민전, 최수진 의원이 '꿀잠'을 자는 모습이 <오마이뉴스> 유튜브에 그대로 생중계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입을 벌리고 자다가 동료 의원이 깨워주는 모습까지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럴거면 왜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이냐" "필로우(베개)버스터냐"는 비판이 나왔다.
'꿀잠'이 문제가 되자, 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 의원은 "우리 당이 국민에게 호소하는 자리에서 제가 너무 피곤해서 졸았다"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당 최고위원 후보인 김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정말 부끄러운 일" "너무 민망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그 전날도 밤늦게까지 (국회) 대기를 했다. 주경야독하는 입장"이라며 "전날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도 있고 여러 일들이 많이 겹쳐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필리버스터 도중에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하는 의원들에게 '일시 퇴장' 지침을 내렸다고 했지만 '꿀잠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도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반대토론하는 도중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이 눈을 감고 잠자는 모습이 <오마이뉴스> 카메라에 포착됐다. 누리꾼들도 이제 누가 의회에서 자는지 혹은 스마트폰을 하며 딴짓을 하는지에만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과거엔 국민들이 토론 과정을 밤새 지켜보면서 이른바 '필리버스터 주인공'을 만들기도 했다.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 동안 쉬지 않고 발언해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2020년 12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한 반대토론 당시에도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최장 기록인 12시간 47분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필리버스터는 과거 사례에 비하면 여당 내에서도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필리버스터 도중 같은 당 의원조차 '꿀잠'을 자는 데 일반 국민들이 여당의 반대토론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의 주장 역시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미 국회에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여당의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이날도 국민의힘은 특검범 표결 직전까지 '지연 전략'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무제한 토론 24시간이 지나 토론 종결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발언을 멈추지 않아 의사일정이 미뤄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만 발언하라"고 항의했지만, 곽 의원은 "표결할 때까지 나한테 발언권이 있다"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사실상 의도적인 지연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발언을 마무리하라고 10분 정도 시간을 더 주고 곽 의원의 발언을 중지시켰지만, 국민의힘은 "발언을 끝까지 하게 하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의장이 있는 단상으로 몰려와 팔뚝질을 하며 국회의장에게 "물러가라" "사퇴하라"라고 시위했다. 필리버스터 중 '꿀잠'을 자던 의원들도 시위 대열에서 목격됐다. 사실상 물리력을 동원해 의장을 압박한 셈이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고 "탄핵중독 입법폭주 민주당은 각성하라" "이성잃은 정치폭력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내일(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 불참 의사도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반성 없이 국민의힘은 내일(5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여당은 내일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지 마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190명에,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특검법이 통과됐다. 투표도 하지 않을 국민의힘이 24시간 넘게 반대 토론을 했느지 의문이 드는 장면이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와 김재섭 의원이 표결에 참석했는데, 안 의원은 찬성을 했고, 기존에 찬성 입장을 밝힌 김 의원은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1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채해병 특검법 통과로 7월 임시 국회 '1라운드'가 겨우 끝난 모습이지만, 윤석열 탄핵소추안 국민동의청원, 방송3법 및 방통위 법 개정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전 대전MBC 사장) 인사청문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안 조사 등 과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지연, 방해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민주당의 원내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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