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지배구조 아시아 12개국 중 8위

소액 주주 위한다면서 친재벌 정책 고수

“지배주주로 편중된 구조 바꾸는 게 핵심”

“단편적 제도개선보다 중장기 로드맵 필요”

“윤석열 정부의 거버넌스 정책은 단편적이고 모순적이다.”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가 지난해 말 발표한 ‘CG Watch 2023’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대해 내린 평가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24일 이 보고서를 '이슈&분석'에서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CG Watch 2020’ 이후 3년 만에 발간된 국가별 평가 보고서인데 한국편은 ‘디스카운트의 해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평가점수는 57.1점으로 12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0년 9위에서 한 단계 올랐으나 여전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 기업의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속도와 대조된다. 일본은 수년간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7위에서 2020년 5위, 2023년 2위로 올랐다. 일본은 금융당국과 GPIF(일본의 국민연금)가 주도하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과 관여 활동 활성화, 주주행동주의의 증가 등으로 투자자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경제개혁연구소는 설명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4.5.2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4.5.2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한국은 정부·공공거버넌스(4위→6위)와 규제기관(6위→7위) 분야에서 순위가 떨어졌고 상장회사(10위→8위)와 거버넌스 제도(10위→9위) 분야는 2020년에 비해 올랐다. 그렇지만 이들 분야는 여전히 하위권이다. 유일하게 투자자(3위) 분야에서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절대 점수(56%)는 호주(69%), 일본(65%)과의 격차가 크다.

CG Watch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평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정치적 힘으로 작용해 정부의 거버넌스 개선 조치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연대하고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이와 반대로 윤석열 정부의 거버넌스 정책은 단편적이고 모순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의무 공개 매수제도 도입과 기업분할 시 소액 주주 보호 방안, 전자주주총회 도입, 자사주 남용 방지 대책 등 개인투자자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일부 지배주고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재벌기업에 우호적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총수 사면과 ESG 공시 연기 등이 대표적이다. KT와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기업가치 제고 즉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환영하지만 이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라는 점도 짚었다. 보고서는 “재벌들이 가치상승을 원했다면 자발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어느 투자자의 말을 인용하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포이즌필이나 복수의결권 주식 등을 넣기 위해 재벌들이 로비를 벌여 기존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한국 홍콩 일본 기업거버넌스 순위 추이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한국 홍콩 일본 기업거버넌스 순위 추이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아시아 12개국의 기업거버넌스 순위. 
 자료 : 경제개혁연구소. 아시아 12개국의 기업거버넌스 순위. 

CG Watch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려면 향후 3~5년에 걸쳐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혁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자본시장 선진국들과 비교해 낙후한 주주 권리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지금처럼 단편적인 정책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뒤죽박죽 얽혀 있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CG Watch 보고서는 주요 거버넌스 개선 과제로 △자사주 규제 강화(자사주의 조속한 소각,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방어하기 위한 자사주 보유 금지, 자사주 활용 계획 공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협력적 관여 활동, 기업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 이해 상충의 관리와 공개) △주주총회 제도개선(주주총회소집 공고 기간 연장, 정기주주총회 분산 개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 전 상장회사에 주주총회 표결 및 표결결과 공시의무 부과) 등을 권고했다.

CG Watch는 2년 후인 2025년 평가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력을 잃거나 후퇴하는 경우 △주주행동주의에 탄력이 붙지 않거나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소액 주주들의 거버넌스 개혁 요구가 감소하는 경우 △밸류업 정책에 포이즌필 또는 복수의결권 도입이 포함되는 경우 △의무 공개 매수 제도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거나 미뤄지는 경우 △ESG 공시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지속되는 경우 한국의 점수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