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균열로 급부상한 김건희…언제까지 잠적?
김건희 '역린' 건드리면 친윤 검찰 인사도 단칼
민정수석, 검찰 고위직 인사로 활동 발판 마련
시기 저울질하는 용산…조만간 활동 재개 전망
용산 대통령실과 검찰의 '균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통령 뒤에서 '상왕' 노릇을 한다고 비판받아 온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용산-검찰 갈등의 시작이 김건희 씨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법무부의 느닷없는 검찰 고위직 인사 단행으로 급부상한 용산-검찰 갈등의 핵심은 김건희 씨 수사였다. 법조계, 정치권에선 이원석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씨 소환을 시도하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 2일 이 총장의 '명품백 수수 전담수사팀' 지시였다. 이 총장은 송경호 서울지검장에게 명품백 전담팀 구성과 신속한 이행을 지시했고 이는 그대로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대통령실은 법무부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송 지검장을 비롯해 김건희 씨 수사를 담당하는 김창진 중앙지검 1차장, 고형곤 4차장까지 모두 교체했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의논해야 하지만 이 총장은 사실상 '패싱'됐다. 이 총장이 김건희 씨 수사 지시를 한 지 단 11일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된 일이었다. 김건희 씨의 존재감이 또 한 번 확인된 순간이었다.
장막 속에 있지만 보인다
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뒤 152일째 공개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하듯 김 씨는 지난 총선 투표도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사전투표를 비공개로 했고, 지난달 루마니아 대통령 방한 당시에도 영부인간 외교 활동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부쳤다. 그러나 5개월째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그의 영향력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선을 앞두고 터진 윤석열-한동훈 갈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지만,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용한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명품백을 받은 김 씨를 단두대에서 처형 당한 '마리 앙투아네트'로 비유하면서 '역린'을 건드렸고 한 전 위원장 사퇴 압박까지 이어졌다는 게 여의도에선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그리고 김건희 씨의 다시 한 번 영향력이 확인된 것이 이번 용산-검찰 갈등이었다. 김건희 씨의 역린을 건드리거나 눈 밖에 나면 '친윤' 인사들도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여기에 민정수석실이라는 '방패'까지 얻으면서 더욱 거칠 게 없어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설치에 대해 "민심을 더 깊이 듣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김주현 민정수석 임명 엿새 만에 단행된 검찰 인사는 대통령실이 김건희 사법 리스크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만 방증했다.
방탄 정권과 김건희 몸풀기
대통령실이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정기관 줄세우기를 하며 사실상 '김건희 방탄 모드'에 돌입했고, 윤 대통령도 "정치공세"라며 '김건희 특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김건희 씨가 외부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이 하나하나 마련되면서 조만간 잠행을 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대적인 검찰 인사로 김건희 씨 수사가 한동안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총선 이후 급전직하했던 대통령 지지율도 조정기를 거치며 안정을 찾아가는 점 역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갤럽 조사에서 24%대로 횡보를 하고 있고,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선 30%대로 회복하는 등 여론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김건희 씨의 활동 재개가 임박했다는 관측과 함께 6월 이후 국외순방 계기에 외교를 명분으로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섞여나온다.
대통령실도 계속해서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대통령실 어린이날 행사,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 등을 계기로 김건희 씨의 외부활동 재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건희 씨가 이미 물밑에서 외부 인사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야당이 김건희 특검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여론을 의식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비공개 활동 뒤 사후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공개하거나, '언론 흘려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여론 떠보기에 나설 수도 있다. 김건희 씨는 잠행 중이던 지난 2월 윤 대통령,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 배우 이정재와의 관저 초청 오찬에 동석했지만, 기념사진에선 빠지는 방식으로 활동을 알린 바 있다.
김건희 '깨알' 홍보하는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부처님 오신 날인 이날(15일)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홀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는 지난해 신년대법회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고,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자승 스님의 분향소에 들러 함께 조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불교계에 공을 들여온 만큼 김건희 씨가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김 씨는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실은 김건희 씨를 '깨알' 홍보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 자료를 내고 대통령과 불교계의 법요식 사전 환담 내용을 전하면서, 진우 스님이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고려시대) 사리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는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반환 논의의 재개를 적극 요청하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셔서 모셔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며, 김건희 씨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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