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편집국 압수수색 벌인 지 1년 3개월 만

"희생자 이름은 유가족의 개인정보"라는 이유

민들레 편집인, 전 더탐사 공동대표 함께 넘겨

진상 규명 위한 이태원특별법은 통과됐는데

경찰이 시민언론 민들레의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10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민들레의 김호경 편집인과 시민언론 더탐사의 최영민 전 공동대표를 지난 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또 양벌규정을 적용해 민들레와 더탐사 법인도 함께 송치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자 희생자 명단 공개가 유가족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고 봤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희생자의 이름이 유가족의 개인정보에 해당되는지는 큰 의문이다. 명단 공개가 "반인권적이고 2차 가해"라며 시민언론 민들레를 처벌해달라고 한 고발인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팬 카페 건사랑을 비롯해 신자유연대, 새희망결사단, 그리고 법세련 대표 출신 이종배 서울시의원 등 극우보수 또는 어용 성향이다.

민들레에 대한 검찰 송치는 경찰이 지난해 1월 26일 서울 공덕동 민들레 편집국 압수수색을 벌인 지 1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경찰은 30여 명의 인원을 동원해 8시간 넘게 민들레 사무실을 수색했다. 이날 김호경 편집인의 주거지까지 찾아와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한편 경찰은 희생자 실명이 서울시에서 무단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자를 찾지 못해 일단 '수사중지' 처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성명불상 상태에서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며 "현재 서버 추적을 위해 사법 공조를 요청했는데 회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일단 수사중지 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희생자 명단을 무단으로 유출한 공무원을 찾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1월 26일, 경찰이 기습적으로 시민언론 민들레 사무실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이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항의 방문하여 “언론탄압 중단하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KBS 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1월 26일, 경찰이 기습적으로 시민언론 민들레 사무실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이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항의 방문하여 “언론탄압 중단하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KBS 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2022년 11월 14일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주일 뒤에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게재했다. 민들레는 당시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한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도록 했다.

당시 민들레는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명단 공개 이유를 밝혔었다.

이 설명대로 민들레의 희생자 명단 공개는 참사 발생과 이후 2주일여간 대응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과 부실, 나아가 은폐에 대한 '긴급행동'적인 보도 행위였다.

유족들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유가족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죽음이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선다, 이 사회 전체가 희생자들과 한 가족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밝혔었다. 또 “개별적으로 연락, 접촉하는 것은 오히려 실정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사정도 있었으며 자신의 가족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책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이해와 공감을 보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들레의 명단 공개와 같은 ‘긴급행동’이 요청됐던 2022년 11월의 상황은 참사 발생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는 현실로 이어졌다. 지난 2일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552일, 1년 6개월여 만에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유가족들은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의 첫 걸음을 뗀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 법의 국회 통과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특별법 제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지난해 12월 혹한의 강추위 속에 국회 앞에서 특별법 본회의 촉구 오체투지를 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벌인 데 힘입은 결과였다.

유가족들은 "윤석열 정부는 진상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 및 출석 등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고 어떤 것도 감추거나 축소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22년 10월 29일 이 참사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159명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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