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보증보험 사고액 1조4천억…최대치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변제도 51% 늘어
전세 사기 피해자 1만5천명…구제 시급
경실련 “임대인의 반환보증가입 의무화”
올해 들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중엔 부동산 가격 침체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깡통전세 사례도 있으나 전세 사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17일에도 한국외국어대와 경희대 학생 80명 이상이 전세 사기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학생들이 계약했던 건물 일부가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1인당 5000만 원에서 2억 원 이상 피해를 봤다고 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전세제도가 지속되는 이상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을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반환보증가입을 의무화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근절특별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빈곤사회연대 등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도 5월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 법안은 ‘선구제 후회수’를 위해 공공재원을 투입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 4354억 원, 사고 건수는 6593건에 달했다. 1월 2927억 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보증사고 규모가 80%(6381억 원) 급증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세 보증 사고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세보증금 사고액은 4조 3347억 원, 사고 건수는 1만 9350건이었다. 전세보증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지난해 집행한 대위변제액은 3조 5540억 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은 8842억 원, 대위변제 건수는 4020건이다. 작년 1분기 대위변제액 5865억 원보다 50.8%(2977억 원) 늘었다.
대위변제액이 폭증하면서 HUG의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손실이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이 본격화한 2022년 4분기 전까지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1억 6868만 원으로 2년 전 3월보다 6.8%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도 3월 기준 3억 7313만 원으로 2년 전보다 16.9% 떨어졌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 8598억 원으로 2022년 4087억 원 순손실을 본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는 1993년 HUG 설립 이후 최대 적자다. HUG는 대위변제 후 보증 사고가 발생한 주택을 매각하거나 경매에 넘겨 돈을 회수하는데 부동산 침체기에는 보증해준 돈을 모두 회수하기 어렵다.
HUG 문제와 함께 전세 사기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도 난제다. 민주당은 먼저 피해자를 구제하고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특별법’ 개정안을 5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금이 들어간 공공재원으로 회수가 쉽지 않은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하는 것에 정부와 여당이 반발하고 있어 실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해당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총선 직전인 지난 2월 27일 무기명 투표를 거쳐 재석 18인 중 찬성 18인으로 해당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 요구하는 건을 가결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용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가 재정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 사기 피해지원위원회를 통해 인정받은 전세 사기 피해자는 총 1만 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임차보증금은 3억 원 이하며 이 중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가 5255건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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