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2대 국회로 안 넘기고 조만간 통과시키기로
'디데이' 5월 2일 유력…국힘서도 찬성 확산 주목
"국정 쇄신의 시금석…거부권? 정말 파국 맞을 것"
의원‧당선자 대규모 기자회견…"거부는 총선 불복"
조국혁신당도 지지…"힘 보태겠다" "미룰 이유 없어"
윤석열, 16일 입장 밝힐 예정이지만 별 기대 못 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을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확고하게 정했다.
이 법안이 '정권 심판'이라는 총선 민의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일(5월 29일)도 44일이나 남아 있는 만큼 22대 국회로 공을 넘기지 않고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디데이(D-Day)'로는 5월 2일이 유력하다. 박성준 대변인은 "5월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원하는 민의가 총선에서도 반영됐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도 민의를 저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총선 참패 뒤 채 상병 특검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어 여야 합의로 처리될지 주목된다. 만약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어떤 반성도, 국정 쇄신 의지도 전무하다는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어서 탄핵소추안 발의를 비롯한 '제2의 정권 심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15일 총선 이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21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일하는 국회, 책임을 다하는 국회로 운영하려고 한다. 아직 임기가 한 달 이상 남은 상태"라며 "여당과 국회 일정 협상에 바로 착수하겠다. 특히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채 상병 특검법이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는데 총선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확언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수용 여부는 국정 쇄신의 시금석"이라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털지 않는다면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21대 국회에서 당장 처리가 가능하다. 나라를 지키려고 입대했다 숨진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반대할 아무런 명분도 없다"면서 "국민은 총선을 통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다시 국민의 뜻을 거부하려 든다면 그때는 정말로 파국을 맞게 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차마 거부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압박했고, 장경태 최고위원도 "남은 대통령 임기가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키고 싶다면 더 이상 국민 심판을 거부하지 않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국회 소통관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과 당선자 50여 명이 모여 채 상병 특검법의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를 촉구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청래·박찬대 최고위원과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부승찬·이용우·채현일 당선자, 그리고 낙선한 송기호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문에는 민주당 의원 117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회견에서 "국민께서는 이번 총선으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매섭게 심판하셨다. 그 심판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채 상병 사망 사건"이라며 "대한민국 장병의 억울한 죽음과 수사 외압 의혹, 거기에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도피성 출국, 이후 25일 만의 사퇴까지 대한민국의 상식이 무너지는 장면을 똑똑히 목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에게 요구한다.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자.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며 "만일 이 기회를 차버린다면 총선 패배가 아니라 더 큰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진표 국회의장님께도 간절히 부탁드린다. 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면서 "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느냐, 마느냐는 21대 국회가 할 일을 하는 국회였는가, 아닌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총선 민심 수용 여부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하다.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한다는 것은 어쩌면 '총선 불복'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남발 버릇을 고치고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수용하기 바란다"고 거듭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 내용을 채 상병 특검법에 반영해 하나로 합친 수정안 처리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의견에 반해 법무부와 외교부 등이 이 전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조직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당론으로 이종섭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수정안을 발의해 이 전 대사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도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지에 관해 "현재 문구상으로는 포함된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역시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대해 민주당과 같은 입장이다. 김보협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굳이 22대 국회 개원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종섭 특검법의 주요 내용을 채 상병 특검법에 추가해 처리해도 된다"면서 "제1당인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주도해주길 바란다. 조국혁신당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국 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국혁신당이 참여하지 못하지만, 21대 국회 임기 내에서 본회의를 통과시켜야 한다. 미룰 이유가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또 거부권을 오남용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4·10 총선 결과로 정부‧여당에 경고장을 꺼내든 민심을 확인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적어도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는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 사하을에서 당선돼 6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채 상병 사건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수도권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패했던 부분에 채 상병에 대한 내용도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법 처리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안철수 의원도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한지아 당선인도 KBS 라디오에서 "민의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따라야 하지 않을까"라며 "젊은 장병이 희생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해 사실상 특검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중진 당선인 회의를 연 뒤 기자들이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 처리 계획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회의장이 오늘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안다"며 "출장을 마치고 오면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과 만나 의사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 관련 입장을 처음으로 직접 밝힐 예정이다. 여기서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야당과의 협치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간 윤 대통령이 표리부동하고 기만적인 언행으로 일관했던 숱한 전례를 고려할 때 큰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야권이나 시민사회에서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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