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돈봉투 의혹’ 한달 됐는데 뒤늦게 공천 취소
박덕흠·김형동 등 곳곳서 선거법 위반 논란 불거져
도태우 5·18 막말엔 ‘사과 진정성’ 운운하며 공천 유지
부산 내려간 한동훈, ‘난교’ 장예찬 “뽑아달라” 호소
성일종 ‘이토 히로부미’ 이어 조수연 ‘친일 발언’ 파문
2018년 이부망천 2020년 세월호…수도권 참패 재연되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부하던 ‘시스템 공천’을 통해 공천 받은 후보들이 각종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돈봉투 수수 의혹이 불거진 현직 국회 부의장 정우택 의원(5선)의 공천을 취소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습이지만, 후보들의 각종 의혹과 함께 막말 파문까지 일면서 걷잡을 수 없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14일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의원의 충북 청주상당 공천을 취소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1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불과 닷새 전까지 정 의원의 공천에 대한 이의 제기에 “객관성이 없다”고 기각하면서 두둔했다. 하지만 돈봉투를 건넨 사업가에게 “돈 돌려받았다고 인터뷰하라”고 종용한 정 의원 보좌관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판단을 번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돈봉투 의혹은 정 의원이 사업가 A씨로부터 돈봉투를 받는 장면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충북인뉴스>가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정 의원은 CCTV에서 벗어난 장소에서 봉투 속 내용물은 확인해보지도 않고 곧바로 돌려줬다며 총선을 겨냥한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또 돈봉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신원미상 제보자 등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충북인뉴스>와 <뉴스타파>는 전날(13일) 정 의원 보좌관이 A씨에게 특정 언론사를 지목하며 “돈봉투를 돌려 받았다”는 내용으로 인터뷰 해 줄 것을 종용한 녹취를 공개했다. 또 이날 “의원님(이) 제일 필요한 건 현금이지 뭐, 그러니까 왜냐하면 자기가 그렇게 의정 활동하려면 필요한 게 많은데”라며 추가 현금 상납을 요구한 정황을 보도했다.
A씨는 이미 정 의원과 보좌관에게 4차례에 걸쳐 현금 500만 원,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정치후원금 계좌로 300만 원 등 총 5차례 800만 원을 제공하고, 100만 원 상당의 소고기와 송이버섯 등을 따로 접대했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지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정 의원에게 제기된 이의제기를 기각하고 공천을 유지했다.
객관적 증거를 이유로 공천 취소를 일축해왔던 국민의힘이 5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은 녹취록 공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 의혹이 총선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여러 가지 증거를 종합할 때 우리 도덕 기준에 맞지 않아 취소한 것”이라며 “돈을 받고 이런 것은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밝혀질 것이지, 여기서 다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공천을 확정했다가 취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국민의힘 공관위는 지난 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현아 전 의원(경기 고양정) 단수 공천을 취소했다. 지난 8일엔 밀양시장 재직 시절 2억 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박일호(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잇딴 공천 취소로 국민의힘 공천 시스템이 부적절한 후보자를 전혀 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도 문제가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지난해 출판기념회 당시 무료 마술쇼를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로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청주지검에 고발됐다.
한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예천)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과의 경선에 패배한 김의승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김형동 후보는 사전선거운동, 유사사무소 설치, 불법 전화 홍보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지 및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선 결과는 김형동 후보의 사전선거 운동과 유사사무실 설치 등 불공정 경쟁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당에 이의를 제기했다.
도태우 ‘5‧18 북한 개입설’…장예찬 ‘난교 예찬’
불법 정치자금, 뇌물, 돈봉투, 선거법 위반뿐 아니라 공천한 후보들의 막말 파문도 일고 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형사재판 담당으로, 대구 중남구에 공천된 도태우 변호사는 지난 2019년 2월 유튜브 영상에서 “(5·18에 대해) 굉장히 문제적인 부분들이 있고, 특히 거기에는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된다라는 것이 사실은 상식”이라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관위는 도 변호사의 5·18 망언에 대해 “다양성 존중”이라고 두둔한 데 이어, 한 위원장의 재검토 요청에도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공천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당내에서도 변호사의 자진사퇴와 재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은 연합뉴스에 “도 후보의 5·18 북한 개입설은 사실이 아닌 역사 왜곡”이라며 “당은 재재(再再) 논의하고, 후보는 선당후사를 위해 결단하는 것이 정도이고 국민의 눈높이”라고 했다.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는 입장문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을 심각하게 폄훼한 도 후보의 발언은 단순히 말로만 사과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오월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와 5·18 기념재단은 13일 도 변호사의 공천 유지와 관련한 합동 성명을 내고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논의 끝에 도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국민의힘에 대해 분노를 표한다”며 “국민의힘 인사들의 5·18 왜곡·폄훼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천이 취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감싸기에 급급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과정에 대해 굉장히 불쾌한 분이 있겠지만, 이게 국민의힘이 5·18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국민의힘에서 공직 후보자로 제시되려면 그런 시각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천 취소에 선을 그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부산 수영)의 과거 막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장 전 위원은 2014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적어 파문이 일었다.
장 전 위원은 지난 12일 ‘난교’ 논란이 문제가 되자 페이스북에 “비록 10년 전 26세 때이고, 방송이나 정치를 하기 전이라고 해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과거 SNS 글 중에 부적절하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어 심려를 끼쳤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적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장 전 위원은 2012년 11월 서울시민을 일본 국민과 비교하며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으로 따지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고 폄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문화회관에서 일할수록 보편적인 서울시민의 교양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날마다 깨닫게 된다”며 “밥만 먹여주면 금융 사기꾼도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국민들”이라고도 했다.
2015년 7월 부산에 대해 쓴 글에선 “교양 없고 거친 사람들, 감정 기복 심한 운전자들, 미친 놈이 설계한 시내 도로, 말로만 잘해준다는 회센터 이모들”이라며 부산시민들을 비꼬았다. 그러면서 “부산역에 내려 걸쭉한 쌍욕을 뱉으면 어렸을 때 마냥 다시 막살아도 될 것 같은 그런 무책임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2013년 3월엔 페이스북에 “한 학기 20만원은 기본이죠…너무 비싼 대학 교재비, 학생 ‘등골브레이커’”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전공 서적, 책값 아깝다고 징징거리는 대학생들이 제일 한심하다”고 적었다. 이어 “한 학기에 20만원이 아까우면 그냥 대학을 다니지 말지”라며 “대학을 취업사관학교로 만든 시스템도 문제지만, 길들여져버린 20대를 동정하고 싶지도 않다”고 썼다.
2014년 11월엔 대마초가 합법화된 네덜란드와 한국을 비교하며 “강변에 세워진 예쁜 배가 사실은 대마초를 파는 가게라는 반전이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네덜란드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고 했다. 또 한국에 대해선 “여전히 낡은 관습과 구태에 얽매여 갈수록 지저분해지는 모습”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장 전 위원은 갖은 논란에도 이날 한 위원장의 부산 북구 구포시장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한 위원장은 공천 번복은 없다는 듯이 시민들에게 “저는 출마하지 않았지만, 여러분은 저를 선택할 수 있다”면서 “주진우(부산 해운대갑)·장예찬(부산 수영)·김도읍(부산 강서)을 선택하면 바로 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수연·성일종 친일 발언도
국민의힘발 ‘친일 발언’ 파문도 이어지고 있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조수연 후보(대전 서구갑)는 2017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해 “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글을 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조 후보는 해당 글에서 “사람들은 망국의 주된 책임자로 이완용 등 친일파를 지목하고 그들에게 화살을 날리며 분풀이를 하지만,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이미 조선은 오래전부터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 식물 나라”라고 적었다.
또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며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 했다. “망국의 제1책임은 누가 뭐래도 군주인 고종이다. 이완용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군주의 책임을 신하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친일파 이완용을 두둔했다.
국민의힘의 ‘친일 발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3·1절 이틀 뒤인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에게 인재 육성 사례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伊藤博文)를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성 의원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파문이 일자 언론에 “여전히 (일본에 대한)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일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사과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후보자들의 막말, 망언이 전체 선거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선거에도 후보자들의 막말이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의 당락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과거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줬던 사례들도 소환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 발언이 문제가 된 2018년 지방선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족 텐트 망언이 있었던 2020년 21대 총선 모두 수도권에서 대패를 했다.
지도부는 잇딴 설화에 대해 후보자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언급하며 일축하거나, 논란 자체를 회피하고 있지만 입단속 외에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에선 후보자들 입단속에 나섰지만, 매일 새롭게 발견된 과거 망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야당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조수연 후보의 친일 발언에 대해 “이런 망언이 대한민국 국민의 주장이라니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이어 도 변호사의 5·18 망언과 성일종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 발언을 언급하며 “이것이 한동훈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자랑하는 시스템 공천의 결과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곡된 역사관, 비뚤어진 시민의식은 기본이고 구역질 나는 막말은 스스럼없이 내뱉어야 집권여당 국민의힘에 걸맞은 인물이냐”며 “극단적 혐오 언행 땐 당에 자리 없을 것이라더니 ‘조선제일혀’ 한동훈 위원장은 왜 묵묵부답인가. 이번에 공천한 망언 후보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 앞에 책임 있게 답하라”고 했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망언을 문제 삼았다. 최 대변인은 “(장 전 위원이) 서울시민, 중년세대, 예비역 청년을 비하한 것으로 모자라서 대학을 다니는 청년세대도 깎아내렸다”며 “청년들의 절규를 ‘징징거림’으로 비하하면서 ‘청년 정치인’을 자처하다니 염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장 전 위원은 자신이 ‘청년’임을 강조해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윤석열 대선캠프 청년본부장 등의 자리를 얻으며 꽃길만 걸어왔다. 청년세대를 이용해 자리만 얻으려고 했던 ‘청년팔이’ 정치인, 장예찬 후보는 청년과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긴말하지 않겠다. ‘과거 발언일 뿐’이라고 징징대지 말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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