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도태우에 이어 장예찬도 공천 취소
검사 출신 조수연 "일제 강점기 더 살기 좋아"
문제되자 광복회 가서 큰절했지만 파문 지속
'4·3은 김일성 지령 받은 무장 폭동' 망언도
제주도민 "조수연, 태영호 공천 취소하라"
수도권 위기설 솔솔?…안철수 "결단하라"
'시스템 공천'을 자부하던 국민의힘에서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의 비리 의혹과 망언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공천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돈봉투 의혹'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 '5·18 북한 개입설 망언' 도태우 변호사(대구 중남구)에 이어 16일엔 '난교 예찬'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부산 수영구)의 공천이 취소됐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장 전 최고위원과 함께 '일제강점기 옹호 망언' '제주 4·3 망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검사 출신 조수연 예비후보(대전 서구갑)의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중도표 표심 이탈과 민심 이반에 제동걸기 위해 문제가 된 후보들의 공천을 취소하고 있지만, 추가로 망언 폭로전이 이어질 수 있어 지도부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로 논란이 된 장 전 최고위원의 부산 수영구 공천을 취소했다. 잇딴 공천 취소에 따른 비판 여론을 피하게 위해 뉴스가 적은 토요일을 이용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는 "장예찬 후보의 공천 취소를 의결하고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결과, 장 후보는 국민 정서에 반하고 공직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 상당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2014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국힘, 장예찬은 어쩔건가…윤석열 부부 각별 ‘애정’, 3월 15일자
장 전 최고위원은 "(서울)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으로 따지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2012년)라고 하거나, 부산에 대해 "교양 없고 거친 사람들, 감정 기복 심한 운전자들, 미친 놈이 설계한 시내 도로, 말로만 잘해준다는 회센터 이모들"(2015년)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일으켰다. "사무실 1층 동물병원 폭파시키고 싶다" "식용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음"(2012년) 등 동물혐오도 드러냈다.
장 전 최고위원의 공천이 취소되면서, 그와 함께 막말·망언 논란이 일었던 국민의힘 조수연 예비후보(대전 서구갑)의 거취에도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검사 출신인 조 후보는 2017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해 "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글을 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조 후보는 해당 글에서 "사람들은 망국의 주된 책임자로 이완용 등 친일파를 지목하고 그들에게 화살을 날리며 분풀이를 하지만, 친일파가 없었으면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며 "이미 조선은 오래전부터 국가의 기능이 마비된 식물 나라"라고 적었다.
또 그는 같은 글에서 "당시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일본은 고양이, 조선은 생선이었다"며 "생선이 된 스스로를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 했다. 전형적인 식민사관, 뉴라이트 사관으로 읽힌다. 아울러 "망국의 제1책임은 누가 뭐래도 군주인 고종이다. 이완용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군주의 책임을 신하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친일파 이완용을 두둔하기도 했다.
이에 광복회는 "3·1운동 기념식도 얼마 지나지 않은 오늘 '일제시대가 더 좋았을지 모른다'는 국민의 힘 대전 서구갑 후보의 망언수준의 글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자가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의 고통을 '생선'으로 비하하고, 뉴라이트의 친일 식민사관과 식민지배의 정당성 주장을 넘어 일본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글은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에 가까워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복회는 "이 같은 역사의식이 보도에서처럼 사실이라면 우리는 조 후보가 국민의 대표에 뽑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공개 질의를 통해 ① 조 후보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 지 모른다'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현재도 갖고 있는지? ② 이완용 두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지? ③ 을사늑약과 일본의 강제병탄의 책임은 아직도 '생선'인 우리의 조선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 3가지를 답하라고 했다.
조 후보는 문제가 된 글을 삭제하고,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먼저 이런 일로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깊이 반성한다"며 "페이스북의 작성일은 7년 전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훨씬 전인 2017년 8월 25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조선 말기의 백성들이 나라와 양반의 이중 수탈에 인간다운 삶은 살지 못하였음은 분명하지만, 그분들이 일제강점이 더 좋았을 수 있다고 쓴 것은 강조 차원이었더라도 비약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언행을 더욱 조심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이완용이란 매국노를 아주 싫어하며 한번도 이들을 옹호한 적이 없다"며 "망국의 최종 책임은 절대군주였던 고종에게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었다. 물론 이완용 등 친일파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거듭 "친일파를 조금도 옹호할 생각이 없고, 이들에게는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일재산 환수에도 적극 찬성한다"며 "한번도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다시 한번 서투른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조 후보는 광복회가 물은 공개질의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과 비슷한 취지의 답을 올리고, 전날(15일) 배우자와 함께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을 방문해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큰절을 하며 과거 발언을 사과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독립은 선열들의 피나는 투쟁으로 쟁취한 것인데, 조 후보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린 후보로서 지지할 수 없다"며 "실수라고 사과하고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다. 7년 전 생각이 지금도 그대로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조 후보는 "하늘에 맹세하건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했는지 모른다. 다신 이런 일로 심려 끼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면담을 마치고 조 후보에게 광복회에서 낸 '대한민국의 정체성' 책자를 선물했다.
조 후보의 망언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제주 4·3 망언'도 문제가 되고 있다. 조 후보는 지난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주 4·3 희생자 추념사를 비난하며, '4·3이 북한 김일성, 남로당 박헌영의 지령을 받고 일어난 무장 폭동'이라는 취지로 비난했다. 지난해에도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해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조 후보가 비난한 연설 내용은 지난 2021년 4월 3일 제73주년 4·3희생자 국가추념식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의 추념사 중 일부로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조 후보는 이에 대해 "Moon(문재인)의 제주 4·3에 대한 역사인식이다. 어이가 없다"면서 "당시 제주폭동을 일으킨 자들이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는가! 아니면 김일성, 박헌영 지령을 받고 무장 폭동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꿈꾸었는가.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된다. 그것도 대통령이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민이 북한 김일성, 남로당 박헌영의 지령을 받고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조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제주 사회에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JIBS 제주방송>에 따르면 제주 4·3 기념사업위원회를 비롯한 제주지역 5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4일 규탄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태영호, 조수연 후보의 공천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태 의원은 국민의힘으로부터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일찌감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제주 단체들은 "국민의힘 일부 공천자들의 부적절함이 76주기 4·3을 맞는 제주도민들에게 봄날의 햇살이 아닌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 비대위의 새 구호로 알려진 '봄이 오면 국민의 삶이 피어난다'는 어구를 인용하며 "태영호, 조수연 후보의 공천은 제주도민에게는 봄이 오는 길목을 막고 (국민의) 분노를 키우는 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4·3 망언은 친일 망언과 함께 공론화됐지만, 조 후보는 4·3에 대해선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SNS 메시지를 통해 조 후보 측에 접촉을 시도하고 연락처를 남겼지만 답은 없었다.
이 같은 상식에 벗어나는 망언들로 당내에선 중도층 표심 이탈을 우려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안팎에선 자유한국당 시절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 망언이 있었던 2018년 지방선거 참패, 미래통합당 시절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족 망언이 있었던 2020년 21대 총선 참패 사례 등이 소환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은 장 전 최고위원의 공천 취소가 결정되기 전이었던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5·18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 취소 사실을 언급하며 "고구마 줄기 나오듯 부적절한 '막말'과 '일제 옹호' 논란의 주인공들인 장예찬, 조수연 후보 또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결단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각종 막말·망언이 수도권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수도권 여론 이상을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황 수석은 앞서 지난 14일 <MBC> 등 출입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 1988년에 정부 비판기사를 쓰던 기자가 정보사 요원들의 칼에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며 비판 언론에 대해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황 수석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군부의 명령에 따른 '오홍근 회칼 테러'를 상기시키며 특정 언론을 겁박했다. 나아가 5·18 민주화운동의 배후설을 쏟아냈다. 우리 정부여당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약속을 무색하게 만든 것"이라면서 "시대착오적인 시민사회수석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에 직접 약속한 사안이다.
황 수석은 이날 짧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5·18 배후설' 망언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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