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주장" 무시…민주당 의원 사건이었다면?
충북인뉴스 "기사 삭제한 적 없다" 한동훈에 반박
카페 사장 A씨, 5차례 걸쳐 800만 원 제공 밝혀
"돌려받은 돈 한 푼도 없다…보좌관 찾아와 회유"
카톡 내용도 공개…시민단체, 뇌물수수 혐의 고발
정우택 "선거철 정치공작일 뿐…배후 세력 밝혀야"
5선 중진이자 현직 국회부의장으로 국민의힘 공천이 확정된 정우택 의원의 돈 봉투 수수 사건을 두고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정 의원에 대한 비호로 일관하고 있다.
정 의원의 지역구 내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사장이 돈 봉투를 건네는 현장이 CCTV 영상에 생생하게 잡혔고 여러 차례 돈을 준 시간과 장소, 금액이 상세히 적힌 메모까지 제시됐는데도 이를 애써 무시하며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 의원이 그렇게 돈 봉투를 받는 모습이 포착돼 언론에 보도됐다면 한동훈 위원장이 얼마나 격렬하게 민주당을 비난하며 공천 배제를 요구했을지, 검찰은 또 얼마나 기민하게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제수사에 나섰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정 의원의 돈 봉투 수수 사건과 관련해 "예의주시하겠지만 현 단계에서 공천을 배제할 정도의 근거는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청주 문화제조창에서 열린 육아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과 저는 특히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어떤 일방적인 주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후보를 배제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말이 바뀐 사람의 말만 믿고 단정적으로 후보를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우택 후보 같은 경우는 당초 그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의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공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부패 혐의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면 저는 두 번 고민하지 않겠다. 신빙성이 크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말이) 바뀌는 과정들을 보면 단정 지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그 보도를 했던 곳이 정작 아마 보도를 삭제한 것 같은데 문제가 있으니까 삭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4일 <불법 카페업자 돈 봉투 받던 정우택, CCTV에 딱 찍혔다>란 기사를 통해 이 사안을 최초 보도했던 충북인뉴스는 6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실과 다른 발언에 대한 충북인뉴스 입장문'을 내고 "해당 기사를 삭제한 사실이 없다"며 "또한 정우택 의원 '돈 봉투 수수 의혹'과 관련된 다른 기사도 일절 삭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동훈 위원장이 "정우택 의원이 변명하는 게 300만 원을 돌려주고 이걸 정식 후원금 계좌로 정식 법적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 당시 그 보도에서는 그런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스럽다는 보도였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그 시기에 바로 그 사람으로부터 같은 액수의 돈이 들어온 게 확인됐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충북인뉴스는 "이 또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한동훈 위원장이 언급한 '후원금 계좌로 3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보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충북인뉴스가 보도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정 의원 측은 2022년 10월 1일 A씨가 건넨 돈 봉투를 돌려주고 대신 후원계좌를 알려주고 후원금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일단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돈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돈 봉투와 별도로 '후원금 300만 원 계좌이체'라고만 돼 있다. (중략) A씨의 이름으로 정 의원의 공식 후원계좌로 300만 원이 입금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A씨로부터 얼마가 계좌이체 됐는지 확인해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카페 사장 A씨는 정 의원과 보좌관에게 4차례에 걸쳐 현금 500만 원,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정치후원금 계좌로 300만 원 등 총 5차례 800만 원을 제공했다고 밝히며 그 같은 사실을 기록한 메모도 제시하고 있다. 또 100만 원 상당의 소고기와 송이버섯 등을 접대했다고 했다. 상수원보호구역인 대청호 주변에 가게를 차렸다가 주변 신고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정 의원에게 해결해달라고 청탁했다는 게 금품을 제공한 이유였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2022년 10월 1일 돈 봉투를 받았지만 바로 돌려줬고, 그 뒤 300만 원을 공식적인 정치후원금으로 받아 회계 처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 외에는 일절 돈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창환 변호사(법무법인 창)는 6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충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뢰인이 정우택 의원과 그 보좌관에게 준 돈 중 돌려받은 것은 한 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의뢰인이 일부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돈을 돌려받았다고 허위 진술을 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당시 정 의원실 보좌관이 병원에 입원 중인 의뢰인을 찾아와 회유를 했고, 지역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5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의 보복이 두렵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허위 진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기자와 통화를 하게 된 것은 정 의원 보좌관이 그 기자를 연결해 줬고 '다른 기자와는 접촉을 하지 마라, 우리만 믿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뢰인은 다른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사건이 커져서 더 이상 진실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어떤 일이 있어도 진실하게 진술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판단해 경찰 조사 직전에 입장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 의원이 정치 공작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의뢰인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분이라 현직 국회의원하고 이렇게 부딪히는 걸 되게 싫어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거짓 진술을 해서 좀 조용히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계속 커지고 또 나중에 재판이 되면 끝까지 거짓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진실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판단해서 한 것이지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하다"며 "의뢰인도 뇌물 공여죄로 처벌받을 각오를 하고 변호사를 선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7일에는 "A씨 자필 메모장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라며 A씨가 정 의원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8월 13일 정 의원이 먼저 "9월 3일 점심 어떠신지?"라고 묻자 A씨는 "제가 예약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점심 약속 당일인 9월 3일 A씨가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과일 큰 박스는 의원님이 가져가시라"고 하자 정 의원은 "감사!"라는 문자와 함께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 3개도 첨부해 화답했다.
A씨는 이렇게 점심 식사를 하고 감사 문자를 주고받은 2022년 9월 3일에 1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A씨가 작성한 메모장에도 "○○○○에서 9/3일 12시 30분. 메론 3박스와 함께 의원님께 100만원 넣어서 드림"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전후 맥락 없이 마치 정 의원이 A씨에게 만나자고 한 것처럼 비쳐진다"면서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선거철 악의적 정치 공작 마타도어를 강력히 규탄하며 거듭 결백 무고함을 밝힌다"고 항변했다. 정 의원은 이날 허위사실 유포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A씨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고소했다. 정 의원은 "A씨가 불과 열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인지, 배후 세력이 있다고 본다"며 "이번에 그 배후 세력 역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정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충북경찰청에 고발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전날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우택 의원이 돈 봉투를 돌려줬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못했고 국회의원이 불법 카페업자에게 양주와 소고기를 대접받은 것이 과연 적절한지, 또 선물과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이 정당한 것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은 검증 노력은 전혀 없이 정 의원을 공천까지 했다. 이번 고발을 계기로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빛의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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