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조처된 이종섭, 보란듯이 대사 임명

국방차관 신범철, 안보실 2차장 임종득 공천

이재명 "책임 묻지 못할망정 꽃길 열어주나"

홍익표 "핵심 공범 해외 도피는 중대범죄"

대통령실·외교부, 출국금지 몰랐다고 '발뺌'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사태가 일파만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한 사실을 알고도 꼬리를 끊고자 임명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이종섭은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의심되는 윤 대통령으로 가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종섭을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방해와 진실 은폐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홍익표 원내대표)로 규정짓고 수사외압의 몸통이라며 윤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홍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된 것을 알고도 대사로 내보내는 것은 "대통령 본인이 이번 해병대 장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의 몸통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것이고 이 자체도 또 다른 중대범죄가 된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미 출국금지돼 있다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모를 수가 없다"면서 이종섭에 대한 즉각 수사와 대사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공수처, 7일 피의자 신분 이종섭 소환 조사

홍익표 "핵심 공범 해외 도피는 중대범죄"

마침 공수처는 출국금지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지 하루 만인 이날 이 전 장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그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민주당은 작년 9월 5일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의 채 상병 사건 조사 기록 회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와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들을 직권남용과 공용서류무효죄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10월 24일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이종섭 장관과 윤 대통령,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소환 조사에서 공수처는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등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했는데도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불법적으로 회수·재검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의 '관여' 여부를 추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작년 7월 30일 당시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폭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종섭 장관은 사건을 경찰 이첩하겠다는 박 단장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했지만, 하루 만에 뒤집고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실제 박 단장은 8월 2일 경북 경찰청에 조사 결과를 이첩했고, 당일 국방부는 이를 다시 회수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 번복 과정에서 '외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공수처 수사의 핵심이다. 당시 박 대령은 이종섭의 지시 번복 배경에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7월 31일 이종섭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의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라고 질책한 뒤 사건 이첩이 보류됐다는 얘기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며 전우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3.9.4. 연합뉴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며 전우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3.9.4. 연합뉴스

대통령실·외교부, 출국금지 사실 몰랐다 '발뺌'

민주당 "이종섭 도피성 대사 임명 취소하라"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입을 맞춘 듯 발뺌하고 나섰다. 정부가 인사 검증 단계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도 인사를 강행했을 거라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고위공무원단 인사 검증은 법무부의 소관인 만큼 자신들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출국 금지든 뭐든 간에 공수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 수 있는 바가 없다"며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 상황에 관해 물을 수도 없고 답해주지도 않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외교부의 임수석 대변인도 "이종섭 대사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사상의 비밀이다. 외교부 차원에서 별도로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섭은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받은 상태다. 현지 부임 일정에 대해 임 대변인은 "관례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의 7일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방부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에 첫 줄에 '피의자 이종섭 등이 공모해 축소 수사에 관여했다'고 적시돼 있고, 구체적인 외압 혐의도 최소 3차례 기술돼 있다고 한다. 또한 국방부 내부 문건에 이 전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임성근 사단장 등 지휘부의 혐의를 특정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던 정황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인사 검증을 맡은 외교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출국 금지'에도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것은 최고결정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빼돌리는 이유가 뭔가.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대사 임명을 취소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국민의힘 공천을 비판하고 있다. 2024.03.0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국민의힘 공천을 비판하고 있다. 2024.03.06. 연합뉴스

국힘,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들 '공천'

이재명 "책임 묻지 못할망정 꽃길 열어주나"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지휘계통에 있던 '관련자들'을 대거 영전시킨 것도 문제다. 이 종섭은 국방장관 출신으론 매우 이례적으로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신범철 국방차관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은 각각 국민의힘 충남 천안갑 후보와 영주‧영양‧봉화에 단수공천을 주었다.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은 국방대 총장으로 영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해병 사망 사건 은폐 의혹 관련자들을 과감하게 공천한다. 신범철이니 임종득이니, 이런 사람들을 공천한다. 책임을 묻지는 못할망정, 꽃길을 열어주나. 이것이 국민의힘 공천의 실상이다"라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대통령실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종득에게 공천을 줬다. 전 국방부 차관 신범철에게도 공천을 줬다. 국방부 장관은 해외로 빼돌리고, 피의자들은 공천을 주고, 윤석열 대통령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다졌다. 이어 "유족 눈에 피눈물이 나는데, 가슴이 찢어지는데, 나라 지키라고 보냈던 아들을 사지로 몰아넣어서 잃었는데 이런 상황에 관계된 피의자들을 전부 다 해외로 보내고 꽃길을 걷는 공천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5일 홍 원내대표는 "여당은 권력의 외압 의혹 당사자들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공천까지 줬다. 진실 은폐, 수사 외압 사건에 대통령과 주요 권력자들, 여당까지 공범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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