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표결전 2명, 부결 뒤엔 9명 컷오프
국힘 의원들 “시스템 깨졌다” “무소속 출마”
“여론조사 압승인데 내가 왜”…줄줄이 이의신청
1위 후보 컷오프 하고 대통령 측근 경선 넣기도
‘철새’ 김영주, 국힘 입당 하루 만에 ‘날림 공천장’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의결 부결 이후 국민의힘이 현역 의원들을 공천 배제(컷오프)하고 있다. 특검법 표결 전 현역 의원들을 대거 공천해 ‘김건희 방탄’ 비판을 받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전형적인 ‘토사구팽’(兔死狗烹·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들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항의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다. 추가 컷오프가 예상되는 만큼 반발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홍석준·박성중·지성호·유경준·안병길 의원이 컷오프됐다고 밝혔다. ‘국민공천’이 발표된 지역구 5곳 가운데 3곳의 현역 의원(류성걸·양금희·이채익)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됐다. 특별법 표결 전 경선없이 현역을 컷오프한 사례는 비례대표인 서정숙·최영희 의원 2명뿐이었지만, 특별법 표결 이후인 지난 2일 ‘노량진 수조물 먹방’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산 김영선 의원을 컷오프한 데 이어, 전날 한 번에 5명을 컷오프하면서 칼질이 과감해진 모습이다. 국민공천이 발표돼 사실상 컷오프된 3명을 합하면 특별법 표결 뒤 총 9명의 현역 의원을 컷오프한 셈이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달서갑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 재판을 맡은 유영하 변호사를 단수공천하면서, 지역구 현역인 홍석준 의원이 컷오프됐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복심’으로 불린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자신이 구속했던 박 씨를 만나 사과했고,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나면서 박 씨 측근을 중심으로 한 TK(대구·경북)신당 창당설을 잠재우고 보수 결집을 꾀했다. 유 변호사 공천은 그동안의 산물로 풀이된다. 대구엔 박 씨 형사재판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대구 중남)에 이어 유 변호사까지 공천장을 받으면서 ‘탄핵의 강’을 되돌아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 변호사 공천에 즉각 반발이 나왔다. 지역구 현역인 홍 의원은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 변호사 단수추천 의결이 큰 오점으로 작용해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잃어버려 제22대 총선의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달서구갑 지역 책임당원 수를 3년 만에 3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도 냈다”면서 “그래서 더더욱 공관위의 유 변호사 단수 추천 의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까지 잘해온 ‘공정한 시스템공천’ 대원칙이 깨졌다”고 했다.
서울 강남병엔 당 영입 인재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전략공천함에 따라 지역구 현역인 유경준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컷오프된 유 의원도 강력 반발하며 이의제기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당내 경쟁력 조사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전략공천으로 밀려남에 따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CBS 노컷뉴스에선 본인이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여론조사 후 부적격 사유가 확인되어 공천 배제)을 포함한 총 7명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9%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며 “시스템 공천을 자부했던 공천관리위원회의 정량적 지표에 근거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초·강남은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데 포커스를 뒀다”며 “유 의원도 본인이 원하면 (지역을) 재배치하도록 컨택(접촉) 중”이라고 해명했다.
부산 서구·동구는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곽규택 변호사, 이영풍 전 KBS 기자의 3인 경선으로 결정되면서, 마찬가지로 지역 현역인 안병길 의원이 컷오프됐다. 안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항간에는 이혼 과정에서 사생활 문제가 불거져 공천이 안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난립한 여러 예비후보 측에서 이를 퍼다나르며 마치 사실인 양 여론을 호도했다”며 “사실이었다면 공관위에서 소명을 요청했을 것이나,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소명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은 “저의 얘기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이혼해 남남이 된 전처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에 귀기울여 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에 어느 누가 수긍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했다. 그는 “이의신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할 리 만무하니 별도의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 위원장을 향해 “정치적 파장이 우려돼 배제됐다는 논리가 당에서 표방한 시스템 공천에 있는 기준인지 비대위에서 결론을 내려달라”고 항의했다.
서울 서초을 지역구엔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를 단수공천하면서 이 지역에서 재선을 한 현역 박성중 의원이 컷오프됐다. 마찬가지로 서초을 지역구에 공천 신청한 탈북민 출신 지성호 의원(비례대표)도 컷오프됐다. 박 의원은 서울시당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을 맡았지만, 2016년부터 수성해온 지역구를 내주게 됐다. 당은 대신 같은 날 오후 박 의원을 ‘국민의힘 험지’인 경기 부천을에 우선추천(전략공천)했다. 다만 부천을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5선 설훈 의원이 출마해 야당 표가 갈라져 ‘어부지리’ 가능성이 있다.
‘국민공천’으로 지정된 지역구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갑 △서울 강남을 △대구 동구군위갑(옛 동구갑) △대구북갑 △울산 남갑 지역구를 ‘국민공천’ 지역으로 발표했다. 이들 지역구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제3자 추천 방식도 가능하며, 지역구 현역 등 기존 공천 신청자들도 신청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공천’ 취지에 따라 지역구 현역 의원들은 사실상 공천 배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강남갑은 4·3망언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태영호 의원이 구로을로 떠나면서 무주공산이 됐고, 서울 강남을은 박진 의원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각각 서대문을과 경기용인갑으로 전략공천되면서 빈집이 됐다. 문제는 나머지 3곳이다. 대구 동구군위갑엔 류성걸 의원, 대구 북갑엔 양금희 의원, 울산 남갑엔 이채익 의원이 지역 현역을 맡고 있다. 이미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던 이채익 의원은 국민공천에 결정되자 결심을 굳혔다. 이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서 복귀하겠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밖의 지역구에서도 공정성 문제가 지적된다. 경기 하남갑엔 김기윤 경기도 교육감 고문변호사, 윤완채 전 한나라당 하남시장 후보, 이용 국회의원 3인 경선이 결정됐다. 이곳은 오세훈 서울시장 측근인 이창근 전 당협위원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컷오프됐다. 이 전 위원장은 오랫동안 하남 지역구에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수행팀장을 맡고 당내에서 친윤 목소리에 앞장선 이 의원의 수월한 경선을 위해 강력한 후보를 잘라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철새 정치인’ 김영주 의원은 원래 자신의 지역구인 영등포갑에 간판만 바꿔 단수공천을 받았다. 입당 하루 만에 받은 날림 공천장이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권성동과 김영주의 공통점은?”이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김 의원과 권 의원이 각각 언론으로부터 채용비리 의혹을 받았음에도 단수공천을 받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김 의원 탈당과 관련, ”공직자 윤리 항목이 50점 만점인데 채용 비리 부분에서 소명하지 못하셨기에 50점 감점하는 바람에 0점 처리됐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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