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비판 한동훈 받아치며 선명성, 독자성 강조

광주 5·18 묘역 참배 등 총선행보 본격화

"예전의 조국으로 돌아갈 다리 불살랐다"

선 긋는 민주당엔 "뚜벅뚜벅 제 길 가겠다"

이재명 "연대의 중요한 기준은 국민 눈높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14. 연합뉴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14.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부산에 이어 광주·목포까지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당 창당을 비판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연이틀 정면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정치적 선명성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조 전 장관은 14일 광주 북구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 등 여권에서 신당 창당을 비판한 데 대해 질문을 받고 "(여권에서)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그 이전에 한 위원장이 윤석열·김건희 두 분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 왜 수사하지 않았는지, 자기자신이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서 왜 해명 안하는지부터 답을 하고 질문하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전날(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창당 선언을 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 위원장이 "조국 씨 같은 분은 배지를 달 수 없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비난을 한 데 대해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감사하다"면서 그대로 말을 돌려줬다.

"첫째, 한 위원장은 저에게 그 질문을 하기 전에 (채널A와의 검언유착 사건 관련) 본인의 휴대전화 비밀전화부터 공개하면 좋겠다. 둘째, 고발사주 의혹으로 그 문제의 고발장이 접수되기 하루 전 한동훈 씨는 당시 손준성 등과 단체 카톡방에 60개 사진을 올렸다. 60개 사진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주시면 좋겠다. 세 번째, 한 위원장은 문제의 손준성 검사를 징계하기는커녕 '검사의 꽃'이라는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손준성 검사를 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는지 답해주시기 바란다. 네 번째, 한동훈 검사는 검사 시절부터 김건희 씨와 수백 번 카톡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디올백 수령 사건에 대해서 왜 입장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인가. 수사가 필요없는 것인가. 이 4가지 질문에 답을 한 뒤에 저에게 질문하면 좋겠다."

조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격인 한 위원장을 연이틀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은 신당의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날 창당 선언문을 통해서도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아울러 '한동훈 때리기'를 통해 검찰개혁 세력 대 검찰독재 세력,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대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의 '선악 프레임'을 선점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여의도 당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13.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여의도 당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13. 연합뉴스

특히 조 전 장관이 손준성 검사와 김건희 씨를 집중 공략하는 것은 한 위원장의 '약한 고리'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고발사주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받은 손준성 검사의 뒷배로 지목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이던 지난해 9월 피고인 신분이던 손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검사장 인사를 두고 한 위원장이 고발사주 사건의 배후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선 "몰카 공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지난달 김건희 씨 사건을 두고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때에도 명품백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기도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조 전 장관의 발언에 곧바로 발끈했다. 그는 국민의힘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 위원장은 검언유착 사건 수사 당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숨겼다는 지적에 대해 "검언유착 사건은 권력과 일부 언론이 권언유착해서 조국 수사를 했던 저에게 보복하기 위해 공작한 것이 본질"이라며 "저에 대해 문재인 정부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창피함을 모르고 아직도 그 얘기를 하는 것은 한심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전과 4범에 수많은 중범죄로 재판받기 바쁘고 수사 받으면 휴대폰 숨겨야 한다고 강의까지 하던 분이 대표로 있는 게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며 "2심 실형 받고 민주당 2중대 되기를 호소하고 있는 조국, 그리고 이 위성정당 시장판에 한몫 뛰어보려 하는 극렬한 친북종북 성향 운동권들까지 저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진영이 완성됐다 생각한다"고 날선 발언을 했다. 사사건건 반응하는 한 위원장의 '스몰 정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조 전 장관과 설전을 한동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4.2.14. 연합뉴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4.2.14.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정치적 선명성과 함께 독자 노선 행보도 재차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전날에도 창당 선언 뒤, 민주당의 통합비례정당 논의와 관련해 "민주당에서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신경을 쓰면서 저의 행보를 결정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독자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도 민주당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단장인 박홍근 의원이 '조국신당'(가칭)에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데 대해 "민주당의 그런 입장 충분히 이해한다"며 "저는 뚜벅뚜벅, 따박따박 제 길을 가겠다"고 했다. 또 "박 의원이나 민주당 지도부나 저와 같은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윤석열 독재정권을 물리치는 것, 그리고 민생과 경제를 회복하는 것에 대해선 마음이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왜 그런 입장을 내셨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민주당 외 다른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윤석열 독재정권을 조기종식 시켜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정당과는 당연히 연대하고 손잡을 수 있다"면서도 "타협적으로 윤석열 정권을 대하는 사람과는 손을 잡을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광주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며 "조만간 창당 윤곽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그 뒤에 당적 논의를 통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총선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정치적 독자성과 선명성, 투쟁성 등을 점점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5·18묘역 참배 뒤 낭독한 입장문을 통해 "예전의 조국으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면서 "예전의 대한민국으로 후퇴하는 낡은 세력, 나쁜 집단에 맞서 싸우겠다고 광주시민 여러분께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광주시민들께서 40년을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겪은 고통의 깊이, 분노의 크기가 훨씬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 저와 제 가족, 함께 했던 주변 분들이 죽음같은 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뒤늦게 그 고통과 분노를 피부로,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며 "무도하고 무능한 검찰독재정권과의 싸움에 맨 앞에 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는 것이 국리민복(國利民福, 나라 이익과 국민 행복)의 길"이라고도 말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산정동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관람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14. 연합뉴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산정동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관람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14.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이날 5·18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옥현진 대주교와 김희중 대주교를 차례로 예방했다. 이어 오후에는 전남 목포로 이동해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면서 2박 3일간의 영호남 일정을 마쳤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2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13일엔 고향인 부산에서 신당 창당 선언을 했다.

조 전 장관은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동시에 주요 거점을 순회하며 전국 정당 면모를 갖춰갈 것으로 보인다. 조국신당(가칭)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연다. 조국신당은 이날 발기인 대회를 통해 조 전 장관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조 전 장관은 창준위 출범식 참석 뒤, 오후 3시쯤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하고 정치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 선언과 관련, "이번 총선은 거의 역사적 분기점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힘을 다 합쳐야 한다"며 "단합과 연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국민 눈높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누구나 정치활동의 자유가 있다"며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상황을 최대한 우리의 정책적 전략 목표에 맞게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능하고 무도하고 민생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 참으로 무관심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윤석열 정권을 최대한 심판할 수 있도록 그에 맞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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