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위, 해사원 상장 둥쥔 '군사외교' 얼굴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해역 남중국해 중시

전인대 상무위, 군 간부 9명 대표자격 박탈

로켓군, 장비조달 부문 부패사건 관련 추측

지난 4월 대만 주변해역에서 실시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전시대비 순시 및 훈련 기간에 항공모함 샨둥에서 이륙하고 있는 중국공군 J-15 제트 전투기. 2023.4.9. 신화 AP 연합뉴스
지난 4월 대만 주변해역에서 실시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전시대비 순시 및 훈련 기간에 항공모함 샨둥에서 이륙하고 있는 중국공군 J-15 제트 전투기. 2023.4.9. 신화 AP 연합뉴스

중국이 로켓군과 군장비 조달 분야 간부들을 중심으로 인민해방군(중국군) 요직을 대폭 물갈이하고 국방부장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 숙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친강 외교부장의 돌연한 해임과 같은 시기에 진행된 것으로, 출범 반년만에 시진핑 3기 체제 외교 국방 라인에 큰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 상무위, 새 국방부장 임명하고 간부 9명 파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9일 10월 이후 공석이던 국방부장에 해군사령원, 상장을 지낸 둥쥔(62)을 임명한데 이어, 군 간부 9명의 전인대 대표자격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27일에는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가 군수 및 우주 분야 관련 국영기업 출신 정협위원 3명을 파면했다. 11월에는 베이징 시 인민대표대회가 로켓군(火箭軍) 소장의 대표자격을 박탈했다.

 

지난 4월 대만 주변해역에서 실시된 중국군 동부전구 전시대비 순시 및 훈련 당시 항공모함 샨둥 갑판에서 이륙 준비 중인 J-15 전투기 . 2023.4.9. 신화 AP 연합뉴스
지난 4월 대만 주변해역에서 실시된 중국군 동부전구 전시대비 순시 및 훈련 당시 항공모함 샨둥 갑판에서 이륙 준비 중인 J-15 전투기 . 2023.4.9. 신화 AP 연합뉴스

로켓군과 장비발전부 간부들 교체

전인대 대표자격을 상실한 사람은 딩라이항 전 공군사령원(사령관) 등 9명인데, 이들 가운데 5명이 로켓군 관계자들로, 7월 말에 로켓군 사령원직에서 해임당한 리위차오, 그 전임인 저우야닝, 그리고 전 부사령원 출신자 2명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3명은 군 조달부문인 장비발전부 간부 출신자들이다.

중국군은 지난 7월 말 이례적으로 로켓군 최고위직인 사령원과 정치위원을 교체한 뒤, 10월에는 8월 29일부터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리샹푸 당시 국방부장을 해임했다.

해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리샹푸 부장이 로켓 기술분야 출신자로 국방부장 취임 전 2017~2022년에 조달분야 책임자인 장비발전부장을 지낸 이력이 있어, 조달 관련 부패오직 사건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돌았다.

홍콩 <밍바오>(명보)는 30일 “앞으로도 수사대상 군인들이 점차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수사와 처벌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사일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로켓군은 2015년 말에 창설돼 시진핑 주석이 중시하는 전투부대다.

 

30일 중국의 지구 저궤도 인터넷 통신 시험용 위성을 실은 장정 2C 로켓이 중국 북서부 주촨 위성발사센터에서 하늘로 치솟고 있다. 2023. 12.30. 신화 EPA 연합뉴스
30일 중국의 지구 저궤도 인터넷 통신 시험용 위성을 실은 장정 2C 로켓이 중국 북서부 주촨 위성발사센터에서 하늘로 치솟고 있다. 2023. 12.30. 신화 EPA 연합뉴스

해군 출신 새 국방부장 임명, 남중국해 중시

신임 둥쥔 부장은 2021년에 해군 사령원에 취임한 해군 출신이다. 중국 해군은 최근 항공모함 3척 체재를 갖추고 전력을 강화하면서 타국과의 군사교류 등 외교적 성격의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남중국해 영토 영해 분쟁으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해군 출신 둥쥔을 국방부장직에 앉힌 것은 그런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9일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국립대 원티성 교수(정치)는 해군 출신자를 국방부장 자리에 앉힌 것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미중 간의 지정학적 경쟁의 새로운 우선 관심 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엑스(X, 예전의 트위터)에 썼다.

중국의 국방부장은 원래 군의 작전, 지휘 책임자가 아니라 ‘군사외교’의 얼굴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따로 만나 리샹푸 국방장관 재임기간에 단절됐던 양국 군 고위급 대화 채널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대만해협을 포함한 남동 중국해에서 미군과 중국군 함정과 항공기들 간의 충돌위험이 커지고 있고, 중국과 필리핀 등 남중국해 연안국들 함선들 간의 충돌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발적 충돌로 인한 전쟁 발발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성사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4일(현지시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미 해군 연안 전투함 가브리엘 기퍼즈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필리핀 서해에서 미-필리핀 전술훈련 당시의 기퍼즈호 모습(뒷편).[필리핀 국방부 제공] 2023.12.4. AP 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4일(현지시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미 해군 연안 전투함 가브리엘 기퍼즈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필리핀 서해에서 미-필리핀 전술훈련 당시의 기퍼즈호 모습(뒷편).[필리핀 국방부 제공] 2023.12.4. AP 연합뉴스

리샹푸 전 국방부장, 장비조달 관련 부패 의혹

리샹푸 전 국방부장은 지난 3월 부장직에 취임한 뒤 40여개 국 군사장국자들과 회담하고 4개의 국제회의에 참석해 각국 군관계자들과 만났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과도 회견했으나, 8월 29일 베이징에서 아프리카의 약 50개국 관계자들을 초청한 회의에서 연설을 한 뒤 종적을 감췄다. 7개월 간 부장자리에 있었던 그는 9월 초순에 베트남 군 관계자들과의 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회의는 연기됐다.

리샹푸는 러시아제 무기 구입 문제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었으며, 그에 대한 반발 때문인지 지난 5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따로 만나 얘기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9월 14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리 부장이 중국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미 부장직에서 해임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장비조달 관련 부정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국방부장 공석 기간에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장여우샤, 허웨이둥 두 사람이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각국 정상들과 회담하는 등 군의 대외 업무를 맡았다. 국방부장은 이 두 사람의 부주석 아래 서열이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시진핑이다.

 

남중국해의 휘트선 암초(Whitsun Reef, 중국명 뉴어자오)근처에 중국 해상민병대 어선들이 대거 출현했다고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은 수 년 전부터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에 해상민병대에 편성된 어선들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12.04. AP 연합뉴스
남중국해의 휘트선 암초(Whitsun Reef, 중국명 뉴어자오)근처에 중국 해상민병대 어선들이 대거 출현했다고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은 수 년 전부터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에 해상민병대에 편성된 어선들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12.04. AP 연합뉴스

“반부패 싸움, 멈춰선 안 된다”

중국군은 그에 앞서 7월 말에 로켓군 사령원들 2명을 동시에 교체했다. 새 로켓군 사령원에는 해군 부사령원 출신인 왕허우빈이 임명됐다.

이와 관련해 로켓군 초대 사령원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도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왔다.

8월 말 국방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로켓군 간부들 교체 이유에 대한 외신 기자들 질문에 군 대변인은 “반부패 싸움은 한 시라도 멈춰선 안 된다”고 대답해 이런 일련의 움직임 뒤에 부패사건 수사와 처벌이 진행 중임을 짐작하게 했다.

외교 국방 최고위직 교체, 배경 오리무중

국방부장을 비롯해 해임된 이들 군 간부들은 시진핑 주석이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의 토대로 삼기 위해 발탁해서 요직에 앉힌 사람들이어서, 새 체제 출범 초기의 이런 이례적인 군 고위직 해임, 교체는 많은 억측을 불렀으나 공식적인 설명은 없었다.

지난해 말 56세의 젊은 나이에 외교부장에 전격 발탁된 친강 전 주미 대사도 지난 6월 하순 이후 약 1개월 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가 7월 25일에 해임 발표가 나왔으나 그와 관련한 아무런 공식 설명이 없었다. 외교부장은 친강 바로 전까지 외교부장직에 있었던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사판공실 주임)이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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