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상무위 긴급소집 결정, 왕이가 겸임
고속 승진, 7개월 재직, 해임이유 침묵 등 이례
건강 이상, 실각, 권력투쟁, 염문 등 소문 돌아
중국 외교정책 변화 없을 듯…겸임은 임시조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6월 25일 이후 한 달간 공식석상에서 사라져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킨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전격 해임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친강(57) 외교부장의 직을 해지하고, 중국공산당 외교부문 최고위 관리인 왕이 중앙위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에게 외교부장직을 다시 맡기기로 결정했다.
친강 외교부장직 해지, 왕이 정치국원 재기용
친강 부장의 해임은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이 된 지 7개월 만의 일로, 중국 외교부장이 통상 5~10년 장기간 복무하는 관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왕이 부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12월 후임 친강 부장이 취임하기까지 외교부장직을 약 10년간 맡았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도, 이 위원회의 결정을 전한 국영 <신화통신>도 친강 부장의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하루 전날 특별회의를 공시한 뒤 전격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친강 전 부장이 겸직한 국무위원직과 당 중앙위원직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 직책들은 일단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임 이유 “건강상 문제” 외에 일절 언급 없어
일각에서는 그것이 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지금까지 조사만으로도 해임할 만한 이유를 찾아냈다는 것을 뜻한다는 지적(패트리샤 손턴 옥스퍼드대 교수[중국 정치], <가디언> 7월 25일)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그의 해임 자체도 그렇지만 해임 이유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큰 관심과 억측을 낳고 있다.
친강 전 부장은 미국 근무경험도 없이 2021년 주미 중국대사에 임명된 뒤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에 발탁되고, 지난 3월부터는 부총리급인 국무위원도 겸임하는 등 고속승진하면서 시진핑 체제 대외정책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인 공세적인 ‘전랑외교’의 일선 주요 지휘자로 활약해 온,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이었다. 그는 지난 6월 25일 베이징을 찾은 베트남과 스리랑카, 그리고 러시아 고위 외교관들을 맞이한 뒤 지금까지 한 달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으며,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님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 관련회의에 그가 불참한다는 사실을 공표하면서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그 이유를 “건강 문제”라고 한마디 한 것이 그의 부재에 대한 중국정부의 유일한 공식 해명이었다. 친 전 부장은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중 고위관리들의 왕래가 거의 단절된 뒤, 지난 5월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 미국의 전현직 고위관리들의 잇따른 방중으로 양국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는 중요한 국면에서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그의 신변 변화 가능성에 대한 억측들이 한층 더 커졌다. 그 동안 건강 이상설 외에 실각설, 왕이 정치국원과의 권력투쟁설, 홍콩 방송매체 여성 앵커와의 염문설, 심지어 간첩 혐의까지 여러 설들이 중국 안팎에서 떠돌았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친강 해임에도 중국 외교정책 변화 여지 거의 없어
그의 갑작스런 해임은 시진핑 체제와 중국 대외정책의 향후 전개 및 변화와 어떤 연관성을 지닐지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외교의 최고 의사결정 구조상 그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 대외정책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외교의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은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다. 외교부장은 이 위원회의 멤버이긴 하지만 거기에서 결정된 방침을 충실히 수행하는 실무책임자 성격이 강해, 미국 등 주요국이 제시한 정책에 대해 외교부장 개인이 판단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아사히신문> 7월 25일)
하지만 시 주석의 특별한 신임 속에 ‘승천하는 용’(登龍)처럼 고속승진해 온 친 전 부장의 돌연한 해임과 침묵은 중국 안팎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정치와 대외정책 변화 여부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왕이 정치국원이 다시 외교부장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는, 친강 부장 해임으로 인한 이례적인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임시조치로, 그가 장기간 외교부장직을 계속 맡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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