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함대, 알래스카 합동순찰…미국 밀착 감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서 '반중 군사협력' 협의

중·러, 태평양 작전 반경 확대…미국과 충돌하나

관영지 "언젠가는 파나마 운하, 카리브해 통과"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13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F16, 우리 공군의 F-15K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2023.7.13 [합참 제공] 연합뉴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13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F16, 우리 공군의 F-15K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2023.7.13 [합참 제공]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태평양에서 해군 작전 반경을 급속히 넓히고 있다.

태평양은 미국이 '내해'로 여길 만큼 압도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곳이어서, 최근 태평양에서 중‧러 양국 군의 작전 범위 확대는 미국으로선 적잖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마침내 상징적인 일이 터졌다. 태평양 지역 합동 순찰에 나선 중‧러 해군 함대가 지난주 초 미국의 알래스카 인근 해역으로까지 접근한 것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양국 군함 11척이 알래스카주 알류샨 열도 근처에서 합동 순찰을 벌였다.

함대 규모는 미국 해안에 접근한 중·러 함대 중 최대다. 중국 함대는 순항 미사일 구축함 2척과 순항 미사일 소형 구축함 2척과 종합보급함으로 구성됐으며, 러시아 함대는 대형 대잠 공격함과 초계함으로 구성됐다. 미국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음은 물론이다.

 

2020년 2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근해에서 전략핵잠함 메인 함이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2020.2.12.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2020년 2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근해에서 전략핵잠함 메인 함이 트라이던트II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2020.2.12.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중‧러 함대, 알래스카 합동순찰…미국 밀착 감시

본토 방어를 맡는 미군 북부사령부는 존 매케인호, 벤폴드호, 존 핀호, 정 훈호 등 이지스 구축함 4대와 해상초계기 P-8A 1대를 파견해 중‧러 함대의 활동을 밀착 감시했다. 미군 북부사령부는 WSJ에 "우리 사령부 소속 항공과 해상 자산은 미국과 캐나다 방어를 보장하기 위해 작전을 벌였다"며 "순찰은 공해상에 머물렀고 위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도 지난달 26일 브리핑을 통해 양국 해군 함대가 태평양 서부와 북부 해역에서 제3차 합동 순찰에 나설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이 작전은 제3국(미국)을 겨냥하거나 현재의 국제 및 지역 정세와는 무관하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워싱턴D.C. 주재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도 “중러 양국의 연간 협력 계획에 따라 양국 해군 함정이 최근 태평양 서부와 북부 해역에서 합동 해상순찰을 벌였다”면서 “이는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현 국제정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동해 중부 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진행 중인 중국과 러시아 함대  2023 07. 21 [글로벌 타임스 홈피 캡처]
 동해 중부 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진행 중인 중국과 러시아 함대  2023 07. 21 [글로벌 타임스 홈피 캡처]

중·러, 태평양서 작전 반경 확대…미국과 충돌하나

그러나 태평양에서 중·러 양국의 작전 활동을 예사롭게 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렌트 새들러 선임연구원(예비역 해군 대령)은 “사상 처음”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고려할 때 이런 움직임은 상당히 도발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알래스카가 지역구인 상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의 댄 설리번 의원은 성명을 내고 중·러 합동 순찰에 대해 “새로운 독재의 침략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하고, 작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지만 미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양국 해군 함대의 합동 순찰은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7월 20∼23일 중국과 러시아는 연합군사훈련 장소를 처음으로 '동해 중부'로 옮겨 '북부·연합-2023' 훈련을 벌였다. 이 연합훈련에는 중국의 순항 미사일 구축함 2척과 순항 미사일 소형 구축함 2척과 종합보급함 등을 포함해 군함 10여 척과 군용기 30여 대가 동원됐다.

존 애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달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중·러 해군의 연합 활동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면서, “우려스럽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제3국을 겨냥하지 않았다” “현 지역‧국제 정세와는 무관하다”는 중국 정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태평양에서 중‧러 해군의 작전 범위 확대엔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화상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3국의 군사 협력 강화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2023.05.21. AP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화상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3국의 군사 협력 강화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2023.05.21. AP 연합뉴스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서 '반중 군사협력' 협의

먼저 갈수록 탄력이 붙는 한‧미‧일 군사 협력 확대에 대한 견제 의도가 있다고 하겠다. 작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대미, 대일 밀착 행보에 매진하면서 3국 간 연합군사훈련은 부쩍 늘고 정례화돼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3국이 연합훈련 명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내세웠지만, 궁극적으론 자국을 겨냥하는 것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 한‧미‧일 세 정상은 오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대통령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둘러앉는다.

“3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축하하게 될 것"이란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7월 28일)에서 보듯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향한 3국 연대를 과시할 예정이다. '반중 군사 협력'이 그 핵심임은 물론이다.

3국 정상의 공동성명도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는 한‧일 간 '준 군사동맹' 추진을 위한 외교‧국방 2+2회의 정례화, 유사시 안보협의 의무화, 3국 공동 훈련 확대 등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7일 자 사설에서 "이번 회의는 한‧미‧일 3국 간 군사 협력 체제 구축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동북아 지역 내 '작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출현을 경계하고 나섰다. 3국 정상회의를 지켜보는 중국의 긴장감이 엿보인다.

 

미중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대립(CG). 연합뉴스
미중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대립(CG). 연합뉴스

중국 “미국만 항행의 자유? 우리도 항행의 자유 있다”

다음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함들이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수시로 작전을 펼치는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젠 미국의 공세를 지켜만 보지 않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7일 자 사설을 통해 “이른바 항행의 자유를 자랑하던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가 항행의 자유를 행사하자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은 중국 군사전문가인 쑹중핑의 말을 인용해 중‧러 합동 순찰은 미국과는 달리 어느 나라의 수역도 침범하지 않은 만큼 진정한 의미의 항행의 자유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에 알래스카 해역에서 중‧러 함대를 밀착 감시한 이지스 구축함 4척 중 존 핀호를 제외한 3척이 허가 없이 중국 영해를 침범했던 바로 그 함정들이라며 무단 침범자인 미국이 국제법을 지키며 순찰한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중‧러 합동 순찰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 지역에 공동의 안보 목표를 지니고 있으며 이익을 수호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사설은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도 이런 원해(遠海) 훈련은 '항행의 자유'란 이름으로 중국 인근에서 빈번하게 도발하는 미국의 패권 행동을 반대한다는 신호이자 맞대응 조치라고 풀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 07. 20.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 07. 20. 로이터 연합뉴스

관영지 “언젠가 파나마 운하, 카리브해를 통과할 것”

쑹중핑은 미국을 자극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중‧러 해군이 알래스카에 간 것은 몇 번 안 된다”며 “앞으로 일상적으로 더욱 자주 합동 순찰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사설은 “언젠가 중‧러 해군이 파나마 운하나 카리브해를 통과할 때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국 전함들이 작전할 때 내세웠던 것과 같은 '항행의 자유' 기준을 지키길 기대한다“고 에둘러 미국의 자세를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 태평양에서 중국, 또는 중‧러 양국 함대의 연합 작전 활동 범위가 더욱 확장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어서 미국, 일본, 호주 등 서방 진영과의 긴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알래스카 인근 북극권은 지구 온난화로 바다얼음이 녹아 북극해에 새 항로가 나타나면서 미국 등 서방과 중‧러 간 북극해 인근 해상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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