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편집국에 2000달러 봉투 두고 가

"아이들이 눈에 밟혀…작은 위로 되기를"

유가족 "먼곳서 감사…잘 키우겠습니다"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건설 노동자 고(故) 양회동 열사. 2023.5.4. 건설노조 제공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건설 노동자 고(故) 양회동 열사. 2023.5.4. 건설노조 제공

한 재미동포가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건설 노동자 고(故) 양회동 열사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기부했다.

지난 7일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에는 미국 뉴저지에 사는 임아무개 씨가 방문했다.

민들레 기사를 통해 양 열사 소식을 접했다는 임 씨는 양 열사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싶으나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민들레에 미화 2000달러(한화 약 260만 원)가 담긴 봉투를 전했다.

딸과 아들을 키운 평범한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 씨는 "뉴스를 보고 (양 열사의)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아이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라며, 양 열사의 자녀들에게 위로가 되도록 장학금을 대신 전달해주라고 민들레에 부탁했다.

임 씨는 유가족과 통화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는 기자의 제안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거듭 사양하며 "큰 돈도 아니라 부끄럽다. 마음만 전해주시라" "기회가 된다면 또 (선행)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한다. 저 역시 누군가의 그런 기도 속에 살았을 것"이라며 "가족들은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일을 겪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준 것처럼, 나도 그들을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2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고 양회동 씨 영결식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고 양회동 씨 영결식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임 씨가 남기고 간 장학금 봉투는 세밑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27일 오후 민들레 편집국에서는 양 열사의 부인과 중학교 2학년생 쌍둥이 남매, 양회동 열사의 형과 누나, 매형, 건설노조 강호경 조직국장 등이 방문한 가운데 작은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민들레 이명재 대표는 양 열사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임 씨의 뜻을 대신 전했고, 가족들도 감사를 표했다.

양 열사의 형 양회선 씨는 "먼 곳에서 이렇게 상황을 지켜봐주시고 마음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양 열사 부인 김선희 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음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아이들을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세상 일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어려운데,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을 갖고 글자로 전달해주는 일이 가족들에게 힘이 된다"며, 양 열사에 대한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조선일보 분신조작 사건'은 지난 5월 경찰에 고소·고발됐지만, 수사는 7개월 동안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내년 초 '양회동 열사 정신계승 추모사업회'(가칭)를 출범할 예정이다. 건설노조 강호경 조직국장은 "내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예산집행을 확정해서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며 "준비 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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