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편집국에 2000달러 봉투 두고 가
"아이들이 눈에 밟혀…작은 위로 되기를"
유가족 "먼곳서 감사…잘 키우겠습니다"
한 재미동포가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건설 노동자 고(故) 양회동 열사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기부했다.
지난 7일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에는 미국 뉴저지에 사는 임아무개 씨가 방문했다.
민들레 기사를 통해 양 열사 소식을 접했다는 임 씨는 양 열사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싶으나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민들레에 미화 2000달러(한화 약 260만 원)가 담긴 봉투를 전했다.
딸과 아들을 키운 평범한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 씨는 "뉴스를 보고 (양 열사의)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아이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라며, 양 열사의 자녀들에게 위로가 되도록 장학금을 대신 전달해주라고 민들레에 부탁했다.
임 씨는 유가족과 통화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는 기자의 제안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거듭 사양하며 "큰 돈도 아니라 부끄럽다. 마음만 전해주시라" "기회가 된다면 또 (선행)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한다. 저 역시 누군가의 그런 기도 속에 살았을 것"이라며 "가족들은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일을 겪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준 것처럼, 나도 그들을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임 씨가 남기고 간 장학금 봉투는 세밑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27일 오후 민들레 편집국에서는 양 열사의 부인과 중학교 2학년생 쌍둥이 남매, 양회동 열사의 형과 누나, 매형, 건설노조 강호경 조직국장 등이 방문한 가운데 작은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민들레 이명재 대표는 양 열사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임 씨의 뜻을 대신 전했고, 가족들도 감사를 표했다.
양 열사의 형 양회선 씨는 "먼 곳에서 이렇게 상황을 지켜봐주시고 마음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양 열사 부인 김선희 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음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아이들을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세상 일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어려운데,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을 갖고 글자로 전달해주는 일이 가족들에게 힘이 된다"며, 양 열사에 대한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조선일보 분신조작 사건'은 지난 5월 경찰에 고소·고발됐지만, 수사는 7개월 동안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내년 초 '양회동 열사 정신계승 추모사업회'(가칭)를 출범할 예정이다. 건설노조 강호경 조직국장은 "내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예산집행을 확정해서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며 "준비 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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