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한국 무역수지 몇 위인지 아나?” 질문에 “모른다”

“과장 때 부서 회식비를 예탁결제원 법카로 결제”

“미르재단 설립 실무 지휘했나?” 묻자 “아니다” 부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3.12.19.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3.12.19.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후보자의 대중국 기조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대중국 교역의 악화가 한국 경제 난맥상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가운데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서 소위 ‘탈중국 선언’을 한 당사자가 경제부총리가 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두 가지로 요약해 보면 대외적으로 탈중국 정책과 대내적으로 대기업, 재벌, 초부자 감세 정책이다”면서 “후보자는 윤 대통령 취임 초 대통령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 참석해 탈중국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는 상징적인 탈중국 마드리드 선언을 한 것”이라면서 “반러, 반중 결집이었던 나토 회의에 왜 스페인까지 날아가서 탈중국 선언을 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상목 후보자는 “탈중국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면서 “글로벌 교역 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순방에 동행한 최 후보자는 지난해 6월 29일 “지난 20년간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다”면서 “세계 교역환경의 구조적인 변화에 우리가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유럽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의 이 발언은 사실상 ‘탈중국 선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최 수석의 발언처럼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11월까지 대중국 무역 통계를 보면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18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대중국 무역 관계 회복이 절실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탈중국 선언’을 한 장본인을 다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이 적절한 인사냐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질의 취지였다.

양경숙 의원은 “세계에서 무려 120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중국”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에 역행해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죽하면 최태원 SK 회장이 중국이 셧다운하면 대체 가능한 시장이 없고 중국 시장을 잃어버리면 상당한 타격이 온다고 했겠나”라면서 “탈중국 가치 외교 참상의 책임자가 경제부총리까지 맡겠다고 하니까 동의가 안된다”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한국 무역수지가 올해 209개국 중 몇 위인지 아느냐”고 묻자 최 후보자는 “알고 있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에 서 의원은 “그렇다면 경제수장의 자격이 없다”면서 “200위인데 여기에서 대중국 수출의 몫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말조심하는 게 경제수장 아닌가”라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발언을 한 사람이 후보자”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또 “그런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승진하나”라면서 “‘순방이 곧 민생이다’라는 말은 누가 짜낸 말이냐”고 질타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2.19.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2.19.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글로벌 운동장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무역이) 어느 지역이 확대됐나? 아세안, 인도 어디인가”라고 묻자 최 후보자는 “중동이 확대됐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한국 경제의 성적을 2위로 평가한 것에 대한 ‘자화자찬식’ 질의를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코노미스트지가 근원물가상승률, GDP 등 다섯 가지 수치를 작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분석했는데 우리나라가 그리스에 이어 2등이었다”면서 “근원 물가 상승률은 3.25%인데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일본, 스위스, 프랑스 3국뿐이었고 GDP 성장률이 1.6%였는데 이보다 높은 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폴란드, 터키 등 5개국뿐이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과거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으로 일할 당시 과의 구성원들이 예탁결제원으로부터 향응, 접대받은 사실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감사 결과 증권제도과에 15명이 있는데 이 중 2명이 예탁결제원에서 수천만 원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면서 “당시 과장이었는데 이를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증권제도과 회식비도 예탁결제원 법인카드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사후적으로 감사받으면서 알았다”고 말했다.

최상목 후보자가 과거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과정에서 담당한 역할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실무회의만 주재했다고 하는데 최순실, 안종범은 처벌받고 후보자는 처벌을 면했다”면서 “당시 실무회의를 열어서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주도하지 않았다”면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설립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이 “삼성, 현대, SK 등 구체적 지시가 있었고 출연금 약정 기업이 있냐고 질책한 적도 있다”고 하자 최 후보자는 “그 부분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미르 재단 관련 논란의) 과정에서 국민 관점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공직을 그만두는 상황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르재단 설립 이후 면세점 특허 신규 발급 과정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면세점 특허 신규 발급에 관여했나”고 묻자 최 후보자는 “당시 면세점 확대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고 의원이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가”고 하자 최 후보자는 “우리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당시 김낙회 관세청장의 증인 심문 내용을 보면 메르스로 관광객이 급감해 면세점을 추가하는데 위험이 있다고 했다”면서 “관세청장이 이렇게 말하는데 무슨 (면세점 확대에 대한) 컨센서스가 있었나?”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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