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선택'과 '세번째권력', 제3지대 신당 선언
민주당 나온 이상민, 국힘 이준석 등과 합칠 수도
"이질적 연합 만들어야"…17일 창당 대회 열기로
정의 "류호정, 비례대표 사퇴하고 당적 정리하라"
자진 탈당시 의원직 상실…류 "안 나가" 버티기
진보정당 비례 1번이 윤석열 캠프 출신과 진풍경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를 표방하는 이질적인 조합의 신당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정치권 변방의 다양한 이합집산이 모색되는 가운데 당사자들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이 보기엔 이도 저도 아닌 잡탕으로 인식되기 쉬워 정체성을 어떻게 설정하고 각인시킬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결성한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와 류호정 의원이 속한 정의당 내 소장파 그룹 '세번째권력'이 8일 신당 공동 창당을 선언했다. 금 전 의원과 세번째권력 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당 합의문을 공개했다.
양측은 합의문에서 "신당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하는 제3지대 연합정당"이라며 "신당은 앞으로 제3지대 '빅 텐트' 역할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모든 개인 및 진영과 연대를 추진해 더욱 큰 정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 등과도 연합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구체적 연대 세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준석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들과 말씀을 나누고 있다"면서 "결단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분과 같이 한다, 안 한다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또 "이상민 의원과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 의원이 선택하고 결단할 문제라 대신 말씀드리긴 좀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출신부터 정의당 출신까지 한데 모이는 구상에 대해 "생각이 다른 사람이 모였을 때 그걸 조정하는 게 좋은 정치라 생각한다"며 "이념이나 생각이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양보하고 희생, 헌신하면서 한국 정치를 고쳐나간다는 생각이 있다면 누구든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해 신당의 스펙트럼이 정파와 상관없이 매우 넓을 것임을 시사했다.
조 공동위원장도 "진보와 보수를 나누지 않고 훨씬 넓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면서 "이질적인 연합을 만들어야 양당 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번째권력은 정의당 내에서 양당 정치의 대안이 되는 신당을 추진해 왔지만, 정의당이 도로 통진당으로 회귀하기로 함에 따라 다른 길을 모색해 왔다"며 "이에 세번째권력은 새로운선택과 함께 공동 창당을 통해 신당의 길을 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신당은 당분간 금 전 의원과 조 공동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당명과 조직 체계, 핵심 정책 등은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새로운 당명이 정해지기 전까진 정당법에 따른 창당 절차를 완료한 새로운선택 명칭을 쓰기로 했다. 양측은 세번째권력이 새로운선택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오는 17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 예정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면서 세번째권력의 공동운영위원장인 류호정 의원은 정의당에 남아 다른 사람들의 신당 합류를 설득하기로 했다. 류 의원은 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당원 총투표가 남아있기에 아직 당의 총선 방침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결정을 바꿀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세번째권력 공동운영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회원에서도 탈퇴한 바 있다. 류호정·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날 '세번째권력 회원님들께'라는 글을 통해 "급작스레 결정된 일은 아니다"라며 "장혜영 전 공동운영위원장과 이미 몇 달 전부터 정의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여전히 정의당 내부를 설득해 가야 하는 본인의 역할 등에 대해서 고민을 함께 나눠왔다. 서로의 입장과 고민을 최대한 존중하며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이미 지난 5일 '혁신 재창당 안건'을 의결했던 정의당은 류 의원 등이 당적을 가진 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일종의 해당(害黨) 행위를 두고 발끈했다. 정의당은 자당을 플랫폼으로 민주노총 등 노동 세력, 녹색당·진보당·노동당, 지역 정당 등 제3의 정치세력과 '연합정당'을 구성해 총선을 함께 치르는 방안을 결정하고 이정미 대표도 사퇴한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새로운선택과 세번째권력의 신당 공동 창당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류호정, 조성주 두 분은 정의당과 당론을 달리하고 12월 17일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한 만큼 12월 16일까지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당적 정리를 신속하게 잘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저로서는 정의당 비례대표 1번 의원이 당을 이탈해 다른 정당을 창당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며 "무엇보다도 당원들과 정의당을 지지해주신 시민 여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이후 선거연합 신당 창당의 연대 대상에 대한 당원 설문조사를 거쳤고, 해당 조사에서 새로운선택과의 선거연합정당 추진에 관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임을 확인했다. 정의당 비대위는 당원들 의사를 존중해 새로운선택은 가치 기반의 선거연합정당 추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판단했다"며 "정의당은 흔들림 없이 노동, 기후정치 세력, 진보 정당, 지역 정당들과 가치 중심의 선거연합신당을 추진하고 22대 총선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미래를 만들어 갈 진보 정당으로서 당당히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류호정 의원을 비롯한 세번째권력 측에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며 함께 갈 수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류 의원이 스스로 정의당에서 탈당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즉시 상실하고, 정의당은 차순위 후보에게 그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 반면 정의당이 류 의원을 제명하면 류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신당으로 옮길 수 있고 정의당은 승계 후보를 지정할 수 없어 보유 의석수만 줄게 된다.
그래서 다음 주까지 빨리 탈당하라고 요구한 것인데, 류 의원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전망이다. 애초에 류 의원 같은 인물을 비례대표 1번에 배치하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었던 금 전 의원과 류 의원이 손을 잡는 진풍경을 만들어 낸 것은 정의당의 자업자득이다. 이래저래 정의당은 한국 진보정당의 흑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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