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신 사라졌다"며 탈당하더니
윤석열 대선 공신, 혐오정치 이준석에 매달려
'새로운미래' 당명도 포기, '개혁신당' 간판으로
4개 세력 통합신당, 지지 기반과 노선 제각각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성공 모델? 여건 달라
컨벤션 효과 미지수…박빙 지역구 영향에 주목
"선거공학적 이합집산, 통합‧연합도 아닌 야합"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원칙과상식' '새로운선택' 등 이른바 제3지대의 4개 정치세력이 합쳐 단일 정당으로 4월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 출신들을 비롯해 정치공학적 타산 외에는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 이들이 설 연휴 첫날 전격적으로 합당 선언을 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야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은 각각 3~4%에 불과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들이 합당이라는 컨벤션 효과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 인지도와 득표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특히 박빙 선거구의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는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신당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명은 이준석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하되 총선을 지휘할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맡기로 했다. 지도부 명칭은 최고위원회로 하며, 최고위원은 4개 세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통합신당 합당대회는 연휴 직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의당 등에서 정체성과 헤게모니를 놓고 여러 갈등을 빚다 뛰쳐나온 소수 이탈파가 주축인 탓에 정치 결사체로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성원들의 지지 기반과 이념이 워낙 제각각인데다 종전까지 이렇다 할 인적 교류나 공조 활동을 축적해온 바도 없어 상호 연대의식이 허약할 수밖에 없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단일 정당을 급조한 상태라 앞으로 당헌·당규 및 공약 수립,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 각 정파의 노선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는 산적한 현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민주당 대표와 대선 후보까지 지냈던 이낙연 공동대표의 변신은 여러모로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신과 가치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탈당했던 그가 결국 수구보수 세력의 본산인 국민의힘 대표였으며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진력했던 이준석 대표와 손을 맞잡은 것은 극도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낙연 대표는 여성과 장애인·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고 세대 갈라치기 수법으로도 악명 높은 이준석 대표로부터 그간 "저라면 인천 계양에 출마하겠다" "빅텐트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지향점을 공유하지 못했다" "무임승차는 곤란하다" "윤핵관 같다" 등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함께 하자"고 사정하다시피 해 지지층까지 아연실색케 했다.
이번 합당의 최대 걸림돌은 당명 결정이었는데, 이마저도 이낙연 대표가 뒤로 물러나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명칭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원욱 의원은 "새로운미래 측에서는 당명에 대해 결정을 하는 걸 굉장히 힘들어했다"며 "김종민 공동대표가 1차적인 결단을 하고, 이낙연 공동대표와 통화하면서 설 전에 합당 절차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보해 달라고 부탁의 말씀을 계속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통합 협상의 맨 마지막 문제는 당명이었다. 저희가 써 왔던 '새로운미래'라는 이름에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깊은 애착을 갖게 됐고 저 또한 그 이름이 좋았다"면서 "그러나 당명 줄다리기로 설 연휴를 보내면 신당 전체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고 수용해 주시기를 호소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렇게 '굉장히 힘들어'하면서도 당명을 적당한 조합이나 새로운 작명이 아니라 100% 이준석 대표 뜻대로 따라갔다는 것은 이낙연 대표 측이 얼마나 끌려다니는 형국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통합은 이낙연 전 총리님의 큰 결단으로 많은 쟁점이 해소됐다.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간략하게 언급했다.
'민주당의 적자'로 불리던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당론이었던 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하는가 하면 경선 패배로 공천을 못 받고 탈당한 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나, 삼성을 맹목적으로 옹호하고 검찰개혁 법안엔 반대하다 자신의 사촌동생이기도 한 특별보좌관의 성폭행 사건 여파로 제명 처분을 받자 자진 탈당한 양향자 의원과 의기투합한 것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 출신으로 민주당에서도 중도우파적인 구주류를 대표하던 그가 끝내 진보적 개혁 정치로 나아가지 못하고 엘리트 기득권으로서 보수화한 것은 예견된 퇴행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많다.
그간의 정치적 궤적이 천차만별인 이들이 일단 물리적 결합을 통해 통합신당을 탄생시키기로 합의는 했으나 실제 총선에서 어느 정도 존재감을 보일지 결과를 낙관하기는 아직 어렵다. 제3지대 신당의 성공 모델처럼 거론되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과는 달리 현재 개혁신당은 호남과 같은 탄탄한 지역적 기반도 없고 지지율 선두권의 스타급 대권주자도 안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여야 두 거대 정당으로 양극화한 정치 지형과 진영간 총결집 양상이 더욱 심화해 신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 자체가 협소한 실정이다.
개혁신당은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후보도 최대한 많이 출마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최근까지 나온 여론조사상으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한국갤럽의 2월 1주 차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각각 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해 9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개혁신당은 4%, 새로운미래는 3%에 머물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창당 직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7~11%를 얻었던 것과 비교해 "신당의 컨벤션 효과가 끝났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통합신당이 기대를 걸고 있는 15~20%대의 무당층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몇백 표 차이로도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수도권 등 박빙 지역구에서 통합신당 후보가 민주당 및 국민의힘 후보의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민주당은 8일 통합비례정당 참여 대상인 진보 성향의 군소 야당과 시민단체에 '선거연합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제안 대상은 녹색정의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등 원내 3개 정당과 시민사회 인사들 모임인 '연합정치시민회의'다.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을 맡은 박홍근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22대 총선에서 민주개혁진보 정치세력과 시민사회 세력의 연합으로 오로지 국민만 보고 국민이 부여한 정치적 책무를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생 정책 중심의 공동 총선 공약 추진 ▲공정한 시스템을 통한 유능한 인재 선출 ▲'이기는 후보' 단일화 원칙의 지역구 연합 등을 3개 추진축으로 꼽았다.
선거연합 대상 가운데 새진보연합을 주도하는 용혜인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이낙연-이준석 통합신당 소식과 관련해 "전망과 비전 없는 양비론의 결말은 역시나 민주당 전 대표와 국민의힘 전 대표의 '합당 선언'으로 끝났다"며 "이런 걸 두고 선거공학적 이합집산, 통합도 연합도 아닌 야합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24년 대한민국 정치에 필요한 건 개혁의 탈을 쓴 양비론이 아니다. 양비론에 근거해서 깃발만 띄우면 과거 안철수 전 대표가 그러했듯 내용 하나 없이 3자 구도를 만들 수 있다, 그런 땅따먹기 같은 논리가 정치의 발전이라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새진보연합은 어지러운 때일수록 중심을 잃지 않겠다. 설 연휴 직후부터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개혁과제 합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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