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세 가지 요소는 바람, 구도, 텃밭(인물)
'정권 심판' 바람과 '반윤 연합정치' 구도 함께 가야
이준석·이낙연 등 제3지대 급조 정당 정체성 애매
바람과 구도 뒷받침할 무기는 결국 인물 '개혁공천'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내년 4월이면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립니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봉사자로서 소양을 갖춰 국민에게 선택받는 선량(選良)들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권모술수와 마타도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로 가득 찬 곳이 바로 현실 정치판입니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라고 했나 봅니다. 선거를 알아야 국민이 속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거란 무엇인지부터 자세하게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지난번 썼던 칼럼 <'메가 서울' 반대가 더 많아도 밀어붙이는 국민의힘>을 통해 이슈의 셈법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찬성과 반대 가운데 비록 반대가 더 많다 하더라도 이슈를 먼저 제기해서 선점했을 경우 이슈의 셈법에 따라 승리할 수도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선거의 첫 번째 요소, '바람'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했지요.
오늘은 앞서 잠시 언급한 선거의 세 가지 요소를 정리하면서 2024년에 불어올 '바람'과 '시대정신'은 무엇일지 예측해 보겠습니다.
선거의 세 가지 요소 – 바람/구도/텃밭 or 바람/구도/인물
(1) 바람
가까웠던 시기에 있었던 선거 때 나타났던 '바람'이라는 요소를 기계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 선거 시기에 일어났던 '바람'은 그 상황에서 국민이 선택한 준거 기준이 되었습니다.
지난 대선은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의 그야말로 피 말리는 접전 끝에 0.73%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승리를 거둡니다.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에서 대선후보로 몸값이 급상승한, 정치권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야말로 생소한 후보였습니다. 그나마 국민에게 알려진 사건은 이른바 가족 전체를 도륙한 '조국 사건'이었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은 수많은 '기레기'들의 도움으로 검찰의 완벽한 승리로 기록되었고, 이는 이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전리품으로 '정권교체'의 역할을 합니다.
선거 시기의 제1요소인 '바람'은 정치 주체가 주도적으로 제기해 이슈로 선점하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주어진 정치 상황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후보자는 바람을 타고나, 뚫거나, 우회해야 합니다. 그게 바람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당시에 (윤석열을 중심으로) 정권교체 바람이 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아직도 분분합니다. 누구는 문재인 정권의 부족한 개혁 의지와 실행력(?)으로 인한 오류로 윤석열 정권을 불러왔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 붕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윤석열'이라는 특이한 개인 캐릭터를 절묘하게 관여시켜 선거로 이끌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독자 제위께서도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시겠지만, 그 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정권교체' 바람은 불었고, 이로 인해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것입니다.
(2) 구도
역사적인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5대 대통령 선거가 바로 '구도'에 대한 선거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김대중 VS 이회창'만의 대결이었다면, 결코 정권교체는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김대중 VS 이회창 VS 이인제'의 대결이었기에, 즉 구도 선거였기에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40.27%,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38.74%,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19.20%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국민회의의 주요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광주(5,181표/ 0.66%)와 전북(25,037표/2.14%), 전남(18,305표/1.40%)에서 총 48,523표를 얻었습니다. 반면 한나라당의 주요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구(173,649표/13.06%)와 경북(335,087표/21.76%), 경남(515,869표/31.30%), 부산(623,756표/29.78%)에서 총 1,648,361표를 얻은 것입니다. 영남이 호남에 비해 인구수가 더 많은 것을 감안해도 4만 8000표와 164만 표라는 이 엄청난 결과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물론 15대 대통령 선거는 여러 '우연적' 요소가 겹치면서 '필연적' 결과를 만들어냈기에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IMF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DJP연합이 없었더라면 김대중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이회창 후보와의 표 차이가 겨우 39만 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선거의 가장 커다란 특징인 구도 선거가 아니었다면, 이인제 후보의 출마가 없었더라면 절대 정권교체는 불가능했다, 라는 겁니다.
대통령 선거와 같이 큰 선거 말고, 총선이나 지방선거까지 '구도'의 효과는 유효합니다.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그렇기에 선거의 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입니다.
(3) 텃밭 or 인물
오랜 기간 많은 정치 고관여층과 선거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중요 요소를 체크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텃밭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인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군요. 따라서 저는 그동안 주장해 왔던 텃밭과 함께 인물에 대해서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텃밭'은 선거의 지형적 여건을 의미합니다. 학연과 지연, 혈연적 관계의 총합이며, 이 총합이 지지그룹을 형성하게 만들며 고정표로 확산이 됩니다.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지요. 최근에는 무소속(성향)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텃밭'이란 없습니다. 텃밭만 믿고 방심하다가 낙선하는 숱한 후보를 보았습니다. 투표일까지 매진해야만 합니다.
'인물'은 선거에 임하는 사람의 경쟁력을 의미합니다. 흔히들 인물의 경쟁력은 그 사람의 학력과 경력, 그리고 그의 배경에서 찾지요. 그가 얼마나 공부했고, 어떤 일을 했으며 그의 집안은 어떤지 등을 따집니다. 그렇다면 인물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바로 정당 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이 높은지 살펴보면 인물 경쟁력을 알 수 있습니다. 후보자에 대한 선호도가 그가 속한 정당의 지지율보다 높다면 인물의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이런 기준이 딱히 잘못된 것은 아니나 좀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으시나요? 학력과 경력이 매우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인간 그 자체가 '개차반'인 경우가 너무너무 많기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제 개인의 '느낌'만이 아니라 유권자들도 똑같이 느끼는 점입니다.
민주진보진영은 '인물'을 공천할 때, 그 사람의 됨됨이도 평가하겠으나 그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진지하게 선거에 임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유권자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지를 보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유권자의 눈에 비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성실하게 임하는 후보자의 자세입니다.
여기서 경악스러운 사실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인류 역사상 실재했던 최악의 빌런이자 독재자이자 학살자였던 아돌프 히틀러는 독일의 국민들에게 진심이었습니다. 아니, 보여 주는 것에 진심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장기(長技)인 연설을 활용했습니다.
이 사진들은 1920년대 후반 히틀러의 공식 사진사였던 하인리히 호프만이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1955년 출간한 그의 회고록 <히틀러는 내 친구였다(Hitler was my friend)>가 최근 출판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세상에 드러났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이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히틀러는 자신의 연설에 진심이었습니다. 1919년 10월 뮌헨의 한 맥주홀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군중에 처음 등장한 이후, 1945년 1월 방공호에서 라디오 녹음방송을 마지막으로 25년간 연설을 통해 군중을 만났습니다. 저 사진에서처럼 그는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자신의 연설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손동작과 몸짓을 연구했습니다. 그 외에 횃불과 서치라이트, 합창의 종교 제의 분위기가 부가적으로 따라오면서 지상 최고의 '선동꾼'이 되어 독일 민중을 홀딱 반하게 만들었습니다. 인류에게 있어 가장 최악의 전체주의자 히틀러는 이러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독일인들의 '인물'로 등극합니다.
하지만 이 '인물'이 가짜로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것을 눈치 챈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어거스트 랜트메써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그라미 안에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어거스트 랜트메써입니다. 남들이 다 '하일 히틀러!'를 외치고 있을 때,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 남들이 다 "예"할 때 "아니오!"를 외치는 용감한 자세이지요. 이 사진은 193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있었던 진수식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이 어거스트 랜트메써 씨는 취업을 위해 '나치당'에 가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유태인 여성인 이르마 에클러와 결혼을 한 죄로 2년간 중노동에 처해졌습니다(에클러 자신도 유태인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하네요). 두 사람은 부부관계를 부정해서 풀려나긴 합니다만 다시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에클러는 1942년, 랜트메써는 1944년에 사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사연은 뿔뿔이 흩어져서 키워진 이들 부부의 두 딸이 1991년, 우연히 신문에 실린 이 사진을 보고서 알려진 것입니다.
독일의 '인물'이라고 불렸던 히틀러는 똑바로 눈뜨고 있는 어거스트 랜드메써와 같은 '깨어있는 시민'에게 딱 걸린 겁니다. 2024년 투표해야 하는 우리도 속지 말고 '인물'을 잘 구분해야겠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 어떤 바람/구도/인물이 나올까?
선거는 진영 대 진영, 지지자 대 지지자의 집단 싸움입니다. 싸움의 무기는 투표지입니다. 이 집단 싸움의 기준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바람/구도/텃밭 or 인물이 되는 겁니다.
어떤 바람이 불 것인가, 어떤 구도가 형성될 것인가, 어떤 인물이 나올 것인가에 따라 선거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지금부터라도 바람과 구도, 인물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총선의 인물은 워낙 많아 여기서 언급하기에는 부적절합니다만, 바람과 구도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2024년 총선의 바람과 구도는 연계되어 있다는 예측입니다.
여권은 최대한 피하고 싶겠으나, 2024년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바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지난 시기의 윤석열 정권은 해도 너무 했기 때문입니다. 검찰 정권이라는 호된 비판 속에서도 검찰 패거리 정치는 멈출 줄 몰랐으며, 종전 정권에서라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니 야권의 정치 연합에 대한 갈망은 상당하다고 판단됩니다. 그 구체적인 표현은 이탄희 의원이 내놓은 방안인 '준연동형 연합정치로 反윤석열 전선 확대'라는 주장과 김용민 의원이 주장한 '범야권 反검찰독재 연합'이라는 주장입니다. 이탄희 의원은 제도를, 김용민 의원은 구도에 자기 주장의 방점을 찍고 있기에 결이 조금 다른 감이 있지만 핵심은 '연합정치'입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바람은 '연합정치'라는 구도와 함께 빛을 발할 것입니다.
둘째, 여야간 첨예한 대립 속 제3지대 진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 제3지대 주력군은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성향 진영과 이낙연으로 대표되는 반이재명 성향 진영(원칙과 상식 그룹 포함), 그리고 정의당 이탈 그룹으로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당 정체성이 뚜렷하지 못한 급조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모두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정당이 총선에 참여하는 것은, 대권주자가 수두룩했던 2000년 '민국당'의 실패가 연상됩니다.
셋째, 바람과 구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무기는 바로 '개혁공천'입니다.
사실 가장 많은 의석수가 걸려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도전자는 국민의힘이고 민주당은 기득권 세력입니다. 뭘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국정운영이 엉망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책임도 있다고 국민은 묻고 있는 겁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은 바로 제대로 된 인물을 공천하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가 자기 역할대로 의제를 던지고 물러났습니다. 장제원부터 시작해서 차례차례 친윤을 비롯한 중진들이 물러날 것입니다. 이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실의 뜻입니다. 민주진보진영이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바람과 연합정치라는 구도를 뒷받침할 인물을 공천하지 않고, 그저 선수(選數)가 깡패라는 여의도 문법에 따라 공천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입니다.
이렇게 '선거의 3요소'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선거 시기 흔히들 사용하는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우리나라 사례는 물론 외국의 사례까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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