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여의도 14배 맞먹는 40㎢ 팔아 치워
서민주택 97만6천 세대분 공급 가능면적
민간에 넘긴 결과 10분의 1만 공공주택으로
그마저도 10년 뒤 분양전환…무늬만 임대
61조 원에 판 아파트 토지 가격 38조 올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10년간 서민 주택을 짓는데 사용해야 할 공공택지를 민간기업에 마구잡이로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비교적 가치가 높은 아파트 부지는 민간에 넘겼을 때에 비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매각한 택지를 본래 목적대로 공공주택을 건설하는데 사용했다면 100만세대에 육박하는 서민 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LH 공공택지 매각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제공한 LH 공공택지(공동주택 부지) 매각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3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매각한 공공택지 중에 공동주택지가 40㎢(약 1220만 평)에 달했다. 여의도 면적의 14배이고 강남구보다 넓은 크기다. 평당 평균 매각 가격은 2013년 504만 원에서 2021년 1061만 원으로 크게 오른 뒤 현재 1000만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 택지에 용적률 200%를 적용해 장기 공공주택을 지었다면 82.6㎡(25평)짜리 아파트 97만 6000세대를 공급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정부가 발표한 LH 공공주택 재고량은 133만 채다. 이중 무주택 서민이 싼 임대료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장기 공공주택(영구, 50년, 국민, 장기 전세)은 73만 채에 불과하다.
공공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장기 공공주택을 짓는 데 모두 사용했다면 장기 공공주택 재고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나 170만 채에 달했을 것이다. 경실련은 “이 집들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은 물론 반지하 세입자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에 매각된 택지 중 임대 주택부지로 쓰인 면적은 3.4㎢(103만 평)에 그친 반면 분양주택 부지로 쓰인 면적은 36.9㎢(1117만 평)에 달했다. 매각금액은 각각 4조 원과 74조 원이다. 매각금액 기준 90% 이상을 분양주택용으로 매각한 것이다. 이는 LH가 최대거주기간 30년의 국민임대나 20년 장기 전세 같은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공기업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민간기업에 넘긴 임대 주택부지도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는 주택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은 분양 전환할 때 시세를 반영해 집값을 결정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LH는 땅장사로 돈을 벌고 민간 건설사는 아파트를 비싸게 분양해 돈을 버는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LH와 민간 건설사는 공공택지를 매개로 배를 불리지만 이로 인해 대다수 국민는 피해를 보게 된다. 고가 분양 아파트를 살 수 없는 무주택자는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공공택지로 땅이 수용된 토지주는 재산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LH의 공공택지 매각은 공공자산을 헐값에 민간에 넘기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경실련이 지난 10년간 LH가 판매한 아파트 부지의 토지가격 변화를 살펴본 결과 매각금액은 총 61조 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이보다 62%(38조 원) 오른 9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매각하지 않았다면 38조 원의 공공자산을 보전할 수 있었던 셈이다.
매매 시점에 따라 가격 상승률에 차이가 있지만 노른자위 땅일수록 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하남 미사가 178%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위례 135%, 행정중심복합도시 127%, 김포한강 89%, 화성 동탄2 85% 순이었다. 한남 외인주택 부지의 경우 2016년 평당 3395만 원에서 현재 7706만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광역지자체별로는 경기도 공공택지 매각금액이 50조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금액의 64%, 면적으로는 52%를 차지했다. 인천이 10조 원으로 뒤를 이었고 세종 4조 원과 충남 2조 원 순이었다.
경실련은 “LH가 토지수용권과 독점개발권, 용도 변경권 등 3대 특권을 활용해 확보한 공공택지들을 국민을 위해 활용하지 않고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올려왔다”며 “이는 명백한 국민 재산권 침해이며 LH가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LH의 공공택지와 공공자산 매각 전면 중단 △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집 주택, 장기 공공임대주택 등 서민 주택 공급 약속 이행 △LH의 주택개발업 중단과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공급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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