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때 태국인 39명과 필리핀인 3명 등 수십명의 동남아시아인들이 하마스 대원의 총에 맞아 숨지고 수십명이 인질로 붙잡혀 간 사태 배경에 동남아 지역의 빈곤문제가 깔려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태국인 39명 사망 30여명 피납

이 신문에 따르면, 이-팔 간의 전투중지 합의에 따라 일부 인질들이 풀려나면서, 돈벌이를 위해 이스라엘에 갔다가 인질로 붙잡혀간 태국인 30여 명 등 가난한 지방 출신 동남아인 인질들 석방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 정부와 이스라엘 주재 태국 대사관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적어도 39명의 태국인들이 숨지고 30명 이상의 태국인들이 인질로 붙잡혀 갔다. 지난 10월 현재 이스라엘에는 약 2만 6천 명의 태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도시지역과 소득격차가 큰 태국의 빈한한 지방 출신자들로 월 평균급여액이 태국보다 3~4배인 이스라엘의 농장이나 건설현장에서, 또는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스라엘 내 동남아 노동자 10만 4천여 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돈벌이 노동을 하던 외국인 노동자는 2021년 말 현재 10만 4천 명이며, 이들 중 태국과 필리핀 출신자만 5만 명이 넘었다.

이스라엘에는 이들 외에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 출신 노동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경제 교란 목적?

이처럼 동남아가 이스라엘의 주요 노동력 공급원이 된 상황에서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들 중 다수가 숨지거나 다치고 인질로 붙잡혀 간 데다가, 사건 뒤 다수가 서둘러 귀국하는 바람에 이-팔 충돌이 계속될 경우 노동력 부족으로 이스라엘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 때문에 하마스가 기습공격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목표 가운데 하나가 기반산업 노동을 이들 동남아인들에 의존하고 있던 이스라엘 경제 교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태국 출신 노동자들의 경우 이번 사태 뒤 8천 명 이상이 서둘러 귀국했다.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니 행복한가”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현장에 있다가 변을 당했거나 당시 상황을 목격한 당사자와 유족들은 당시 하마스 대원들이 태국인들이 있던 노동현장 숙소에 들이닥쳐 태국어로 “안녕하세요 태국인 여러분”이라고 인사를 건넨 뒤,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니 행복한가. 지금 죽어”라고 외치며 총을 쏘았다고 증언했다.

가자에 가까운 이스라엘 남부지방 농장에서 일하다 그날 숙소에 들이닥친 하마스 대원 총에 맞아 숨진 태국 출신 아난 페케우(39)는 태국 동북부 마을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파산하자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돈벌이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그와 같은 숙소에 있었던 태국인 미차이 사라방(32)은 5발의 총탄을 맞아 중상을 입었으나 목숨을 건졌다. 그는 태국 언론의 전화취재 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산업을 태국인들이 떠받치고 있는 것에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사라방에 따르면, 그날 2대의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하마스 대원 4명이 숙소에 들이닥쳐 태국어로 인사말을 건넨 뒤 히브리어로 외치며 실내에 폭탄을 던져 넣어 불을 지르고 페케우 등에게 총을 쏘았다.

사라방은 하마스가 애초에 태국인들을 노리고 현장을 덮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필리핀인 3명 사망

가자지구 근처의 키부츠(농업 공동체)에서 이스라엘인 고령 여성(86) 간병을 하다 하마스 대원의 총에 맞아 피간병인과 함께 숨진 필리핀 여성 안젤린 아기레(33)는, 피신할 수 있었는데도 마지막까지 피간병인 곁을 지키다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필리핀에서 안타까워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6년 전부터 이스라엘에서 일해 온 필리핀 북부 팡가시난 출신 안젤린은 1년 전 결혼한 뒤에도 가족과 떨어져 이스라엘에서 일을 계속해 왔다.

필리핀 정부는 10월 7일 이후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자국인 3명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