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임원 7345명 중 여성은 439명

미국·유럽 기업 여성 임원 비중 30% 넘어

“공공기관·금융사도 여성 임원 비중 낮아”

“여성 우수 인력 활용하면 저출산도 해결”

한국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여성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세계 여성의날을 기념해 발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11년째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중이 낮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9월 대전시청에서 열린 여성 취·창업 박람회장을 찾은 한 시민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2022.9.21.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대전시청에서 열린 여성 취·창업 박람회장을 찾은 한 시민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2022.9.21. 연합뉴스

헤드헌팅 전문기업인 유니코써치는 국내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들 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사외이사 제외)을 조사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 임원은 지난해보다 36명 증가한 439명으로 전체 7345명의 6.0%인 것으로 집계됐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2019년 3.5%에서 2020년 4.1%, 2021년 4.8%, 2022년 5.6%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간 것을 고려하면 여성 임원 증가 속도가 빠른 건 아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분야가 172명으로 가장 많은 데 비해 조선과 해운, 철강, 에너지, 기계 업종에서는 여성 임원이 없는 곳이 적지 않았다. 절대적인 수로는 삼성전자(72명)와 CJ제일제당(30명), 네이버(26명), 현대자동차(21명), 롯데쇼핑(15명) 순이었으나 전체 인원 대비 비율로는 아모레퍼시픽이 25%로 가장 높았다. 여성 임원 중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는 사내이사는 8명, 대표직은 네이버 최수연 대표 등 4명에 불과했다.

 

 국내 100대 기업 연도별 여성 임원수 증가 추이. 연합뉴스
 국내 100대 기업 연도별 여성 임원수 증가 추이. 연합뉴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49개 기업의 1분기 말 기준 여성 임원(사외이사 포함)은 997명으로 전체 임원 중 6.8%였다. 개정 자본시장법 영향으로 사외이사는 비교적 많이 늘었으나 사내이사는 30명으로 작년보다 고작 2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여성 사내이사 중 총수 일가 18명을 빼면 전문경영인은 12명뿐이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은 일찌감치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이 30~40%에 달한다. 미국은 지난 2021년 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30%를 돌파했다. 올해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에 나타난 OECD 회원국 평균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도 30.1%로 한국보다 2배 이상 높다.

 

  OECD 회원국 유리천장지수. 연합뉴스
  OECD 회원국 유리천장지수. 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5대 시중은행 임직원 중 여성이 절반 넘게 차지하는데도 여성 등기임원은 전체의 10% 수준인 4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윤영덕 의원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금융사 74곳의 등기임원 총 461명 중 여성은 52명(11%)뿐이라는 자료를 국감장에서 공개했다.

국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국토부 산하 28개 기관에서 9월 말 기준으로 임원을 포함한 3급 이상 직원 중 여성 비율이 4.49%에 그쳤다고 폭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은 산업부 산하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이 없는 곳이 41곳 중 무려 36곳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여성 인력 활용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여성 임원 비중이 빨리 늘지 않는 이유는 출산과 육아 등을 여성이 떠맡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은 미국 사회에서 소득과 고용률의 성별 차이 발생 현상을 분석하며 여성의 노동환경이 불리해지는 원인으로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을 꼽았다. 이는 현재 한국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하고 근로 현장의 여성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여성 임원 할당제가 대표적이다. 유럽 국가 중에는 이 제도를 통해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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