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3.0으로 OECD 최고출산율

프랑스 1.79, 일본 1.33, 한국 0.78

저출산 단박 해결 ‘비장의 카드’는 없다

결혼 가족 삶 행복에 대한 가치관 바꿔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3일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에서 네쌍둥이 자매가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구의학연구소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분만한 쌍태아 이상 다태임신 가족을 초대해 일일 놀이동산을 열었다.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는 이번 행사 취지에 대해 '저출산 시대에 출산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23.5.13. 연합뉴스
13일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에서 네쌍둥이 자매가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구의학연구소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분만한 쌍태아 이상 다태임신 가족을 초대해 일일 놀이동산을 열었다.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는 이번 행사 취지에 대해 '저출산 시대에 출산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23.5.13. 연합뉴스

어떻게 하면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이런 문제로 한국 못지 않게 고민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정부는 최근에도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차원’ 異次元)임을 강조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들을 내 놨지만, 사람들은 별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일본은 양호한 편이다.

예루살렘 주재 <아사히신문> 특파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출산율이 높은 이스라엘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이 문제를 다룬 기사가 26일 이 신문에 실렸다.

15세에서 49세까지의 여성(가임 여성)들의 연령별 출산율을 합계한 지표, 즉 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 수의 평균치인 합계출산율(합계특수출생률)을 보면, 이스라엘은 3.00(2021년)이다. 나라별 비교가 가능한 2020년 수치를 보면, 이스라엘은 2.90으로 OECD 최고수준인데, 2위인 멕시코가 2.08이다. 괜찮은 정책으로 저출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프랑스가 1.79이고, ‘이차원’ 정책을 내 놨다는 일본은 1.33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인구 수를 지금 상태로 유지할 수 있으려면 이 수치가 2.1 이상이 돼야 한다는 기준에 비춰 본다면, 일본은 물론 프랑스도 이대로 가면 속도는 각기 다르겠지만 인구감소를 피할 수는 없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인구학)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2023.5.17. 연합뉴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인구학)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2023.5.17. 연합뉴스

저출산을 막을 ‘비장의 카드’는 없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에 0.84였고, 2021년엔 0.81이었으며, 2022년엔 0.78이었다. 이대로 가면 장차 인구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로 진행될 국가가 한국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 기사는 관심을 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들이다.

이 기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스라엘의 출산지원 정책과 출산 및 육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스라엘 사회의 생각과 가치관, 특히 개인의 행복추구와 가족 및 사회(집단)의 요구 간의 충돌 여부가 출산율에 끼칠 영향에 대해 지적한 부분이다.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는 것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기 이전에, 아이를 낳거나 많이 낳게 하는 쪽을 사회가 바란다면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요소들을 없애야 할 것이다. 장애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들은 보통 출산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늘리거나 전통적 가족관계, 사회활동과 관련한 제도적 미비점 등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려 한다. 그러나 일단 내려가기 시작한 출산율의 하향 추세를 되돌리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여러 나라의 통계수치들은 보여 주고 있다.

아사히 특파원의 기사는 이런 재정적, 제도적 지원 외에 가족, 개인과 가족, 개인과 사회(집단), 나아가 결혼과 가족, 삶 자체에 대한 관점 또는 가치관, 세계관의 재정립이 출산율 변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내려가는 출산율을 단번에 역전시킬 재정적, 제도적 ‘비장의 카드’는 없으며, 삶에 대한 태도, 개인의 행복추구와 가족 및 (사회)집단이 지향하는 가치의 충돌 여부가 출산율 변화의 관건일 수 있다.

 

예루살렘의 날'을 맞은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 일대에서 주민들이 깃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며 통곡의 벽까지 행진했다. 2023.05.19. 신화 연합뉴스
예루살렘의 날'을 맞은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 일대에서 주민들이 깃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며 통곡의 벽까지 행진했다. 2023.05.19. 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OECD 최고 출산율 국가인 이유

이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아이들이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이스라엘에는 유대교 계율을 엄밀히 지키는 ‘초정통파’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이는 ‘하느님이 내려 준 은혜’라는 가르침에 충실해 다섯 이상을 낳아 기르는 집이 많다. 그들이 이스라엘의 합계출산율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교의에 속박되지 않고 사는 세속적인 사람들도 ‘3명 이상 낳는 것이 보통’이란다. 중동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텔아비브의 하이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캐리어 지향성이 강한 사람들도 남녀 불문하고 그렇다고 한다.

왜 그런가?

이는 이스라엘 국민 다수를 점하는 유대인들이 걸어 온 고난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여기서 빠질 수 없다. 약 600만 명이 희생당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와 이스라엘 건국 뒤 대립하는 아랍국가들과의 전쟁 등으로 ‘자손을 남기고 싶다’는 강한 생각이 사회에 침투해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정부의 육아 및 교육 지원이 충실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IT기업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슬라마(47)는 이렇게 말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아이가 있어서 가족이고, 가족이 있어서 생활할 수 있다는 감각이 전제로 깔려 있다. 맞벌이로, 가족이나 이웃 손을 빌리지 않고는,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살아갈 수 없다. 그 ‘어려움’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즐겁다.”

그의 집은 아이 3명에 맞벌이다. 긴 노동시간에 더해 지역 아이들 스포츠단체 지도자 역할도 맡고 있다. 휴일은 아이들과 함께 취미인 테니스 치는 일로 바쁘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소재 전남도청에서 열린 저출산 대응 2030 전남 청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5.3. 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소재 전남도청에서 열린 저출산 대응 2030 전남 청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5.3. 연합뉴스

동결 수정란 대리모 출산

이스라엘에서는 동성 커플이나 혼인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가 없는 사람이라도 생식의료(生殖醫療)를 활용해서 아이를 가질 수 있고 또 키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드롱 지브(56)와 로이드(54) 부부는 2021년 3월, 교통사고로 장녀 시린(23)을 잃었다. “그래서 아이 하나를 더 원한다.” 따라서 SNS를 통해 대리모가 돼 줄 여성을 구했다. 이 부부에게는 약 30년 전에 동결시켜 보존해 둔 수정란이 있었으나, 지금 50대인 로이드가 아이를 낳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녀가 죽은 뒤 상실의 슬픔이 너무 커서 치유가 되지 않았다. 그 슬픔을 해소하려고 보존해 둔 수정란으로 대리모를 구해 아이를 갖기로 했다.

사고로 잃은 장녀 시린도 힘든 불임치료 끝에 얻은 딸이었다. 그때 동결 보존해 둔 또 하나의 수정란이 있었는데, 30여년 만에 그걸 생각해낸 것이다. 동결 보존을 맡긴 병원에서는 처음엔 없어졌을 것이라고 했다가 며칠 뒤 있다고 연락해 왔다. 차녀 유발(22)도 부부의 생각에 동의해 대리모를 찾기에 이르렀다.

기자는 보존된 수정란으로 새로 태어날 아이가 단지 시린의 ‘대체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대리모가 낳는다지만 새 아이가 열 살쯤 되면 60대 중반이 될 그들 부부의 나이도 염려가 됐다.

이 방면의 전문가(생명윤리학)는 난자, 정자, 수정란 동결, 대리모 출산 등에 대한 저항감이나 규제는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는 대리모 출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난자 동결에 대해서는 일본산부인과학회가 ‘신중한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지금은 이들 선택에 따르는 이점과 리스크를 해외 동향을 살피면서 가늠하고자 하는 상태다.

이스라엘은 수정란 동결 출산 등의 기술 리스크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것이 ‘가족’의 바람이나 이익을 위해 ‘개인’을 경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이스라엘과 일본, 한국의 차이

“이스라엘에서는 아이를 갖는 것은 의무가 돼 있다 사별 등으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면 그 ‘빈 자리’를 메우려 한다.” 이를 드론 부부에 적용하면, “또 한 사람의 아이”가 시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팀에 생긴 ‘빈 자리’를 메우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 같다.

기자가 보기에 일본사회는 가족을 중시하는 것과 개인을 중시하는 것을 정반대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족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자유이자 행복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것이 이스라엘의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과 경제가 발전해도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냐며, 기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두 나라의 이런 차이의 배경에 있는 것은 출산이나 육아의 경제적 부담 등을 떠받치는 ‘정책의 차이’라기보다 ‘기족의 존재방식’ 자체의 차이가 크다는 걸 실감했다.”

한국의 경우도 저출산의 배경으로 사회경제적 어려움, 특히 여성의 상대적·절대적 지위의 열악성과 함께 개인과 가족 또는 사회집단 간의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 및 충돌을 흔히 든다.

 

13일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에서 네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구의학연구소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분만한 쌍태아 이상 다태임신 가족을 초대해 일일 놀이동산을 열었다.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는 이번 행사 취지에 대해 '저출산 시대에 출산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23.5.13. 연합뉴스
13일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에서 네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구의학연구소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분만한 쌍태아 이상 다태임신 가족을 초대해 일일 놀이동산을 열었다.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는 이번 행사 취지에 대해 '저출산 시대에 출산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23.5.13. 연합뉴스

결혼, 가족,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이스라엘은 ‘출산’ 지원에 특히 적극적이어서 18~45살 여성이 체외수정을 할 때 드는 비용을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전액 보조해 준다. 횟수에도 금액에도 상한을 두지 않는다. 이런 적극적 출산지원에도 여러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 없거나 낳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장려되는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느낄 압박이 클 것이다. 다만 “낳고 싶은 사람이 낳기 쉬운” 환경은 충실히 갖춰 주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런 적극적인 재정적, 제도적 지원 방책을 수입해 ‘이차원’의 엄청난 지원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많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회 만들기로 직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아사히 기자는 얘기한다.

그래서 만일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든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긴다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기사를 마무리한다.

“여러 개인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아이와 가족의 존재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해서 정책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차원’이란 바로 그럴 때 사용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즉 재정적,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출산과 가족, 개인과 집단, 그리고 그들 간 관계의 존재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예컨대 동결 수정란과 대리모 출산, 동성커플의 육아, 혼인관계가 아닌 동거인의 출산과 육아,  '미혼모'와 이른바 ‘사생아’에 대한 관념과 사회적 대우, 나아가 가족, 결혼, 삶의 가치 등에 관한 기존관념 또는 전통적 관념을 고집하는 한 아무리 돈을 쏟아 붓더라도 출산율 저하를 막기 어렵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저출산을 타파하기 위한 ‘차원이 다른’ 이차원 정책이란 바로 이런 것들까지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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