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체포자 수와 출신지 기후 데이터 분석
텍사스대·유타대, 기후-이주 상관관계 확인
농작물 생장기 기상악화 땐 이주민 1.7배 증가
기후변화 대책 없이 문제 근본해결 어려워
남쪽 국경을 넘어 오는 끝없는 이주민 행렬을 막으려는 미국정부의 노력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기후변화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17일 기사(‘중앙아메리카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이유’)에 따르면, 지금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이주민들 수가 전례없이 늘고 있는데, 여기엔 중앙아메리카 출신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중미 북부 삼각지대 출신자들의 이주와 기후관계
지난 10월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서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사람들 중에 약 5만 3000명이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 올라 온 사람들이었다. 북부 삼각지대로 불리는 이들 세 나라 출신자들이 고향을 등진 이유는 가난과 갱단의 폭력에서부터 벗어나 미국에서 더 나은 돈벌이를 하려는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기후변화도 중요한 이유임을 보여주는 논문이 나왔다.
택사스대학과 유타대학 연구자들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남부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된 이들 나라 출신자들에 대한 미국 당국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들 나라의 농작물 생장기에 평소보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북쪽으로의 이주를 감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농작물 생장기 기후 악화 때 이주자 1.7배 증가
이전의 연구들은 기후변화를 전지구적 차원의 이주 패턴과 연결시켰지만, 이들 나라와 같은 중앙아메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자들은 가난과 폭력 등 다른 요인들을 빼고 날씨변화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2012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국 남부 국경에서 그 지역 출신자 30만 명 이상이 체포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들은 그 데이터를 지역의 기온 및 강우량 데이터와 연결해, 그 지역의 농작물 생장기에 평소보다 건조한 날씨가 찾아온 것과 이주민 증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농작물 생장기에 건조한 날씨 때문에 고통받은 지역이 일반적인 날씨가 이어진 지역보다 미국으로 떠난 사람들 수가 1.7배 더 많았다. 특히 이주 비율이 가장 높은 10개 지역 가운데 8개 지역이 농작물 생장기에 평소보다 더 건조한 기후를 경험했던 2015년에 그 상관관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생계에 끼치는 영향은 인구의 상당 부분이 농업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 북부 삼각지대에서 특히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LO) 데이터에 따르면, 2012년 온두라스 노동연령인구(workin age)의 37%, 과테말라의 경우 32%, 엘살바도르는 30%가 농업에 종사했으며, 다른 많은 직업들도 농업에 의존했다.
2019년까지 이들 세 국가 모두 농업 종사자들 비율이 감소했음에도, 극심한 기상 악화가 점점 더 일반화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오는 이주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은 주로 지역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기후변화 대책 없이 해결 어려워
이번 연구는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걸 보여 주었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과 같은 일부 국제기구들이 기후변화가 농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관개시스템을 갖추고 기후변화에 저항성이 더 강한 작물을 공급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는 이상, 많은 사람들이 그들 나라에서든 외국으로 나가서든 농업 외의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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