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상민 등 민주 비명계 의원 5~6명 접촉한 듯

“핵심 가치 외 이념적 스펙트럼 제한 두지 않을 것”

진보정당과 연대하려면 정치 노선의 진보성 보여야

하태경 “이준석-윤석열은 DJP연대…지분·공천권 줘야”

병립형 선거제 가능성에 신당보다 지분 확장 나설 듯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한 공유공간에서 열린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26.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한 공유공간에서 열린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26.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움직임이 총선 전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신당 창당 시 파괴력이 크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신당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여서 실제로 신당 창당에 나설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차기 총선의 선거제도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4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이 전 대표의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는데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내가 환자인가”라고 물으며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내려놨다”면서 “혁신이라는 말로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혁신안 1호였던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 징계 사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과 같이 갈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외연 확장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5일 “비명계를 포함해 진보정당 계열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수 논객인 장성철 씨는 6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이미 민주당 비명계 인사 5~6명과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 달 안에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말 이준석 신당과의 연대와 관련 “어떤 판단도, 예단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보수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큰 덩어리와 단순히 권력 싸움을 하는 신당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념적) 스펙트럼은 정말 핵심 가치를 빼놓고는 제한을 두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기존 국민의힘에 국한되지 않는 민주당, 진보정당까지 포괄하는 신당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정치 노선과 과거행보다. 정치 노선의 측면에서 이 전 대표의 정치가 기존 국민의힘과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지 않다. ‘반여성주의’를 제외하면 이미 정치권에 입문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만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사실상 동일한 콘텐츠를 보다 젊은 감각으로,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여러 차례 비판한 것도 사실이지만 권력기관 개혁, 긴축재정 기조, 일본 편중 외교 등 시대를 가르는 굵직한 이슈에 대해 큰 그림에서 다른 노선을 제시한 적이 없다. 과거 공수처 설치, 중부담 중복지에 찬성했던 유승민 전 의원보다도 이러한 측면에서 차별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지난달 28일 이 전 대표는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국민의힘과 같이 갈 생각이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 “결국엔 물을 갈아야 되는 것인데 우리 물에 10% 정도 너희 물 섞어줄 게 이런 것 의미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논리가 진보 정당 세력에게도 적용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선거연합 신당추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하고 사퇴했다. 2023.11.6. 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선거연합 신당추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하고 사퇴했다. 2023.11.6. 연합뉴스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이 정책적으로 어느 정도나 진보적으로 견인되는지가 진보 정당 세력이 참여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이재오 전 의원 같은 얼굴마담 형식이라면 굳이 진보 인사가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이와 유사한 사례를 숱하게 봐왔다.

지난 2일 이 전 대표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노회찬의 정의당이 멋있는 구석이 있었다”라고 말하며 소수자 정치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회찬 전 의원이 작고하기 전 가장 열심히 주창했던 것이 노동자 중심의 정치와 검찰 개혁이었다. 이 전 대표가 만약 노 전 의원의 가치와 정신도 연대 대상이라고 한다면 노 전 의원의 정치 노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 명확히 해야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노회찬 전 의원’의 이미지만 소비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또한 이 전 대표가 말한 ‘소수자 정치’의 경우 이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태도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보수 진영은 내가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소수자를 돕는 ‘좋은 이미지의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진보주의자는 ‘소수자를 돕는 위치’가 아니라 소수자가 나와 동등한 권리 주체임을 인정하고 그들과 권력을 공유하고 나와 대등한 위치에서 의사결정이 되는 사회 구조를 꿈꾼다. 이 전 대표가 ‘소수자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정의당 등 진보 진영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구상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녹색정치를 언급한 적이 없지만, 만약 녹색당 인사를 연대 대상으로 삼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드라이브’에 대해 마찬가지로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녹색당원들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정치 노선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과거행보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과거 여러 차례 보수 진영의 ‘불쏘시개’로 활용돼 왔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반윤, 비윤 유권자 계층을 흡수한 뒤 ‘봉합 이벤트’로 이들을 윤 대통령 지지로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신당 논의가 이 전 대표의 과거 모습과 다를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것은 이 전 대표 스스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이다.

국민의힘 바깥에 있는 인사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한다면 이러한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준석 전 대표가 반윤의 성격을 띠어서 힘을 보태기 위해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체제 강화에 복무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에서 일부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과거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전력 때문에 곧바로 윤 대통령 진영에 합류하기 부담스러운 인사들에게는 ‘이준석 신당’이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의 과거 행보는 ‘신당을 통한 국민의힘 지분 챙기기론’으로 연결된다. 이 전 대표는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 이 전 대표와 가까웠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공천권’을 언급하며 이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 하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수도권 민심을 데이터로 분석한다’ 세미나에 참석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준석 세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면 본인에게도 큰 피해가 돌아간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에서 크고 중요한 문제가 이 전 대표, 더 정확히 이준석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이다”라면서 “한 지붕 두 가족 별개 세력으로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위원장한테 듣는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위원장한테 듣는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하 의원은 또 “이준석 세력을 하나의 지분을 가진 존재로 인정한다면 그에 걸맞게 지분을 줘야 한다”면서 “지분을 준다는 건 DJP 연대를 생각하면 쉽다. 내각 추천권도 주고 공천권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준석 선대위원장론’을 제기했다. 최 전 수석은 “이준석 전 대표는 공천이 최종 목적이 아닐 것”이라면서 “최소한 선대위원장, 공천을 준다는 의미는 선대위원장이나 이런 급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준석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의 날짜로 12월 27일을 언급한 점은 의미가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12월 27일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날짜”라면서 “총선 100일을 앞두고 당내에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개선이 안 되면 그 뒤에 이미 국민들은 여당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12월 27일은 총선 100일 전이다. 또한 이 전 대표 개인으로서는 2011년 12월 27일 ‘박근혜 비대위’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날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건희 특검법, 50억 클럽 특검법 등 쌍특검 법안이 12월 27일을 전후해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 뒤 국민의힘 공천 탈락 우려 현역 의원과 비명계 의원들을 규합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시키는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있다. 이는 윤 대통령에게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가 이를 매개로 국민의힘에서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또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를 하게 되면 윤 대통령이 통치 불능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중 지지율이 7%로 떨어지면서 모든 수단을 강구했지만 역대급 패배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딱 그 코스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의힘이 자신을 계속해서 배제할 경우 총선 패배가 명약관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를 당내 지분과 연결시키지 않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위협적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현재로서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보다는 당내 지분 확보를 통한 국민의힘 복귀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결정적으로 이준석 신당이 성공하려면 연동형 비례제를 통해야 하는데 현재 여야 간 선거법 협상을 보면 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영남권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대거 이준석 신당에 참여할 경우 국민의힘 후보보다 인지도, 조직력 등에서 앞서기 때문에 병립형 선거제 하에서도 대거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 핵심의 반대 여론을 고려하면 이 가능성은 더 따져 봐야 한다. 따라서 이준석 신당에 얼마나 많은 현역 의원들이 참여할지와 향후 신당에 대한 여론지지 추이 등이 신당 창당 여부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