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넷째주 키워드]11월 내내 언급량 1위 '이준석'
언론, 이준석 유치한 말싸움에도 '신당창당'에 관심
한동훈, 정치중립 무시하고 '어그로' 끌어 기사 급증
'신당·인요한·메가시티·공매도' …대부분 여당 이슈
'이재명'은 단식 중에만 1위…민주당 이슈는 사라져
11월 한달 동안 언론에서 가장 비중있게 보도되고 SNS, 커뮤니티, 유튜브 같은 디지털 여론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이준석’과 ‘한동훈’이다.
‘이준석’ 키워드는 지난 10월 13~19일 SNS 키워드 언급량 분석(스피치로그) 순위에서 갑자기 136단계나 뛰어올라 10위권 내에 진입한 뒤 이후 계속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준석' 직전 최다 언급량 키워드는 단식농성을 마친 야당 대표 ‘이재명’이었다. 이를 뒤집고 ‘이준석’은 11월 들어 언론보도가 크게 늘고 SNS, 커뮤니티 등에서도 계속 언급량 1위를 지키며 여론시장의 이슈 메이커로 자리잡고 있다.
언론과 SNS 등에서 ‘이준석’ 키워드가 불이 붙은 것은 10월 초 안철수 의원과의 말싸움부터였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이 “XX하고 자빠졌죠”라고 욕설을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선거에서 지면 안 의원 막말 때문”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응석받이 이준석 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하자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을 향해 “아픈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초등학생같은 유치한 말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집권 이후 오류들을 인정해달라”며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물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과 서이초 교사 자살 등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고, 인요한 국힘당 혁신위원장에게 조롱에 가까운 말을 던졌다. 방송출연과 대구 방문 중에는 “배신의 정치라는 저주를 풀자” “100일 마지노선” 운운하며 신당 창당 발언을 던졌다.
신당 창당 가능성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불러올 만하다. 언론이 열심히 그의 이런 발언을 받아써 보도하자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렇게 해서 11월은 여론시장에서 '이준석의 달'이 됐다.
‘이준석’에 이어 여론시장에서 떠오르는 또하나의 키워드는 ‘한동훈’이었다. 주류 언론들은 한동훈 법무장관의 대구 방문을 크게 보도하며 그의 출마 가능성을 기사화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의 ‘법무행정 현장방문’ 기사와 사진은 뜬금없었고, 그의 현장 발언 역시 중요하거나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 장면을 앞다퉈 보도했다. 공직 수행에 바빴어야 할 현직 장관이 특별한 내용도 없이 지역에 내려가 마치 정치인인 것처럼 뜬금없고 부적절한 언행을 했기 때문에 주목했던 것일까? 마치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는 것처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구에 이어 대전, 울산, 영암 등을 잇따라 방문했고 기자들은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따라 다니면서 중계방송을 했다. 기자들이 총선 출마 여부를 묻자 그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했고 야당을 향해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는 말을 던졌다. 자신을 탄핵시키겠다는 야당에게 "해산시킬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말로 응수했다.
이준석 전 대표나 한동훈 장관의 언행은 언론이 그렇게 크게, 자주, 그리고 생중계하면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 막말과 조롱이 넘쳐나고 정치공학만 가득한 이준석의 언행은 언론이 한두 번 정도 비판하고 끝내면 될 일이다. 그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선거전략에 차질을 주겠지만, 신당 창당으로 상당히 기운 상태도 아니며 아직 눈에 띌 만한 어떤 진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정치적 ‘트롤링(trolling)’ 수준으로 던지는 말들을 주류 언론들이 시시콜콜 생중계하듯 받아 크게, 자주 보도해 여론의 중심에 세워준 것이다.
한동훈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장관의 부적절한 말과 오만한 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어그로(aggro)’를 끌어왔다. 최근 그의 말과 행동은 ‘어그로’를 넘어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위법 수준으로까지 가고 있다. “대구 시민을 존경한다” “내년 총선이 중요하다” "야당을 해산시킬 수 있다"는 말이 왜 법무장관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은 법무장관의 이런 부적절한 언행을 호되게 비판하기보다는 재밌다는 듯 연일 받아쓰기 보도를 하고 있다.
‘신당 창당 가능성’과 ‘출마 가능성’을 미끼로 두 사람이 벌이고 있는 선정적인 정치 퍼포먼스는 둘 다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국민을 위한 대의나 명분, 비전도 없이 정치보복 혹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강화를 위한 것이다. 현직 장관이 지역을 돌며 정치와 선거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정치중립 위반에 해당된다. 게다가 그는 야당으로부터 탄핵 경고까지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언론은 이들의 말과 행동을 비판하기는커녕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슈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이다.
최근 집권 여당의 여론 주도 사례는 이준석, 한동훈의 이슈 메이킹뿐만이 아니다. 국힘당은 강서구청장 선거에 완패한 뒤 ‘김포 서울 편입’이나 ‘주식 공매도 금지’같은 졸속 정책을 갑자기 내놓고 언론이 이를 ‘아젠다 세팅’(중요 사회의제로 설정)하면서 역시 여론을 주도한 바 있다. 이준석, 한동훈의 언행이 부적절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언론을 통해 두 사람과 국힘당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서 옳고 그름보다는 여론을 누가 주도하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왜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언론에 보도되는 야당의 이슈는 ‘비명 대 친명 간 집안싸움’처럼 야당에게 부정적인 혹은 국민들에게는 ‘진절머리나는’ 이슈 뿐이다.
늘 어정쩡한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거센 불만과 비판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을 훅 끌어당길 만한 새로운 아젠다를 내놓지도 않는다. 게다가 주류 언론들은 대부분 민주당의 주장이나 입장에 호의적이지도 않다. 이러니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SNS 같은 디지털 여론시장에서 민주당이 여론 주도력을 뺏길 수 밖에 없다.
11월 넷째주 언론 뉴스와 SNS·커뮤니티·트위터·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합친 종합 키워드 언급량 순위에서 ‘이준석’은 3주째 1위를 차지했다. ‘한동훈’ 키워드는 2주전 52단계가 뛰어 단숨에 5위에 오르더니 지난주엔 3단계 더 뛰어 3위까지 상승했다. 11월 중 최다 언급량에서 높은 순위로 급상승한 키워드는 ‘인요한’ ‘서울’(편입) ‘신당’ ‘북한’ 등이다. ‘윤석열’ 키워드는 지난주 4위, 2주전 3위, 3주전 7위를 기록했다.
반면 야당 대표인 ‘이재명’ 키워드는 언급량 종합 순위에서 11월 첫주~둘째주 10위, 2주전~지난주 8위로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이재명’ 키워드가 언급량 1~2위에 오른 것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9월 한 달뿐이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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