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대표 공정위 종합국감 증인 출석

프로모션 대행한 벤처에 계약 일방 해지

실제 비용 12억 넘는데 1800만 원 지급

“거래상 지위 남용·기술 도용 꼭 밝혀야”

국회 정무위원회는 26일 한국투자증권(한투) 정일문 대표를 공정거래위원회 종합국감의 증인으로 불렀다. 국회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총수인 김남구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여야 간사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로 바꿨다. 국회가 총수를 부르려고 할 만큼 중대한 것으로 여긴 사안은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한투의 불공정거래와 기술 탈취 의혹이다.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인데 사실로 밝혀지면 정 대표는 물론 김 회장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3.10.26. 연합뉴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3.10.26. 연합뉴스

핀테크 벤처기업인 인덱스마인은 2020년부터 한투와 고객 맞춤형 차별화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제휴했다. 창업자인 박상우 대표는 미국 미시건대학을 졸업하고 한투에 입사했다. 그는 증권업계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018년 인덱스마인을 설립했다.

인덱스마인은 2020년 4월부터 1년간 한투의 개인고객 프로모션 대행 업무를 수행했다. 처음에는 월 단위 계약으로 과제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한투는 인덱스마인에 지분 투자와 함께 업무제휴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10억 원을 투자해 16%가량의 인덱스마인 지분을 확보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한투는 업무제휴 계약서 초안에 인덱스마인이 제휴 기간에 제공하는 모든 기획과 산출물을 한투에 귀속한다는 독소 조항을 두었다. 또 2년간 증권사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 회사와 제휴할 수 없고 고객 서비스에서 발생한 매출 50%를 한투 몫으로 하는 등 불공정 계약을 요구했다.

이에 인덱스마인은 한투 전용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되 지정대리인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활용하자는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한투도 이 제안해 동의했다. 양사는 금융위원회에 인덱스마인을 한투을 대신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정대리인으로 신청했다. 인덱스마인은 증권사 본질적 업무가 아닌 고객 맞춤형 프로모션 제공 서비스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2월 지정대리인 심사위원회를 열고 카카오페이와 함께 인덱스마인을 지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증권사 지정대리인은 인덱스마인이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인덱스마인은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한투 증권계좌를 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과 연동해 해당 플랫폼에서 예탁금 또는 포인트 등을 활용해 주식 매매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포인트는 인덱스마인이 제공하는 투자자 교육과 모의투자 대회, 제휴업체가 제공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획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투는 지정대리인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인덱스마인에 따르면 한투는 지정대리인 업무위탁 계약을 1년 가까이 지연시키다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프로그램 개발과 서비스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다. 업무제휴와 위탁 계약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년 9개월 동안 한투의 개인 고객 이벤트 대행 업무를 맡으면서 인덱스마인이 받은 보수는 1800만 원에 불과했다. 실제 들어간 비용은 보수적으로 따져도 12억 원이 넘는다.

 

   인덱스마인 홈페이지 갈무리. 
   인덱스마인 홈페이지 갈무리. 

계약 해지를 통보한 시점에 카카오뱅크를 통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정일문 대표는 이날 국감에서 카카오뱅크와 인덱스마인의 서비스가 다르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박상우 대표는 명칭만 다를 뿐 똑같은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투와 카카오뱅크가 공모해 인덱스마인의 기술을 탈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인덱스마인은 한투의 갑질과 기술 도용에 여러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금융감독원에 한투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금감원은 4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위법한 사실이 밝혀지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공정위에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한투를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위 남용성 거래 거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또 다른 혐의인 이익 제공 강요는 공정위 담당자가 한투에 용역을 제공한 것은 인지하겠는데 금액이 산정되지 않으므로 사용료를 청구하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인덱스마인은 공정위 제안에 따라 관련 증거를 취합해 지난달 한투에 사용료를 청구했고 거절 회신을 받았다. 인덱스마인은 이 내용까지 포함해 다시 공정위에 이 건을 신고할 예정이다. 한투와 카카오뱅크가 협력해 인덱스마인의 영업비밀과 기술을 도용한 건에 대해선 최근 특허청에 신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7월 공정위에 인덱스마인에 대한 한투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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