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순방문자 20%대 감소, PV는 반토막
신뢰1위 MBC·경제매체만 트래픽 유지
한국 '뉴스회피' 작년 67%로 급격히 상승
권력편향·저품질·오보로 뉴스 신뢰하락 자초
시민이 '좋은 뉴스' '신뢰 언론' 찾아가는 과정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언론사는 모두 5474개다. 이중 인터넷신문이 4084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주간신문이 1117개다. 우리가 잘 아는 조중동·한겨레·경향·매경 등 전국 종합일간지와 지역신문을 포함한 일간신문은 196개다. 지상파·종편·지역민방 등 방송사도 47개나 된다. 2012년 언론사 수는 3046개로, 9년 동안 무려 2400여개, 매년 200여개의 언론사가 늘어난 것이다.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가 이렇게 많이 늘었으니 국민들의 뉴스 소비도 그만큼 늘었을까? 가장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인 종이신문 열독률은 2012년 40.9%에서 2022년 9.7%로 폭락했다. 10명 중 1명만 종이신문을 읽는다는 것이니 신문으로 뉴스를 보는 시대는 거의 끝났다. 종이신문 시대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이 뉴스나 시사정보를 얻을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는 TV(45%)와 인터넷 포털(40%)이다. 2022년 TV 뉴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을 보면 41.5분으로 2012년 55분에 비해 10분 이상 줄었다. TV를 통한 뉴스 이용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 구글 같은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는 어떨까?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뉴스 포털과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뉴스 소비 역시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테크미디어기업인 퍼블리시 산하 연구소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와 데이터시장조사업체인 마켓링크가 발표한 ‘모바일 인터넷뉴스 이용 트래픽 분석 리포트 3호’ 자료)
인터넷의 뉴스 소비량은 순방문자 수, 페이지뷰(PV), 체류시간으로 측정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에 20개 주요 전통 언론사(종합일간지 6곳, 경제지 2곳, 통신사 3곳, 지상파 3곳, 종편 4곳, 뉴스전문채널 2곳)의 네이버·다음 포털 뉴스 및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모바일)의 순방문자, 페이지뷰, 체류시간은 모두 급감했다.
주요 언론사 순방문자 최대 20%대, PV·체류시간 50%대 급감
우선 ‘순방문자’ 수를 보자. 전년 동기 대비로 YTN(-24.2%), KBS(-22.5%), 중앙일보(-21.7%), 채널A(-21.2%), JTBC(-21.1%), 경향신문(-20.5%), 한국일보(-20.4%), 조선일보(-20.2%) 등 주요 매체가 모두 20%대의 감소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가 공개된 20개 주요 언론사 중에 순방문자가 늘어난 언론사는 한곳도 없다.
페이지뷰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중앙일보(-56.4%), 뉴시스(-53.1%), 연합뉴스(-49.4%), 경향신문(-49.0%), 한국일보(-47.9%), JTBC(-47.6%), TV조선(-47.4%), 한겨레(-44.7%), 뉴스1(-43.6%), 조선일보(-41.5%) 등은 40~50%대나 급감했다. 매경(19.4%)과 MBC(2.9%)를 제외하면 모두 급락 수준이다.
체류시간 역시 중앙일보(-67.8%), 뉴시스(-59.4%), 한국일보(-59.2%), 연합뉴스(-54.9%), TV조선(-53.6%), JTBC(-53.0%), 경향신문(-52.6%) 등이 50%대의 ‘반토막’ 급감을 보였다. 매경을 빼고 19개 언론사 뉴스에 이용자들의 눈이 머문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 순방문자: 일정기간 1회 이상 포털 뉴스섹션의 언론사와 언론사 사이트의 중복을 제외한 방문자. * 페이지뷰: 일정기간 방문자가 본 전체 페이지 수의 총합 * 체류시간: 일정기간 방문자가 사이트에 머문 총 시간의 총합)
언론계에서는 TV와 종이신문 같은 이른바 ‘올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줄어들더라도, 인터넷과 모바일의 뉴스포털 서비스를 통해 전통 매체들의 뉴스가 꾸준히 소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전통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 ‘입점’해 더 많은 눈길을 끌고 더 많은 조회수를 올리려 경쟁해왔다. 수많은 신생 언론사들도 포털 입점을 위해 온갖 로비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런 예상이 무너진 것이다.
TV 뉴스이용률, 종이신문 열독률,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순방문자·페이지뷰 등의 지표가 줄어든 것이 뉴스 소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미디어나 플랫폼 이용자들이 뉴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TV·신문·인터넷이 아니라 유튜브같은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톡·트위터·틱톡 같은 SNS를 통해 전통 언론의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 20대 이하 연령층 중에는 종이신문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TV 대신 OTT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 유튜브나 SNS에서 뉴스를 보는 젊은층이 많아졌다. TV와 종이신문은 이제 ‘올드미디어’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22년 유튜브로 뉴스·시사정보를 보는 비율은 4%, SNS의 비율은 0.6%에 불과하다(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조사, 2022). 올해 갑자기 유튜브와 SNS를 통한 뉴스 이용이 늘었다고 해도 TV, 인터넷 포털 뉴스 이용의 급락을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SNS 플랫폼으로 뉴스를 이용할 경우에도 포털 뉴스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언론사가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로그인월(로그인 후 이용방식), 페이월(유료 이용방식) 방식을 도입하는 바람에 방문자, 페이지뷰가 감소했을 수 있으나 최근의 급감 추세를 설명하기엔 미미하다.
뉴스이용 급감 원인은 ‘세계 꼴찌 언론신뢰’ 따른 뉴스회피 현상
우리 국민들이 뉴스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뉴스회피’ 현상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뉴스회피’는 말 그대로 뉴스를 읽지도, 보지도 않으려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뉴스회피 경험은 2022년 67%였다. 같은해 조사대상국 평균 69%보다는 낮았지만, 문제는 속도다. 2017년과 2019년 조사에서 52~54%였다가 2022년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뉴스회피 현상이 심해진 이유를 정확히 보여주는 데이터는 없다. 다만 몇가지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언론 뉴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정보가치, 수용자 취향의 문제다.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는 세계 꼴찌수준으로 유명하다. 언론인들은 국민들로부터 '기레기'라는 멸칭으로 불린다. 가장 발행부수가 많다는 ‘조중동’ 3개 언론사는 왜곡보도와 극심한 편향보도로 중도층에게도 불신을 사고 있다. 다른 언론들도 ‘애완견’같은 권력 편향 기사는 물론이고 잦은 오보, 저품질 기사, 낚시성 기사, 선정적 기사, 광고성 기사 등으로 불만을 사고 있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은 높아졌는데도 독자·시청자를 우습게보고 엉터리, 저품질 기사를 남발한다. 기자들은 오만해서 사과, 반성, 성찰이란 단어를 잘 모른다.
특히 많은 언론들이 지난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권력감시·권력비판이라는 언론의 본령을 저버리고 어용언론으로 전락했다. 국민들이 뉴스를 멀리하고 싶은 생각, 뉴스회피 현상이 커지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보면 매체별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하는 MBC와 조중동 가운데 비교적 덜 극우편향적인 동아일보가 인터넷 트래픽이 줄지 않은 이유가 설명이 된다.
순방문자·페이지뷰·체류시간이 오히려 증가하거나 크게 줄지않은 매경과 한경의 경우는 ‘경제지’라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보는 설명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불확실한 경제정책과 예측이 어려운 경제상황 탓에 경제뉴스 소비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포털 뉴스 이용이 급감한 데에는 포털 자체의 편향성·선정성도 작용했을 수 있다. 네이버·다음 포털은 '알고리즘 조작'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은 포털 주요뉴스로 노출되는 기사가 보수·진보 중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느끼고 있다. 지난 2021년 MBC스트레이트는 네이버에 노출되는 뉴스 중 보수언론 대 진보언론의 비율이 48% 대 3.6%, 다음은 18% 대 3.5%라고 분석해 보도한 적이 있다. 포털 뉴스는 ‘클릭수 올리기’에 급급해 선정적인 뉴스가 많다. 포털엔 뉴스의 맥락과 의미를 알 수 없는 ‘조각난 뉴스’가 대부분이다.
뉴스회피 현상이 심해지고 뉴스이용이 줄어드는 것은 어떤 문제를 가져올까? 언론사들에게는 뉴스상품의 판매가 줄어들게 되니 이윤 창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뉴스회피와 뉴스소비 감소의 원인이 뉴스신뢰 하락 때문이라면, 그것은 언론사가 자초한 것이다.
시민들은 유익한 뉴스ㆍ신뢰할 수 있는 뉴스 갈망
뉴스 이용자들에게는 무슨 문제가 생기는가? 우리나라는 뉴스 과잉의 나라다. 하루에 수없이 많은 뉴스가, 수없이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일반 국민이 굳이 알 필요 없는 뉴스, 편향되고 시시콜콜한 정치뉴스,맥락과 진실을 알 수 없는 ‘조각난 뉴스’ 과잉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뉴스 가운데 과연 뉴스 이용자들에게 유익하고 의미있는 정보가 얼마나 되겠는가? 포털 뉴스섹션에 들어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유해하거나 불필요한 뉴스 소비를 줄이는 것이 우리 국민 개인에게 꼭 나쁜 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회적으로는 어떨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은 제4부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뉴스에서 멀어지면 정말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될까?
‘나쁜 뉴스’를 회피하고 이용하지 않는다면, 꼭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좋은 뉴스, 신뢰할 수 있는 뉴스다. 더 좋은 뉴스, 더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을 찾다보면 굳이 지금처럼 너무 많은 뉴스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뉴스회피 또는 뉴스 이용 감소는 오히려 국민들이 새로운 뉴스이용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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