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파산신청 1034건…작년 1년치 초과
8개월 내리 100건 넘어 2005년 이후 처음
차입금 의존도 32.8%…연체율 급속 상승
고용한파 이어져 전체취업자 중 90% 밑돌아
고금리와 고물가에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이 장기화하며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보다 올해 경영난이 더 심각하다. 부채가 급증하고 파산을 신청한 곳도 올해 들어 8월까지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섰다. 새로 직원을 뽑을 여력이 떨어지며 전체 취업자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난을 덜어 주기는커녕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 등 부자 감세 정책에만 매달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총 1034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2건에 비해 54%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인 1004건도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절정이었던 2020년 연간 신청 건수인 1069건에도 근접했다. 이런 추세라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넘어 역대 최다 파산신청을 기록할 확률이 높다.
기업 파산신청 건수는 올해 들어 매월 100건이 넘었다. 8개월 연속 기업 파산신청 건수가 100건을 넘은 건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파산신청을 한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경기침체로 수익성은 급락했는데 고금리로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1분기 106.6%에서 110.8%로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자본에서 은행 등 외부에서 빌린 돈의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32.8%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으면 금융비용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진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도 갈수록 늘고 있다.
중소기업 부채비율이 높아진 현상은 올해 들어 기업 대출이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대출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842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7%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129조7000억 원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52.6% 급증했다. 부채비율이 증가하며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대출 비율은 2분기 기준 124.1%로 외환위기(113.6%)와 글로벌 금융위기(99.6%) 때보다 높아졌다.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 경영난은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중소기업 취업자 수가 늘고 있기는 하나 전체 취업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90% 선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8월 종사자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2559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만1000명 늘었다. 그러나 전체 취업자 가운데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은 89.2%에 그쳤다. 음식업과 숙박업소 등 영세 사업장에서는 채용이 늘었으나 중소 제조업에서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1월 이후 90%를 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10월 90% 밑으로 떨어진 이후 줄곧 밑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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