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60~70대 초강성 보수 인사들 전면 배치
"전사가 돼서 싸워라" 실천할 전투력에 방점 둔 듯
국정 운영 퇴행 가속화, 야권과 파열음 커질 전망
15년 전 장관 '올드보이' 유인촌, MB맨 부활 절정
이동관과 '언론 장악' 투톱 예고…'찍지 마' 등 전력
김행 "문재인 쪼다"…신원식, '육사 흉상' 최초 제기
'전투형 우파 내각의 완성'.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두 번째 개각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 집행 및 야당·언론 대응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약하거나 미온적으로 보이던 장관들을 갈아치우는 문책성 개각을 단행하며 그 자리에 '이명박근혜' 정권 출신을 비롯한 나이 60~70대의 초강성 보수 인사들을 배치함으로써 정부의 수구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전투력을 배가시켰다. 지난달 29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여러분은 정무적 정치인이기 때문에 말로 싸우라고 그 자리에 계신 것이다. 전사가 돼야 한다. 주저하지 말고 싸우라"고 했던 주문을 이번 개각을 통해 직접 구현한 것이다. 이로써 국정 운영의 전방위적 퇴행은 더욱 가속화하고 야권 및 시민사회진영과의 마찰도 한층 거칠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에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부 장관 후보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2차 개각을 발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 김홍일 변호사를 지명해 취임 1년 만에 사실상 첫 개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 2차 개각의 하이라이트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라고 할 수 있다. 유인촌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에 임명된 게 2008년 2월이니 벌써 15년 전이다. 그는 1951년 3월생으로 나이도 72세나 된다. 진작에 정계를 은퇴하고 본업인 연극에 전념하고 있던 이런 '올드보이'가 좀비처럼 부활한 것은 역시 언론 장악 문제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된다.
이미 이명박 정부를 '복붙'한 듯한 윤석열 정부의 MB맨 중용은 '왕수석'이던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에 이어 유 후보자까지 지명함으로써 화룡점정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기 비서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등 주요 MB맨이 윤석열 정권에서 거의 다 부활했다.
특히 유인촌-이동관의 투톱 체제, 또는 유인촌-이동관-김은혜 삼각라인 구축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을 본격화할 핵심 고리가 완성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 후보자가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이었고 김은혜 수석도 청와대 부대변인과 대변인으로 코드를 맞춘 사이다.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나와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김 회장 댁 둘째 아들 '용식' 역을 연기해 큰 인기를 얻었던 그는 1990년 KBS 2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주인공을 연기하며 MB 측과 인연을 맺었다. 2008년 2월 문체부 장관에 임명돼 2011년 1월까지 3년이나 재임할 정도로 MB의 총애를 받았고 이후에도 대통령 문화특보(2011.7~2013.2), 예술의전당 이사장(2012.2~2012.9) 등을 지냈다.
유 후보자는 MB 시절 장관 취임 직후부터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끝까지 자리에 연연한다면 재임 기간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던 진보 인사들에 대한 사퇴 압박 및 '찍어내기'를 노골적으로 천명했다. 심지어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라고 압박을 가했다.
이후 유인촌 장관의 문체부는 실제로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김윤수 관장과 김정헌 위원장을 잇따라 해임했으며,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문체부 표적 감사에 반발해 총장직 사직서를 제출하자 이를 수리한 뒤 교수직까지 박탈했다. 이들 진보적 단체장은 결국 대법원에서 해임 무효 또는 교수직 복직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여러 진보 성향 문화예술단체에 지원되던 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이 뚝 끊기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9월 국가정보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국정원은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공작을 벌였는데 이때 문체부 장관이던 유 후보자도 관여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퇴출 대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사는 문화계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배우 문성근·명계남·김민선, 영화감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방송인 김미화·김제동·김구라, 가수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5개 분야 82명으로 출연 배제, 소속사 세무조사 등의 갖가지 압력이 가해졌다. 이 후보자는 자신은 일절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이 밖에도 장관 시절 거친 언행으로 숱한 구설수에 올랐는데 2008년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 도중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 XX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 마!"라고 욕설과 반말을 쏟아내며 삿대질을 했던 장면이 가장 유명하다. 카메라 기자도 물론 취재·보도를 하는 저널리스트인데 국감장이라는 공적 장소에서 이들에게 찍으라 마라 소리친다는 것은 공인으로서 기본 자질을 의심케하는 행위였다. 이에 한국사진기자협회 소속 국회사진기자단은 성명을 내고 "한 나라의 장관이라고 믿기 어려운 형태를 보였다"고 비판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2009년 6월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서사창작과 폐지에 반대하며 문체부 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학부모에게 일부러 다가가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를 시켰지?"라고 막말을 해 해당 학부모가 "내가 몇 살인데 세뇌냐"고 항의한 사건이 있었다. 이 학부모가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했지만 유인촌 당시 장관은 "세뇌가 되신 거지"라며 " "(딸이) 서사창작과 다니냐. 학교에서 잘못 만든 과다"라고까지 말해 학부모가 "잘못된 학과라니, 예술을 하는 분으로서 그렇게 말하시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2009년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경 없는 기자회'의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 결과 한국 순위가 폭락한 데 대한 야권의 질타가 이어지자 난데없이 "국경 없는 기자회에 항의하겠다"고 발언해 야당 의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당시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을 175개국 가운데 69위로 평가했는데 이는 보츠와나, 세르비아, 탄자니아, 토고, 불가리아보다 못한 최악의 수치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 31위를 기록했던 점과 비교하면 무려 30계단이나 떨어졌던 것이다.
2010년 3월에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귀국 현장에 마중 나갔다가 김 선수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껴안으려는 듯하자 김 선수가 뒤로 물러서며 거부하는 몸짓을 한 게 사달로 이어졌다. 이 동영상은 '회피 연아'라는 제목을 달고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는데 유 장관이 동영상을 올린 시민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정치권에서조차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비판이 일자 유 장관은 "8명인가 수사를 받았다는데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마음이 아팠다"며 결국 고소를 취하했다.
1959년생으로 64세인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대야 공격수로서 만만치 않은 저돌성을 보여왔다. 연세대학교 가정대학 식생활학과를 나와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장으로 일하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 선대위 대변인,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윤창중 대변인과 함께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그는 종합편성채널의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보수우파 논객'으로 활약해왔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9월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비속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외교 참사라고 하는 데 이 사태의 본질은 언론 참사"라고 주장했고, 이어 MBC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는 "분명 저희가 생각할 때 박홍근 원내대표와 특정 기자 간에 권언유착이 있었거나, 아니면 특정 기자가 밀정 노릇을 했다고 밖에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했다.
지난 7월에는 한 TV 토론에 출연해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한 발언을 하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한마디로 '쪼다'였던 거다"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했던 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이 "일단 전임 대통령을 그렇게 저속한 언어로 칭하시는 것은 좀 부적절한 것 같다"고 지적했지만 김 후보자는 '쪼다' 발언을 철회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보수 진영에 속하는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개각 발표 직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번 개각의 핵심 포인트라고 보시면 된다"며 "김건희 여사와 20년 전부터 상당히 친분 관계를 유지"한 인물이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장 소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무회의에서 (김행 장관의) 발언권이 세질 것 같다. 대통령과, 또 다른 분의 신임이 아주 각별한 것 같다"며 "김건희 여사와 그냥 단순히 1~2년 동안 교류하던 것이 아니라 예전에 그냥 사인(私人)이었을 때부터 상당히 친분 관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1958년생으로 65세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여당 내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대표적 돌격대로 꼽혀왔다. 경남 거제 출신에 부산 동성고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관(소장) 등을 거친 그는 이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합동참모차장을 지내고 박근혜 정부 시절 중장으로 예편했다.
지난 1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지역의 비행금지구역을 침투해 안보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드러나자 신 후보자는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투'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김병주 의원을 향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는 황당한 주장을 전개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 김 의원은 지도에 비행 궤적을 표시해 간단히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고 반박했다.
신 후보자는 지난달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파행을 겪다 전북 지역 스카우트 대원들이 성범죄 부실 대응을 이유로 조기 퇴소하자 페이스북에서 "누구의 사주로 그런 반(反)대한민국 결정을 했는지 정치적 배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야권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략에서 이번 전북연맹의 석연치 않은 조기 퇴영 결정에 개입했다면 결단코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전북연맹이 저지른 최악의 국민 배신 행위 뒤에 거대한 반(反)대한민국 카르텔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규명하라"고 했다.
아직도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육사 독립영웅 5인 흉상 이전'을 맨 처음 제기한 것도 신 후보자였다. 신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 충무관 앞에 세워진 것을 문제 삼았다. 당시 그는 "홍범도 장군이 봉오동전투에서 공을 세웠다고 하나, 자유시 참변에서 독립군의 씨가 마르는 데 주역이었다. 소위 소련군이 된 이분을 굳이 흉상을 세우고 육사에 만들라고 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후보자는 지난달 흉상 이전 문제로 이종찬 광복회장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공개 요구했을 때도 "대한민국 정체성을 저버린 광복회장이야말로 판단하실 능력이 없다면 즉각 사퇴하라"며 육사 대선배인 이 회장을 직격하고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냐. 생도들에게 공산주의자를 롤모델로 삼으란 소리냐"고 몰아붙였다.
신 후보자는 과거 중대장 시절 훈련 중 사망한 부대원의 사인(死因)을 '불발탄 사고'에서 '오폭 사고'로 변경한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의 재조사 결과로 인해 논란에 휩싸여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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