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사실 부인, 또 다시 실행하겠다는 것인가

5일 인사청문회 앞두고 문화예술계 반대 거세져

이동관과 함께 '언론계 재편' 투톱 역할도 예상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 부인 넘어 향후 행태 예고 

오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 후보자가 이명박(MB)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명백하게 사실로 확인된 일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나선 것인데, 이 같은 사실 인식은 그때와 같은 블랙리스트 작업이 또 다시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비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14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14 연합뉴스

특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언론계에서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축출’ 작업과 함께 언론 관련 부처이자 문화예술계를 관장하는 문체부가 이른바 ‘좌파’ 인사들에 대한 척결을 ‘투톱 체제’로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유 후보자가 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보인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없었으며, 그러므로 별도의 수사나 조사도 불필요하다"는 답변이나 ”문체부 장관 시절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바 없다“는 주장은 거의 명백하게 사실로 확인된 일들을 부인한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해 장기간 조사 활동을 벌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에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문건을 작성한 것을 시작으로 ‘문화계 좌파 인사 찍어내기’ 작업이 치밀하게 전개됐다.

이 문건에는 ‘좌파 예술인’의 행태를 분석하고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차단, 이를 우파 예술인에게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자료에서 확인되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은 모두 82명으로, 문화계·배우·영화감독·방송인·가수로 구분해 강성 성향이 69명, 온건 성향이 13명이었다. 

이어진 박근혜 정권을 포함해 두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돼 징계 및 수사 의뢰 권고를 내린 문체부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직원들만 130여 명이었다.

유 후보자는 특히 장관 재직 시 임기가 남은 문화예술기관장들에 대해서도 ‘전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종용했으며 해임 처분했다. 당시 ‘유인촌 문체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물러난 인사 가운데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명학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은 그 후 소송을 통해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유 후보자의 ‘블랙리스트’와 ‘기관장 사퇴 압박’에 대한 부인은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부인을 넘어서 문체부 장관직을 맡게 될 경우 ‘블랙리스트 2탄’을 실행할 것임을 사실상 예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이명박 정부 시절 행태는 물론 이 같은 인식이 노출되면서 그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대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문회 열 필요조차 없는 인물"

그의 장관 후보 내정 때부터 지명 철회를 요구해 온 한국민예총은 지난달 25일 이미 ‘블랙리스트 장관의 소환, 문화 예술의 파탄을 우려한다’는 성명서에서 “문체부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예총은 “그는 재임 당시 블랙리스트를 만든 원조로 의심받고 있으나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고,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이 잇달아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는데도 당시의 ‘막장 행정’에 대한 사과도 없다”면서 “그가 주연으로 펼칠 ‘블랙리스트 시즌 2’라는 시대 퇴행적 연극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규탄했다.

민예총은 “그가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명하지 않은 채 다시 또 그 자리로 돌아오려는 것은 인간적 비애가 아닌 문화 예술인에 대한 공적인 위협이며, 나아가 건전한 문화 예술을 향유할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결코 그의 장관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자는 문화예술계에 대해서는 물론 언론 관련 부처의 장관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계 재편 작업에도 상당한 관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도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가짜뉴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사회갈등, 반목을 조장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관련 기관 협력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해 ‘언론 정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한편 유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문화예술단체도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을 표방하는 문화예술 관련 단체 85개는 지난달 20일 "유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 재임시 보여준 소신, 일관성, 강력한 추진력, 성과 등을 더욱 원숙한 경륜으로 장관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을 주도한 단체인 ‘문화자유행동’은 “문화계에서 진보 성향의 폐쇄적 이권 카르텔을 깨뜨리고 보수의 목소리를 내겠다”면서 지난 12일 출범했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이용남 영화감독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영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기획했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최범 문화평론가는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은 종족주의를 재생산하는 맹목적인 전통 숭배이니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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