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이동관까지 ‘MB맨 전성시대’

낮은 지지율로도 정권 재창출 경험 높게 산 듯

문체부 장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업

유 특보의 무관 주장에도 의혹 여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는 유인촌 전 장관. 2023.7.6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는 유인촌 전 장관. 2023.7.6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장관급인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이하 문화특보)으로 임명했다. 유 특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대표적 ‘MB맨’으로 꼽히고 있어 인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유 문화특보와 함께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고광효 관세청장, 김윤상 조달청장, 이형일 통계청장,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강희업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등 6명의 차관급 인선을 발표했다.

MB 서울시장 때 공직 맡아

유 특보는 한성고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대 MBC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 댁 둘째 아들 용식이 역할을 맡아 인기를 구가했다. 이후 1990년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하던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이 인연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알게 된 뒤 2004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뒤 그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가 이 전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지난해 12월 사면·복권 이후 행보를 통해 드러난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3번의 공개 행보에 나섰는데 천안함 용사 묘역 참배, 유 특보 주연 연극 ‘파우스트’ 관람, 청계천 걷기 행사 등이 그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 3번의 공개행사 가운데 한 번이 유 특보 관련 행사라는 점에서 유 특보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애정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앞서 2015년에도 이 전 대통령은 유 특보가 주연한 연극 ‘페리클레스’를 관람했다. 유 특보는 이 전 대통령이 2018년 구속되고 2020년 재수감될 당시 틈틈이 면회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시점에서 유 특보 내정은 ‘MB맨의 전면 부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일단 유 특보가 과거 문체부 장관을 맡을 당시 2차관이었던 김대기 씨가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지난 5일에는 ‘MB계 좌장’으로 꼽히는 이재오 전 의원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내각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친 MB맨’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에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도 ‘MB맨’으로 꼽힌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 등 정권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의원들이 ‘MB맨’이다. 당정대 (당, 정부, 대통령실)에서 바야흐로 ‘MB맨 전성시대’가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MB맨 전성시대’의 화룡점정은 조만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MB맨’ 중용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우리 당 정권이지 않느냐.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으로 이어진다”면서 “이명박 정권 분들이나 박근혜 정권 분 중에서 유능한 분들은 다 쓸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방송인 김미화 씨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해 상황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7.9.19.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방송인 김미화 씨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해 상황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7.9.19. 연합뉴스

이 부대표의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MB맨 중용’에 대한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30%대 중반 박스권에 갇혀 있어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바깥에 있는 전문가, 명망가 또는 실무진 집단에서 현 정부의 내각이나 대통령실에 들어가기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분위기일 뿐 실제로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던 ‘이명박 정부’의 경험을 높이 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사실상 내년 총선이 현 정부의 영향력을 지속해 정권 재창출까지 연결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던 이명박 정부의 경험은 내년 총선을 앞둔 현 정부가 꼭 필요로 하는 요소다. 실제로 이를 해본 경험이 있는 ‘MB맨’ 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장악 시도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을 강행하려는 데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권 재창출 위해 불법 불사하던 MB정권 답습?

물론 정권 재창출 과정에서 댓글부대 운영, 민간인 사찰 등 수많은 불법 의혹을 양산했던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였다. 유인촌 특보의 귀환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017년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는 이명박 정부 초기 좌파 연예인 블랙리스트 사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당시 문체부 장관이 바로 유 특보였다. 당시 국정원 개혁위는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및 소속사 대상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적으로 퇴출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에는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전방위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 특보는 2017년 9월 한 인터넷 매체와의 통화에서 “당시 문체부 내부에 지원 배제 명단이나 특혜 문건은 없었다. 당연히 만든 적도 없다”면서 “내가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특보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일 “문화 예술인 블랙리스트 유인촌 특보의 귀환, 망령의 부활입니다”라는 제목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망령이 부활했다”면서 “유 특보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국정원은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진보적인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밝혀진 것만 82명의 문화예술인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출연 기회를 빼앗겼고,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진보적 문화예술인을 탄압했다”면서 “유 특보는 문체부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좌파 권력을 필터링했다’고 자랑한 것을 생생히 기억하는 목격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엄혹한 블랙리스트의 시대, 과거의 망령이 다시 돌아왔다”면서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가 사라진 폭정의 시대가 열렸다”고 밝혔다.

유 특보의 내정에 이어 향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까지 이뤄지면 문화 예술 분야와 언론계에서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인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진보 인사 솎아내기’가 먼저 기억난다”면서 “이동관 차기 방통위원장과도 합이 잘 맞을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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