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장관청문회 때 '연극인 복지재단' 약속

장관 돼선 '노블레스 오블리주' 강조하더니…

140억→163억…15년새 재산 별로 안 는 이유?

자녀들 아파트 매입 때 '얼마 도와줬나'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인촌 씨에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인촌 씨에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문회서 물어야 할 ‘유인촌의 약속’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오늘(5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유인촌 씨는 15년 전인 2008년 2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문체부 장관 내정자’로 인사청문회에 참석했을 때 한 약속이다.

당시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200억 넘는 재산이 문제가 되자 환원을 약속했는데, 유 내정자께서도 연극인 복지를 위한 재단을 만들면 어떤가”라고 제안 성격의 질의를 했고, 유인촌 씨는 “알겠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은 국회 회의록에도 남아 있다.

15년 전 유인촌 씨와 부인의 재산은 약 140억 원으로 장관 내정자 중 가장 많았다. 당시 국회에 제출한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사항 공개 목록’에 따르면 아파트, 오피스텔, 임야 등 부동산 재산만 42억 8000만 원이었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장관이 된 유인촌 씨는 2008년 한 연말 행사에 참석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솔선수범)를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인촌 씨는 곧 기부 약속을 이행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인촌 씨는 아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배우 출신의 최종원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0년 9월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인촌 씨를 향해 “인사청문회 때 많은 재산을 ‘연극 등 예술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위증(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꾸짖었다.

유인촌 씨는 “그것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내가 죽기 전에 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최 의원이 다시 “구체적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겠느냐”고 물었다. 유인촌 씨는 “여기에서 날짜를 얘기하긴 좀 그렇다. 이 자리(장관) 끝나면 할 일이 많다”는 애매한 말로 피해 갔다. 언론도 종종 유인촌 씨의 약속 불이행을 비판했다. 시민들도 종종 온라인에서 쓴소리를 했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검색 사이트 빅카인즈를 통해 2008년 2월 1일~2023년 10월 4일 동안의 기간을 설정해 ‘유인촌+기부’로 검색해봤다. 278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유인촌 씨는 기부를 하고 있었다.

유인촌 씨는 2011년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춘천마라톤대회’에 참가, 10㎞를 완주해 모은 성금 1300만 원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중앙대 출신인 그는 2012년 염정아, 하정우, 고아라 씨 등 동문 연예인들과 함께 광고 출연료 4억여 원을 모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런 기사가 드문드문 검색됐다. 기부좀 한다는 연예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사재를 털어 연극인 복지를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는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기부를 하지 않아 뭐라는 게 아니다. 약속을 깼기 때문에 뭐라는 것이다. 더구나 국회 청문회에서 한 약속은 대국민 약속과 다름없다. 어쩌면 유인촌 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남 몰래 약속을 지켰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민언론 민들레에 꼭 알려주기 바란다.

 

빅카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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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이 아파트 매입할 때 얼마나 보탰나?

유인촌 씨의 대국민 약속 이후 15년이 흘렀다. 유인촌 씨가 지난달 1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본인과 배우자 명의 재산은 모두 162억 6975만 원(본인 명의 71억 9971만 원, 배우자 명의 90억 7004만 원)이다. 두 아들과 손자 등의 재산 신고는 거부했다.

15년 전 140억 원이었던 재산은 오늘날 163억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불어난 액수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다. 이유가 뭘까.

유인촌 씨의 장남(배우)은 2015년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4㎡)를 7억 5500만 원에 매입했다. 당시 31세였다. 차남(회사원)은 2019년 더 넓은 아파트(전용면적 113㎡)를 17억 6000만 원에 사들였다. 역시 31세 때였다. 아버지 유인촌 씨가 돈을 보탰다. 유인촌 씨도 자금 출처에 대해 “후보자(유인촌)로부터 금원을 증여받아 취득했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대출은 없었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11년 관보에 따르면 당시 유인촌 씨의 장남과 차남의 재산은 각각 약 1억 원, 4000만 원이었다. 그러므로 수 년만에 아버지의 ‘큰 도움’ 없이 거액의 아파트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40억 원이었던 재산이 163억 원으로 ‘조금만’ 불어난 이유가 거액의 ‘금원 증여’ 때문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유인촌 씨는 증여세 납부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두 아들의) 개인정보”라는 게 이유였다. 유인촌 씨는 자녀들의 재산 관련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독립생계를 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은 5000만 원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만약 유인촌 씨 자녀들이 500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증여받아 아파트를 샀다면 공제 한도를 제외한 액수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두 아들이 증여받은 액수가 각 5000만 원 이하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인촌 씨 자녀들의 아파트 매입 등 관련 정보를 입수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한겨레신문에 “증여 사실을 인정하면서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증여 과정의 불투명성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증여 내역과 납세 과정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산은 전년 대비 4억 8723만 원이 늘어난 121억 6563만 원으로 국무위원 중 1위였다. 재산 증가액도 1위였다. (2010년 3월 2일 기준)
이명박 정부 시절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산은 전년 대비 4억 8723만 원이 늘어난 121억 6563만 원으로 국무위원 중 1위였다. 재산 증가액도 1위였다. (2010년 3월 2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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