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정권 때 '올드 보이'들 무한 귀환, 창궐
인재풀 부족한 탓이 아니라 일부러 확신범들 임명
노년에 중용된 극우 인사들 불도저처럼 정권 충성
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문수, '반노동' 엽기적 행각
"파업엔 노동자가 두려워하는 손배 폭탄이 특효약"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 "낮은 임금에 감동"
'노란봉투법' 반대…"대통령이 법치주의 노동개혁"
민주노총, 야권 격렬 반발…"인사청문회조차 낭비"
윤석열 정권 들어 수구‧극우 성향 '올드 보이'들의 귀환 행렬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활약했던 인사들이 정부 요직과 방송계 등에서 암약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창궐하는 수준이다. 이진숙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김문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교육부에 반교육 인사, 통일부에 반통일 인사, 인권위에 반인권 인사를 기용했듯 노동부에 반노동 인사를 발탁했다. 이쯤 되면 인재풀이 부족해서 인사 참사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최악의 시대착오적이고 도착적인 인사만 골라서 임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가와 사회 전 분야에서 반민주적 퇴행과 역진을 밀어붙이기 위해 이들 철두철미한 극우 인사를 주도면밀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에 장차관급 고위직에 중용된 이들이 확신범의 집념으로 외부의 지탄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데서 윤 대통령은 효능감을 만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31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하며 "고용노동계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 노동 현장과 입법·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노동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은커녕, 전직 노동 운동가로서의 양심조차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김문수 후보자에게서 정상적인 노동정책이나 노사관계를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을 정도로 정치적 지향 또한 정상 궤도를 이탈한 지 오래다. 그간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 태극기 부대원, 경사노위원장 시절을 거치며 김 후보자가 벌여온 엽기적 행적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허다하다.
바쁜 119 소방 공무원에게 전화해 다짜고짜 "나 도지사 김문수인데" 하더니 자신을 몰라봤다며 관등성명까지 요구하는 추태를 벌였고, 2018년 세월호 참사 추모엔 "죽음의 굿판"이라고 하는가 하면, 2019년 강원도 산불 당시엔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이라고 발언했다. 그밖에 "문재인 대통령은 총살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 "윤건영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고, 이들은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에게 충성하고 있다" 등 극우적 시각의 막말을 일상적으로 내뱉었다.
특히 노동 문제와 관련해선 2022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문수TV에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해 노동계를 경악시켰다. 화물연대 노동자 파업에 대해 "노동자들이 손해배상을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고 한 것이다.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 "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민노총이 김정은 기쁨조 맞죠?" 등 노조에 대한 적대적 사고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지난해 3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뒤엔 페이스북에 "감동 받았습니다. 노조가 없습니다. 620명의 평균 나이 28세.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 임금은 4000만 원이 안 됩니다(현대·기아차의 40% 정도)"라고 써 '무노조 저임금'을 지향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는 등 저급한 노동 인식을 버젓이 드러내 왔다.
김 후보자는 이날 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손배 폭탄'을 막는 내용이 포함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행 헌법, 민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다"면서 "여러 계약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내용이 많아 이미 학계 등 전체적으로 상당한 문제 제기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입법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에서도 대통령께서 왜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했는지 깊이 살펴 국회가 토론과 공론, 합의·중재·타협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잘해달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법치주의 노동 개혁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성과를 거둬 노사 분규로 인한 노동 손실일수가 대폭 감소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노동 개혁이 성공해 노사정이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을 지명해 준 윤 대통령에게 적극 화답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임명 직후 성명을 내고 "인사 참사도 이런 인사 참사가 없다. 윤 정권은 이진숙 임명 강행으로 공영방송 파괴를, 김문수 지명으로 노동정책 후퇴를 밀어붙일 심산"이라며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몰살할 작정이다. 윤석열은 극우 반노동 막말 일삼는 김문수를 앞세운 노동 개악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반노동 최첨병 김문수를 내세워 노동시간 연장,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김문수는 지명 발표 직후 반대 입장을 밝혔다"면서 "과거 이력을 팔아가며 반노동 행보를 일삼는 자가 노동자와 대화하겠다는 말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윤석열은 이진숙에 이어 김문수까지 내세워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몰살하겠다는 미친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윤석열의 연이은 반노동 인사는 국가적 재난"이라고 맹렬하게 성토했다.
야권에서도 격한 반응 일색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기상천외, 천인공노할 인사 참사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경사노위로도 모자라 고용노동부 전체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한 부처 전체를 통째로 극우 유튜버 손에 넘기겠다는 처사"라며 "노동자와 국민을 악으로 규정하는 인사에게 그 어떤 공정한 원칙도, 합리적 중재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또 "김문수 내정자는 노사관계의 한 축인 노동자를 적대시하고, 경사노위 위원장 임명 후에도 극우 전광훈 목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숨 쉬듯 습관적으로 국민을 비하하는 반노동‧반국민 인사"라면서 "어떻게 국민 대다수의 삶을 책임져야 할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이런 사람을 지명한다는 말인가? 윤석열 정부 스스로 반노동·반국민적 정부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김문수 내정자는 경사노위 파행의 주범이다.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2년 재직 기간 동안 민주 정부가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노사정 협의와 사회적 대화의 문화들이 완전히 파탄 났다"며 "경사노위 위원장 임기를 통해 증명된 사실은 김문수 위원장은 더 이상 공직을 맡아선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을 즉시 철회하라"며 "김문수 내정자 또한 국민 앞에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본인 스스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올드보이를 넘어 좀비 수준이다. '나 김문순대'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면서 "아스팔트 극우로 태극기 부대에 합류하고 유튜브에서 반노동 발언을 일삼으며 색깔론과 노조 혐오를 부추겨온 사람이 어떻게 노동자 권익을 지키겠는가? 방송장악을 위해 이진숙을 임명하더니 이번엔 슬쩍 미뤄뒀던 주 69시간제 완성을 위해 김문수인가?"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경질도 때늦은 반노동 인사를 장관으로 영전시키는 건 고용노동부를 반고용노동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문수의 고용노동부에 대화와 타협, 상생과 연대가 있을 리 만무하다"면서 "이미 삶의 이력과 경력으로 그 부적격이 거듭 확인된 인사다. 인사청문회조차 낭비"라고 규정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노란봉투법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한 말을 들어 "잔인한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주는 고통에 세상까지 등진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이 담긴 법안"이라며 "노동계의 탕아 김문수 위원장은 노동계를 영원히 떠나라. 변절자 삶의 속죄를 원한다면 길은 하나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당장 사퇴하라"고 주문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 사상을 존경하는 분'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삐뚤어진 세계관을 가진 자를 노동부 장관을 시키겠다고 한다. 윤 대통령 주변에는 멀쩡한 사람이 그렇게 없나?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 아닌가?"라며 "조국혁신당도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 탄핵추진위원회에 조국혁신당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윤 대통령 탄핵과 퇴진에 나서겠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 대결을 선택한 윤 대통령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직격했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눈과 귀를 의심해야겠다는 판단 이전에, 일단 숨부터 멎을 것만 같은 압도적인 충격이다. 고용노동부의 업무라는 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권익에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김문수 위원장은 '가장 해서는 안 될 사람' '조금도 용납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던가"라며 "제발 숨 쉴 구멍은 좀 내어줘야 하지 않겠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말로 아니다. 즉각 임명을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인 개혁신당마저 이혜숙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의 주요 인사가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인사 참사"라며 "윤석열 정부 초대 경사노위 위원장을 맡았음에도 경사노위 취지에 맞게 노동계와 대화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아바타가 되어 임기 중에 있는 경사노위 전문위원 14명 전원을 해고했다. 노동계의 전설이 권력의 하녀로 전락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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