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G20 정상회의서 "게임 바꿀 진짜 빅딜"
인도와 중동, 유럽연합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
중국 중동 유럽 아프리카 잇는 일대일로 대항축
G7의 6000억 달러 투자 구상처럼 무산될지도
G20 공동선언, '러시아' 빼고 우크라전쟁 비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차이로 채택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공동선언문(‘G20 뉴델리 정상선언’)을 토의일정을 하루 남겨 놓은 9일 채택했다. 이번 선언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선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완전히 무조건 철수할 것을 요구”한 것과 달리 강한 비난도 없었고 러시아를 지목하지도 않았다.
‘러시아’를 뺀 우크라 전쟁 비판
이번 선언은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초래한 인적 피해와 세계적인 식량 에너지 안전보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상황에 대한 시각이나 평가가 엇갈렸다”는 점도 병기했다.
또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고 “모든 나라는 영토 획득을 위한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가야 한다”고 호소하고, 핵무기에 대해서는 “사용 또는 사용 위협은 용납될 수 없다”고 명기했다.
아프리카연합(AU) G20 멤버로 추가
선언은 이밖에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아프리카 등의 개도국들 채무(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긴급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강력한 성장을 촉진”하기로 했다. 또 기후변동에 대한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위한 대응을 가속”하기로 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지금의 3배로 늘리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세계무역에 대해서는 보호주의를 막고 공정한 경쟁을 벌여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도의 제안으로 아프리카 지역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이 정식으로 G20 멤버로 승인받았다.
중국의 일대일로 대항축 서방 주도 ‘경제회랑’
이번 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도와 중동, 유럽연합 세 지역을 철로와 바다로 연결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회랑’을 만드는 구상에 협력하는 각서를 발표했다. 이는 중국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까지 연결하는 중국의 광대한 인프라 회랑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구상에 대항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으로 불리는 미국의 이 경제회랑 구상은 인도와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요르단, 이스라엘, 그리고 유럽연합을 해로와 철로를 통해 더 빠르고 더 싼 비용으로 연결함으로써 이 세 지역간 경제 협력과 디지털 연결을 촉진해 인도와 유럽 간의 교역 속도를 40%나 높이고, 이스라엘과 중동지역 국가들 간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대규모의 교통 물류망을 구축해 무역과 에너지, 데이터 유통을 촉진하며,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도 깔 계획이다.
바이든은 이 구상이 “진짜 빅딜”이라며 “게임을 바꿀 투자”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복수의 지역에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중동 전체의 통합이라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G20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협력, 혁신, 공동의 진보를 위한 등불”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 구상이 “철로나 케이블 건설 이상의 것”이라며 “이것은 대륙과 문명을 가로지르는 녹색의 디지털 다리”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그 동안 거대한 경제력과 투자를 배경으로 한 중국의 일대일로가 지구 곳곳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그 대항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글로벌 사우스'가 중국 쪽으로 기울어 G7을 핵심으로 한 서방 중심의 기득권 세계가 역포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그런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대일로보다 ‘더 질이 높고 지속가능한 인프라 정비’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경제회랑 프로젝트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서방 경제회랑의 주요 표적은 인도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중국의 도전에 대한 대항축으로 설정한 이 경제회랑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가 바로 인도다. 인도는 비동맹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나 영토분쟁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과는 대립하고 있어서,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과는 이해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비동맹과 글로벌 사우스를 대표하는 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인도를 끌어들이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커트 캠벨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8일 “이 구상의 최대 지원자는 인도”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모디 총리와 회담하면서 방위와 첨단기술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경제회랑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참석하지 않은 이번 G20 정상회의는 미국과 서방에겐 인도를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우디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란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거기에 중국이 중재역을 함으로써 미국이 오히려 소외돼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할 수 있는 축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미국이 한국이 보관해 온 이란의 석유 판매대금에 대한 동결을 해제한 것도 이번 경제회랑 프로젝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인구의 약 75%,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50개 이상의 국가들이 일대일로 계획에 동참하고 있다며 수천억 달러의 돈을 이들 나라를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 등의 인프라 건설에 대출, 보조금 등의 형태로 투입했다. 그리하여 중국은 이웃 라오스와 중동, 유럽, 남미 브라질에서 아프리카 케냐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륙의 광대한 지역들에서 최대의 신용공여국이 되고 개도국들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여러 문제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미국과 서방이 위기감을 갖게 될 정도로 성과가 있었다.
낙관적이지 못한 서방 경제회랑 구상
미국과 서방이 이런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일대일로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해 G7 정상회의에서도 서방은 6000억 달러를 중저소득국들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를 동원할 그 계획은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경제회랑 프로젝트도 아직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투자 일정 등은 잡혀 있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일 기사에서 서방의 경제회랑 구상도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며, 중국도 그렇지만 그들 자신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경제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를 투자가 아니라 중저 소득국들을 위해 베푸는 자선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한 투자, 나아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만일 중국과 그 동조세력들만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미래는 그들의 것이 될 것이라고 이 잡지 기사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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