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명명 '인도'→ 힌두어 '바라트'

G20 만찬 초청장에 "바라트 대통령" 표기

"인도란 용어는 영국인이 우리에게 저지른 학대"

윤 '몰역사적 친일 행보'…광복절 경축사서 정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 중인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맨 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두번째) 2023 09 07[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 중인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맨 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두번째) 2023 09 07[EPA=연합뉴스]

인도가 추진하는 영국 식민잔재 청산 작업이 '국명 변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0년 가까운 집권 기간에 "식민지 노예근성에서 해방돼야 한다"면서 200년 영국 식민 지배 잔재를 청산하는 데 주력해왔다.

모디 총리 정부와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그동안 인디아'(India)라는 영국 식민 지배 시절의 용어 대신에 산스크리트(힌두)어 국명인 '바라트'(Bharat)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야당 연합체인 인디아(INDIA)의 반대에도 모디는 국명 변경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9일부터 이틀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참석 정상들에게 보낸 드루파디 무르무 대통령의 만찬 공식 초청장에 '프레지던트 오브 인디아'(President of India)가 아닌, 프레지던트 오브 바라트'(President of Bharat)란 표현을 쓴 것이다.

 

'바라트' 용어가 들어간 인도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 초청장. 연합뉴스
'바라트' 용어가 들어간 인도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 초청장. 연합뉴스

G20 만찬초청장에 "바라트 대통령"…영국 반응 주목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회의체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G20 정상회의 무대를 활용해 힌두 문명을 상징하는 '바라트'란 국명을 내걸어 사실상 공식화하기 위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한국과 영국 등 G20 회원국과 스페인 등 9개 초청국, 유엔 등 국제기구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현재 인도 헌법에는 두 가지 국명을 모두 쓰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에 따르면, 영어판 헌법 전문은 "우리, 인도 국민은..."으로 시작되고, 제1장에는 "인도, 즉 바라트는 국가들의 연합이다"(India, that is Bharat, shall be a Union of States."라고 돼있다.

그러나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BJP는 인디아라는 국명은 영국 식민지 노예제의 상징이라면서 헌법에서 빼고 바라트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디아는 고대 서구 문명들이 인더스강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신두'(Sindhu)에서 파생시킨 이름으로 나중에 '대영제국'이 나라 이름으로 바꿔 사용한 것이라고 CNN 방송은 전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6일 인도 수도 뉴델리의 대통령궁 앞길에서 경찰관들이 순찰하고 있다. 2023. 09. 06 [AFP=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6일 인도 수도 뉴델리의 대통령궁 앞길에서 경찰관들이 순찰하고 있다. 2023. 09. 06 [AFP=연합뉴스]

식민 지배 상징인 '인도' 국명 '바라트'로 변경 시도

인도는 200년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오다 1947년 독립을 쟁취했다. '바라트'란 이름을 선호하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인디아'란 이름이 식민지 시대의 잔재하고 보고 있다.

하르나스 싱 야다브 BJP 의원은 "'인도'란 용어는 영국인이 우리에게 저지른 학대인 반면, '바라트'는 우리 문화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연방 교육장관인 다르멘드라 프라단은 만찬 초청장에 '바라트'를 쓴 것을 두고 "식민지 정신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큰 진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누구도 국명을 바꿀 권리가 없다"거나 "헌법에도 인디아라는 용어가 나오고 '메이크 인 인디아' 등 많은 경우에 인디아를 쓰고 있다"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 등 인도 언론들은 모디 정부가 G20 정상회의 이후 개최될 의회 특별회기에서 바라트로 국명 변경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튀르키예 사례에서 보듯이 인도 정부의 공식 요청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모디 정부는 지난해 뉴델리의 중심도로인 '킹스웨이'를 '라지파스'로 이름을 바꾼 것을포함해 영국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있는 일부 도시와 건물을 이름을 고치고 있다.

이번 만찬 초청장 건을 두고 일각에선 3연임을 노리는 모디 총리가 14억 명 인구의 80%를 점하는 힌두교도 표를 공략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시도란 해석도 나온다.

모디 총리의 이런 행보는 일제 식민지 과거사 지우기에 여념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몰역사적 친일 행보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55차 촛불대행진이 참가한 시민들이 2일 광화문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2023.9.2. 이호 사진작가
55차 촛불대행진이 참가한 시민들이 2일 광화문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2023.9.2. 이호 사진작가

윤 '몰역사적 친일 행보'…광복절 경축사서 정점

일제 식민지 전락은 우리 민족의 무능 탓이라는 취지의 올해 3‧1절 기념사는 그 시작이었다.

닷새 후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준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 '3자 변제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4월 24일 미국 국빈 방문에 앞서 행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선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해 일제 침략사와 전쟁범죄를 그저 "100년 전의 일"로 치부했다.

민족의 해방을 기념하는 8‧15 광복절 경축사는 더 가관이었다. 대통령 경축사 본문에 '일제'라는 표현도 '강점' '광복'이란 표현도 없었다. 아예 일제 식민지 과거사 부분을 사실상 통째로 들어낸 그야말로 '얼빠진' 경축사였다.

이것으로 다가 아니었다. 육사에 모신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항일무장독립투쟁에 헌신했던 다섯 분의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려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소련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아 유독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이전하기로 한 것이나, 일제 강점기 조선 독립군을 토벌했던 일본군 간도특설대 장교였던 백선엽의 흉상 설치 추진도 그 연장선이다.

영국 식민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인도'라는 국명마저 고치려는 '바라트' 모디 정부의 G20 만찬 초청장을 받아 든 윤 대통령이 그 역사적 의미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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