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 일본 정부와 이를 방조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투기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5만여 명의 시민들은 “일본은 핵 오염수를 자국 내에 보관하라”, “일본 정부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고 외쳤다. 

집회 사회를 맡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승훈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쯤 되면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투쟁 선포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김영복 전국 어민회 총연맹 부회장은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8월 20일에 꽃게 금어기가 풀렸는데 가격이 절반 이상 폭락했는데도 그마저 상인들이 가져가지도 않고 있다”면서 “올해 비가 유난히 많이 와서 새우양식 생산량이 평년의 절반이 안 됐는데도 가격이 작년보다 낮고 팔리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시다 일본 총리는 인류에 재앙을 불러일으킬 핵 오염수 방출을 즉각 중단해야 하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보 장사해서 무기 그만 팔아먹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친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해서 국민이 안전하게 수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호사카 유지 "기시다 - 윤석열, 국민 무시 공통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기시다 총리와 담당 장관은 어민 등 이해 관계자의 이해가 없는 한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2015년 약속한 뒤로 계속 그런 입장임을 반복해서 강조해 왔다”면서 “국민과 대화하는 척하면서 이미 그들끼리 결정한 사항을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제3자 변제안을 이미 결정해 놓고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척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박미라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오염수 방류가 세대 간 정의에 어긋난다고 역설했다. 박 공동대표는 “30년간 방류한다고 하는데 이 중에 30년 후에 살아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면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사라지고 없을 텐데 왜 어린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현재를 위해 미래를 죽이는 악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와 함께 연단에 선 서울 개봉초등학교 2학년 이정후 군은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있는데 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학교 4학년 이지혜 양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우리는 수영도 못하고 물고기 잡는 사람은 직업을 잃는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가 개시된 24일 오후 일본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다가 연행됐던 대학생 16명 가운데 한 명도 연단에 섰다. 이들은 연행 이후 48시간 동안 유치장에 있다 이날 12시 50분에 훈방됐다.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죄명이 공동주거침입이었다”면서 “우리 땅에서 주권자인 대학생들이 ‘국민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 ‘총선에서 이기려고 국민 생존권 사항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외쳤는데, 이게 어떻게 주거침입이냐”라고 했다. 이어 “오히려 위험한 전쟁 훈련을 하면서 오염수를 방류하는 저들을 잡아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래의 주인이자 주권자인 대학생으로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중단될 때까지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민주, 인권, 진보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이라고 매도했다”며 “그들이 원하는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라 독재국가이고 인권보장 사회가 아니고 혐오 사회이며, 진보가 아니라 퇴행의 사회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민주노총을 가장 악랄하게 탄압하고 있다”면서 “탄압에는 더 거센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 "일본 정부만큼 분노스러운 것이 방조범 윤석열 정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 4당 대표자들도 거리로 나섰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일본 정부만큼 분노스러운 것이 방조범 윤석열 정부”라면서 “야당에 이권 카르텔이니 괴담 세력이니 하더니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 차관급 인사 뒤에 꼭꼭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면서 “숨지 말고 국민과 야당 앞에,  총선 전에 하루라도 빨리 오염수를 방류해 달라고 일본에 요구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분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는 “일본은 1945년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이후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고통받은 것을 목도한 나라”라면서 “그러한 일본이 전 세계 인류에게 오염수로 핵 테러를 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북한이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그런데 유일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 윤석열 정권이었다”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또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권을 멈춰 세우자”고 외쳤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국민이 기시다 총리의 입을 통해 듣게 했다”면서 “적어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마저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도·감청한 미국은 친구고,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은 파트너라고 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불안해하는 국민에게는 괴담에 속은 우매한 국민이라고 한다”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비열하고 오만한 정권에 맞서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본이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총칼로 침범하고 살육했던 태평양 전쟁을 다시 한번 환경 범죄로 일으키려 한다”라면서 “일본을 환경 전범 국가로 다시 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가장 인접한 국가이고 가장 피해가 큰 대한민국에 사죄하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권력은 잠시일 뿐이며 우리가 심판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또 “포기는 저들이 원하는 바고, 좌절 또한 그들이 고대하는 일”이라면서 “좌절하지 말고 힘을 내자. 국민 저항이 모여서 거대한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일본 방사능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은 국민행동 결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태평양은 일본 핵 오염수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면서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행동을 제안한다”면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과 윤석열 정권 규탄 내용으로 다음 주중 전국 시군구 단위에서 촛불을 밝혀달라”고 밝혔다.

촛불 시민 "민주당, 중국-대만 무력 분쟁시 군사 불개입 결의안 필요"

집회를 마친 5만여 명의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했다.

한편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최하는 제54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도 이날 오후 시청 앞 ~ 숭례문 구간에서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만 500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는 시청 앞에서 혜화역까지 행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 김종욱 씨는 “2007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제안한 인도 태평양 전략에 윤석열 대통령이 막차를 탄 것”이라면서 “우리를 침략한 일본의 재무장에 동의하는 합의를 했는데 그러고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독도도 어쩌면 일본의 야욕에 넘어갈지 모른다”면서 “영토 보존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민주당은 중국과 대만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절대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결의안과 후쿠시마 수산물을 영구적으로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달라”라고 말했다.

행진 도중 촛불 시민들은 일본 대사관에서 항의 서한 전달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이 시설 보호 등을 이유로 일본 대사관 진입을 막았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핵 폐수 투기를 중단하라는 서한인데 정당한 주장이고 정당한 권리”라면서 “경찰은 시설 보호를 명분으로 막았는데 시설 보호라고 한다면 우리가 시설을 파괴한다는 뜻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령을 거부했다는 자체가 규탄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한 전달이 불발되자 촛불 시민들은 “일본대사 추방하라”, “일본 대사관 폐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혜화역에서 열린 정리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오염수 방류를 규탄했다. 시민 윤경환 씨는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다시 일본 식민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면서 “경찰을 보면서 마치 일본 순사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