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1년 전 "더 이상 전 정권 핑계 국민에 안 통해"
잼버리 엉망에 위기 맞자 여권 또 문재인 정부 탓
민주, 대회 끝난 뒤 여러 상임위서 문제 다루기로
"한덕수 유체이탈…주무장관 김현숙 대체 뭘 했나"
정의당은 대회 즉각 중단과 장관 3명 문책 요구
국힘 "거대한 反대한민국 카르텔 작용 철저 규명"
"이제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또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우리가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더 이상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역설했던 발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의 전 정부 탓은 그 이후에도 무한 반복돼 왔고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새만금 잼버리가 갖가지 준비 부실과 파행 운영으로 나라 안팎의 지탄을 받는 가운데 야권은 대회 이후 국회의 여러 유관 상임위원회를 통해 책임을 철저히 묻기로 했다. 일단은 남은 기간이라도 행사를 잘 치르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협조하되, 대회가 다 끝나고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돌아가고 나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향후 유치할 국제행사에서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는 잼버리 조직위원장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동으로 맡아 이들 세 부처의 책임이 큰 데도 또 전임 문재인 정부 탓을 하며 어떻게든 책임 전가를 하려는 정부‧여당의 적반하장 행태가 야당을 더욱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잼버리 대회가 끝난 후 준비 과정의 미흡한 부분 등은 정기국회나 그 전이라도 상임위를 통해 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치 과정의 문제를 탓하고 공방을 벌이기보다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잘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 의원들이 현장에 가서 대책을 점검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 지도부와 협의한 결과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 문제가 변질될 우려가 있어 관련 계획을 준비했다가 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춘숙 원내 정책 수석부대표도 이 자리에서 "잼버리 대회의 준비 부족 부분에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여러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며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앞으로 세계대회 유치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정권의 고질적인 '전 정권 탓'을 조목조목 강도 높게 반박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세계 청소년들의 꿈인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악몽이 돼버렸다. 정부의 무책임이 부른 예고된 참사"라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남 탓'으로 열심히 책임 회피에 매진 중이다. 정말 뻔뻔한 정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금부터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겠다"라고 말한 데 대해 강 대변인은 "전형적인 유체이탈"이라며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중앙정부가 아닌가? 이들이 잼버리 대회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있는 동안 한 총리는 무엇을 했는지 답하라"고 추궁했다.
또 "사실상 조직위를 진두지휘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오늘의 사태가 예견되었음에도 '대책을 다 세워 놓았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무슨 대책을 다 세워놨길래 이 지경이 됐느냐"며 "조직위에서 재해 대책 예산을 추가 요구했지만 여가부가 예산을 내주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다. 폭염에 따른 물과 얼음 구입 비용마저 조직위 자체 예산으로 집행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해 '전폭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 대통령'인가?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게 수습하는 것이지, 남 탓하고 책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총리, 장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책임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의 모습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라"고 쏘아붙였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논란에서도 여지없이 전 정권 탓이 등장했다"면서 "전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도 없이 취임해 9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취임 15개월이 지난 현 정부는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물었다. 이어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는 일을 안 하는 게 목표라서 그런 거냐"며 "잼버리 대회 조직위원장 5인 중 3인이 중앙부처 장관"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한술 더 떠 국민의힘은 전 정권과 전라북도의 부실 준비 탓이라며,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겠다고 문책을 시사했다"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책임 떠넘길 희생양만 찾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전북지역 대원들이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으나 며칠이 지나도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영 결정을 하기까지 정부 측 대응도 문제 삼았다. 홍 원내대변인은 별도의 브리핑에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당 사건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이다. 잼버리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도, 성폭력 피해자 지원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의당도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새만금 잼버리의 즉각적인 중단과 정부의 사과, 3개 부처 장관들 문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세계 잼버리 대회 운영에 차질과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파행이 이어지고 있고, 참가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 계속 강행만 고집하다가는 남은 일주일 동안 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랴부랴 늦장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안일하고 부실한 준비를 상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늦었다. 총체적 난맥 상황을 60여억 원의 예비비 투입과 즉흥적인 대책으로 바로잡겠다는 것은 비합리적 오기일 뿐"이라며 "지금은 오기를 부릴 때가 아니라 상식적이면서도 냉철한 판단을 하고, 반성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강구해야 할 때임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했다.
특히 "정의당은 잼버리 중단과 정부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조직위의 정부 측 공동위원장인 행안부, 여가부, 문체부 장관 문책을 통해 후속 조치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원인 규명과 수습 대책 마련, 분명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즉각적인 태세 전환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새만금 사업과 정치적 효과만 고려한 탓에 본말이 전도된 전시행정 탁상행정의 경위를 밝히고, 수많은 지적에도 끝까지 안일하기만 했던 현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준비가 엉망이었다면 위기 대처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평가는 더 철저히 하고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의당은 더 늦기 전에 잼버리 대회를 즉시 중단하고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날도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잼버리 유치 및 준비 과정 전반을 파헤치겠다며 엄포를 놨다. 심지어 전북연맹의 조기 퇴영 결정에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거대한 반(反)대한민국 카르텔'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행사를 잘 마무리하는 데에 집중하되, 전 정권에서 행사를 유치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책임 소재를 굳이 따지자면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에 있다"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사실 새만금 잼버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직접 챙길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행사였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잼버리 유치와 관련 예산 증액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며 "잼버리장 위생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상황을 보면 유치 후 6년 동안 투입된 예산 1000억 원이 적절히 사용됐는지도 의심되는 실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회가 끝난 후라도 관계 기관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이번 세계대회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고,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은 어떻게 지출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주길 바란다"며 "특히 이번 전북연맹이 저지른 최악의 국민 배신 행위 뒤에 거대한 반(反)대한민국 카르텔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전북연맹은) 누구의 사주로 그런 반(反)대한민국 결정을 했는지 정치적 배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혹여라도 야권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략에서 이번 전북연맹의 석연치 않은 조기 퇴영 결정에 개입했다면 결단코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배후와 사주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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