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와 달리 투자할 근거 없어

테마주로 급등한 종목 실적도 지지부진

투자라기보다 ‘폭탄 돌리기’ 에 가까워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 과학계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2023.8.3. 연합뉴스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 과학계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2023.8.3. 연합뉴스

국내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가진 물질인 LK-99를 구현했다는 논문이 나온 뒤 주식시장에서는 초전도체 테마주가 요동치고 있다. 초전도체와 관련이 없는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는가 하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이 상온 초전도체나 퀀텀에너지연구소와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공시했는데도 투자 과열이 멈추지 않는 등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을 말한다. 극저온 상태에서 초전도성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그러나 상온 상압에서는 불가능하다. 과학계에서 LK-99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이유다. LK-99가 과학적으로 입증된다고 해도 산업에 활용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인 물질을 양산할 수 있다면 에너지와 의료, 모빌리티 등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반도체보다 폭발력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초전도체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각 산업에 응용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 상용화된 이차전지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국내 초전도체 종목의 주력 제품과 최근 실적을 보면 테마주 투자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서원과 덕성, 대창 등이, 코스닥에서는 서남과 신성델타테크, 파워로직스, 국일신동, 모비스 등이 초전도체 테마주로 불린다. 서원은 동합금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초전도체와는 관련이 없다. 지난해 매출이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8.9% 급감했다. 올해 1분기도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자 금융당국은 7일 서원을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더 오르면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덕성은 합성피혁 업체로 스포츠용품 관련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지지부진하다. 덕성 역시 주가 급등으로 8일 매매거래정지 예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대창은 황동봉과 동합금이 주력 제품이다. 지난해 매출이 1조4000억 원대로 중견기업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 미만이다. 상온 초전도체로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는 종목이다.

코스닥 종목인 서남은 초전도 선재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와는 거리가 멀다. 서남은 주가가 요동치자 LK-99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는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 협력이나 사업교류가 없었다"고 밝혔다. 신성델타테크는 생활가전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고 파워로직스는 이차전지 보호회로와 중대형 배터리팩 등을 만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투자한 엘앤에스벤처캐피탈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초전도체와는 관련이 없다. 국일신동과 모비스도 마찬가지다. 국일신동과 모비스의 주력 제품은 각각 황동봉과 제어시스템이다. 영업이익도 저조해 주가가 급등할 이유가 없는 종목이다.

실체가 없는 테마주는 투자 광풍이 지나가면 급속히 거품이 빠지게 돼 있다. 과거에도 배아줄기세포 등 불확실한 기술을 근거로 특정 종목 주가가 이유 없이 올랐다가 급락한 적이 있다. 초전도체 테마주도 똑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 종목의 대주주들이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서남 전환사채(CB)를 보유한 증권사 등 투자 회사들은 최근 전환 청구권을 행사했다. 주가가 급등했을 때 주식을 받아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가가 오른 다른 종목도 주요 주주들도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결국 초전도체 테마주 투자는 ‘폭탄 돌리기’에 가깝다. 광풍이 가라앉고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면 포연 속에 탄식하는 투자자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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