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크먼 "공매도" vs 버핏 "추가 매입" 상반
대규모 국채 발행·경기 연착륙 효과에 달려
미 국채 최대 매수자 중·일 매도 전환 주목
미 국채수익률 방향성에 촉각 곤두세워야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강등한 후 벌어지고 있는 주요 논쟁 중 하나가 미국 국채가격(국채수익률)의 향방이다. 예컨대 해지펀드계의 큰손인 빌 애크먼(퍼싱스퀘어캐피탈매니지먼트 CEO)은 미국 30년물 국채 가격의 폭락(국채수익률 폭등) 가능성을 예측하며 공매도 투자를 선언한 반면, 워렌 버핏(버크셔 헤더웨이 회장)은 가격 상승 예견하며 대규모 추가 매입을 공언했다. 미 국채(특히 장기채)는 달러패권과 함께 미국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이며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보유 중인 자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믿음직한 자산이고 시장금리의 바탕이다. 하여 미 국채가격의 방향성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관심거리다. 미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추가발행 및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에 근거한 위험자산 선호 가능성 상승 등의 영향으로 미 국채가격이 추세적으로 하락할지 아니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금들의 미 국채매입에 힘입어 국채가격이 하락을 멈추고 상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30년물 공매도 공언' 애크먼 vs '100억 달러씩 국채 매입' 버핏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고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발행이 임박한 가운데 천하를 호령하는 헤지펀드 투자자들도 미 국채의 방향성에 대해 상반된 관점을 견지 중이다.
미국 헤지펀드 퍼싱스퀘어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애크먼은 전 세계적으로 탈세계화와 에너지 전환, 국방비 증대 등의 현상 속에 3% 인플레이션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 측면에서도 미국 장기 국채는 과매수 상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크먼은 자신의 X(이전 트위터) 계정에 "(미 국채) 신규 발행과 양적완화를 결합하면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고도 시장이 이렇게 큰 폭의 공급 증가를 어떻게 흡수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곧 5.5%에 이를 것"이라며 미 국채 30년물에 대해 공매도 투자를 결심한 베팅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버핏 회장은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선 "걱정할 일이 아니다"며 국채 매입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이고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는 지난주 월요일 미국 국채를 100억 달러어치 샀고, 이번 주 월요일에도 같은 규모를 사들였다"며 내주에도 국채를 살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피치가 제기한 미국의 거버넌스 악화와 재정 상황 우려에 대해선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의 귀재라 할 애크먼과 버핏이 미국 국채가격의 방향성에 대해 다른 관점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국채 가격의 향방을 가늠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가격 하락하다 숨고르기 들어간 미 국채
3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연 4.198%까지 상승하며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올해 3월 1.07%p까지 벌어졌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2년 만기 국채 금리의 역전폭도 0.7%p로 줄었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일 4.164%에서 이날 4.279%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4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시장은 1개월물 등의 초단기물을 제외하곤 전일에 비해 대부분 채권수익률이 하락(채권가격 상승)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아래의 그래프와 표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는데, 눈여겨 볼 건 10년물, 20년물, 30년물의 장기채들의 수익률이 한 달 전에 비해 모두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미 재무부 3분기 장기채 발행 1020억 달러로 늘려
주지하다시피 미국 국채금리를 장기채 위주로 상승시킨데 일조한 것이 재무부의 국채 발행 규모 확대 계획이다. 재무부는 2일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애초 960억 달러에서 1030억 달러(약 134조 원) 로 늘린다고 확정했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연방정부의 세수가 적어지는 반면 정부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공공 적자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국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채 발행을 늘리겠다는 입장인데 후폭풍이 어떨지는 누구도 모른다.
일례로 2007년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2008~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오히려 2011년 재정적자는 76% 수준으로 폭증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완화를 위한 대규모 재정지원까지 겹쳐 조만간 100%를 넘어설 전망이다.
제로금리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국채이자의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었다. CBO는 미국의 재정적자 순이자 지출이 내년 9월 마감하는 2024회계연도에는 745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방위비를 제외한 연방정부 재량적 재정지출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규모다. 국채이자를 지불하면 연방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재정이 극히 제약되는 것인데, 이는 재정정책에 족쇄가 채워지는 것과 같다.
미국 국채가격은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
미국 국채가격의 움직임(국채수익률)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국채는 달러와 함께 미국의 경제패권을 유지하는 기둥일 뿐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포트폴리오의 맨 위에 채워 넣는 자산이며 금리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미국의 국채가격이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을 당시처럼 안전자산 선호심리의 폭발로 상승할 지, 아니면 재무부의 국채발행, 미국 경기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에 바탕한 위험자산 선호,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락할 지 예측불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난 해 말 기준 27조 달러에 달하는(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시작된 2007년부터 15년간 330% 이상 증가한 액수다) 미국의 국채 발행잔액을 생각하고, 내년 미국채의 순발행량이 2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염두에 둘 때 미 국채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소화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미 국채의 최대 매수자였던 중국과 일본이 미 국채를 열심히 매도하고 있으니 더욱 궁금증이 커진다. 정 안 되면 연준이 국채매입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어려워진다.
하여튼 미국 국채가격의 방향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남의 나라 국채가격까지 신경 쓰고 싶진 않지만 미국 국채가격(국채수익률)의 방향성은 너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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