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빈 사무총장 취임…35년 만에 외부 인사

대통령과 79학번 과동기, 독립성‧중립성 우려

장제원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 전임 총장 맹폭

총선 9개월 앞 결국 교체…'코드 인사' 의구심

이상인 방통위 상임위원, 이완규 법제처장 '동기'

이미현 감사원 감사위원, 이종석 헌법재판관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5일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김용빈 신임 사무총장이 임명장 수여가 끝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7.25. 연합뉴스
25일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김용빈 신임 사무총장이 임명장 수여가 끝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7.25. 연합뉴스

판사 출신인 김용빈 전 사법연수원장이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임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선관위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것은 35년 만에 처음인데다, 김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라는 특수관계에 있어 독립성‧중립성‧공정성을 둘러싼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안팎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전날 과천청사에서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김 총장 임용 안건을 의결한 뒤 임용장을 수여했다. 사무처 직원들의 실질적 수장으로 선거사무를 총괄하는 장관급 사무총장에 외부 인사이자 대통령 과동기를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래 여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아온 선관위의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례로 '윤핵관 중의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박찬진 전 사무총장을 상대로 공개석상에서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 국회를 뭘로 보는 거야 지금!"이라고 막말 폭주를 벌였던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지난 3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전체회의를 주재하던 장 의원은 박찬진 당시 사무총장이 대기석 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문제 삼아 "위원장의 허락 없이 이석하는 피감 기관장은 처음 본다. 사무총장! 뭐하는 사람이냐! 선관위는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냐!"고 흥분하다 삿대질과 반말을 섞어가며 큰소리로 호통을 치고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친 바 있다. ☞ 관련 기사 장제원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극…젊은 층 공분 확산

 

지난 3월 22일 오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중앙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지난 3월 22일 오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중앙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국회 정치개혁특위 출석 문제로 사전에 다 양해가 됐던 이석을 꼬투리 잡아 장 의원이 느닷없이 분노를 폭발시킨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선관위 군기 잡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박찬진 총장이 전라도 광주 출신이라는 점도 그런 해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국민의힘은 이후 당 차원에서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에 총력을 기울여 융단폭격을 퍼부었고, 결국 박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총선을 9개월 앞둔 시점에 사무총장이 바뀌게 된 것이다. 당장 총선 풍향계로 주목받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신임 김용빈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과 동기이기는 하지만 대학 졸업한 후로 근 40년 동안 사적 왕래가 없었다"며 "공직자의 자세는 자신이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데 있기 때문에 그런 사적인 연은 염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다른 대학 동기들 사례를 보면 '코드 인사'에 관한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이원석 검찰총장, 이완규 법제처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2023.4.25. 연합뉴스
이완규 법제처장(오른쪽부터), 이원석 검찰총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다. 2023.4.25.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로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강행 등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상인 상임위원, 민주당 추천 최민희 방통위 상임위원 내정자에 관한 적격심사를 3개월 넘게 뭉개며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대로 판을 깔아주고 있는 이완규 법제처장,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며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 걸쳐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난했던 이미현 감사원 감사위원, 그리고 강한 보수 성향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에서 주심 재판관을 맡아 기각 결정 선고문을 낭독했던 이종석 헌법재판관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26일 서면브리핑에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임명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흔들기에 겁박된 선관위가 스스로 윤 정권에 선관위 장악의 길을 열어준 것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통령의 대학 동기가 선관위 사무처를 통할하는 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면서 "선관위는 스스로 윤석열 정부에 선관위 장악의 길을 열어주었다. 선관위는 김 총장을 사무총장으로 두고 어떻게 엄정 중립을 준수하며 선거 관리를 하겠다는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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