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원장에 윤 대통령 대학동기 유철환 임명
감사원, 법제처, 방통위, 민주평통, 헌재, 선관위 이어 7번째
장관급 요직에 앉혀 정권 코드 맞추도록
민주 "인사권의 사유화…골품제 사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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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경력'이 전무한 검사 출신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위해 공석으로 만든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가 임명됐다. 윤 대통령이 헌법기관과 행정기관 요직에 잇달아 특수관계에 있는 대학 동기를 내정 및 지명하면서 공정성·중립성 문제가 제기된다. '법대 79학번' 인사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 유철환(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권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바로 임명 가능하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법관으로, 이후 변호사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데 힘써 왔을 뿐 아니라, 현재도 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으로 국민 권익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성품과 따뜻한 리더십, 그리고 풍부한 법조 경륜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권익위의 선도적 역할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1960년 충남 당진 출생으로,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지체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윤 대통령과 1979년 서울대 법과대 법학과 입학 동기로, 졸업 후 판사로 임용돼 1985년 전주지법에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서울고법 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면서 판사로 22년간 재직했다. 2007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으며, 법무법인 한별·대호·주원 등에서 대표변호사·고문변호사 등을 지냈다. 또 2018년 문화학원(충남 당진 신평중·고), 2019년 삼일학원(삼일중·삼일상고·삼일공고·협성대) 이사장이었다.
유 변호사는 전형적인 서울 법대 출신 보수·수구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 서울 관악갑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 2012년 19대 총선 서울 서초을 한나라당 예비후보, 2016년 20대 총선 충남 당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 등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매번 낙마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인권특별위원장을 맡았으며, 2019년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재입당해 충남도당 부위원장 겸 법률지원단장을 지내는 등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유 변호사의 부친은 제 8·9·12대 국회의원(신민당, 신한민주당)을 지낸 유제연(90)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대한민국 헌정회원 316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헌법기관과 행정기관 내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인맥은 7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로 범위를 넓히면 숫자는 더 커진다. 국가조직이 사조직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윤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79학번 동기들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과 '코드'를 맞추며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은 취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라며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 걸쳐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고,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등 중립성 문제가 제기됐다. 감사원이 진행한 '월성원전 1호기' 감사 관련 재판에서 최근 전직 산업부 공무원들이 모두 무죄를 받으며 '정치 감사' '표적 감사' 비판이 일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임명한 이완규 법제처장도 법대 79학번 동기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 내정자에 관한 적격심사를 7개월 넘게 하지 않으면서 방통위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했다. 사퇴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과 2인 체제로 방통위를 운영하며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해온 이상인 방통위 상임위원도 윤 대통령의 법대 79학번 동기다. 지난해 5월 방통위원에 지명된 이 위원은 KBS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강행 등을 추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친일파'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도 법대 79학번 동기다. 윤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3월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던 시기,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가 발표한 한·일 강제징용 해법에 마음 깊이 찬동한다"며 "일본에게 반성이나 사죄 요구도 이제 좀 그만하자. 식민지배 받은 나라 중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있나"라고 써서 비난을 받았다. 지난 9일 사퇴 의사를 밝힌 그는 올해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 출마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도 79학번 동기다. 이 소장은 2018년 10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재판관으로 취임한 이래 보수·수구 성향 판결을 해오면서 논란됐었다. 지난해 3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입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지난해 7월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 사건에서 주심을 맡아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시켰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빈 사무총장도 79학번 동기다. 그 어느 기관보다 독립성·중립성·공정성이 중요한 선관위에 대통령의 대학 동기가 임명되면서 파문이 컸다. 그의 임명을 두고 총선 전 '선관위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그가 취임한 뒤 선관위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전에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선거 개입 논란을 낳았지만, 선관위는 사실상 손을 놨다. 또한 점검 뒤 선관위에 국정원 해킹툴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익위원장 임명과 관련, "매번 정부 인사 때마다 '회전문 인사'를 넘어서 '이권 카르텔 인사'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이 쏟아졌지만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사적 인사', '인사권의 사유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을 검찰 왕국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동문 정부를 꾸리고 있으니 기가 막히다"고 했다.
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은 이런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국정을 챙기고 민생을 살피는 공적 책임을 동문들에게 나눠줄 선물로 착각하지 마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공직 사회를 서울대 법대 출신이 성골로 불리는 골품제 사회로 만든다면 우리 국민들께서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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